대통령 첫 라디오 연설, 엇갈린 평가
상태바
대통령 첫 라디오 연설, 엇갈린 평가
[미디어클리핑] ‘베토벤바이러스’ 강마에 어록, 독설 혹은 직설의 매력?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8.10.14 08: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첫 라디오 정례연설이 금융위기를 주제로 13일 방송됐다. 이를 두고 청와대와 정치권은 각각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에겐 희망이 있고,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며 긍정적 메시지를 전파하려 애썼다. 이 대통령은 “외환보유고가 2400억 달러 수준으로, 1997년에 비하면 27배나 많아 외환위기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신뢰야말로 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 한겨레 10월14일자 6면

<한겨레>는 “청와대는 “대체로 만족스럽다”고 자평했지만, 안팎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고 보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아날로그 화법으로 아이티(IT·정보기술) 시대의 감성을 어루만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국민 대중에게 최근 위기가 극복할 수 없는 건 아니라는 메시지를 쉬운 말로 전달했다”고 자평하고, “오늘 이 대통령 연설의 최고 홍보대사는 (금융) 시장”이라며 “대통령이 연설하자마자 주가가 오르고 환율은 떨어졌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야권의 반응은 싸늘했다. 민주당은 이례적으로 최재성·김유정 대변인이 번갈아 논평을 내어 “이번 라디오 담화는 국민들에 대한 책임전가이자 정부의 무대책을 입증한 ‘노변한담’에 불과하다”며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강만수 경제팀의 경질과 경제정책의 쇄신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수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작금의 위기는 오락가락 재정정책을 펼친 정부의 ‘신뢰 상실’이 큰 몫을 했다”며 인적쇄신을 촉구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도 각각 “반성은 생략된 채 감성에만 호소한 알맹이 없는 신변잡기”, “변명과 훈시로 가득 찬 노변괴담”이라고 논평했다.

청와대가 파악해본 여론도 부정적 견해가 많았다. “특별한 뉴스나 감동 없이 길고 지루했다”, “경제위기라는 무거운 주제로 월요일 출근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다”, “연설 분위기가 출근 시간의 활력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반응들이 잡혔다고 한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매주 월요일 정례화’라는 기존 방침을 접고, 격주 1회로 줄이기로 했다.

▲ 조선일보 10월 14일자 35면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대통령 첫 라디오 연설이 문제는 바로 봤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지금 어렵긴 하지만 IMF 외환위기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신뢰’를 꼽았다.

<조선>은 이에 동의하면서 “그중에서도 정부의 말과 행동에 대한 시장과 국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또 “우리 국민과 기업, 금융기관들은 이런 세계 경제의 파도 위에서 작은 일에 화들짝 놀라 과민 반응하는 것을 피하면서 한국 경제의 중심을 잡아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정례연설에서 ‘아버지의 실직 이야기’를 꺼내면서 감성적으로 접근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아버지가 조그만 회사의, 요즘 말로는 경비라고 합니다만, 수위로 일한 적이 있다. 아버지께서 늘 ‘회사가 넘어가면 안 되는데…’ 하면서 걱정을 하시곤 했다. ‘회사에서 큰 직책을 맡은 것도 아닌데 저렇게까지 회사 걱정을 하실까’라며 마뜩잖게 생각했다. 그 회사가 문을 닫자 아버지가 직장을 잃었다. 왜 아버지가 회사 걱정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요즘 참 힘드시죠?’란 표현과 뒤이은 아버지 스토리를 (대통령이) 직접 제안했다고, 이 대통령이 아버지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KBS PD들, 대통령 라디오 연설 ‘제작자율권 침해’ 반발 … 편성제작팀장 사퇴요구

<한겨레>는 지상파방송 3사 중 유일하게 방송을 내보낸 KBS의 PD들이 청와대의 제작자율권 침해를 묵인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의 연설은 이날 오전 7시15분 제1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서 8분30초 동안 전파를 탔다. 12일 라디오 PD들의 항의에 직면한 한국방송은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내부 논의 끝에 민주당에 반론권을 주는 선에서 일단 1회분만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은 대통령 연설 직후 진행자와의 인터뷰 형식을 통해 견해를 밝혔다.

KBS 라디오 PD 100여명은 13일 오후 공동 성명을 내고 편성책임자인 정종현 라디오본부장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서기철 편성제작팀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KBS PD협회도 이날 정오 긴급 피디총회를 열고 편성책임자 처벌 요구 및 대통령 라디오 연설 정례화 반대를 결의했다.

▲ 경향신문 10월 14일자 6면 

이병순 KBS사장 ‘정권 편향성’ 논란

<경향신문>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의 13일 국정감사에서는 공영방송 KBS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신임 이병순 사장 취임 후 KBS가 정권에 편향된 방송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반면 한나라당은 정연주 전 사장 시절의 방송 방향이 문제였다며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최근 KBS의 경우 무비판적 단순보도가 늘고 민감한 사안은 침묵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9월17일 검찰의 재벌 2·3세 주가조작 의혹 조사를 보도하면서 이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씨를 빼버린 것을 대표적 사례로 지적했다. 같은 당 전병헌 의원은 “YTN 대량 해고 사건을 단신으로 처리한 것을 보면 KBS가 과연 독립성과 중립성을 가진 공영방송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반대로 정연주 전 사장 시절의 정부 비판적 편향을 지적했다. 이정현 의원은 6월17일 <시사투나잇>이 화물연대 파업을 보도하면서 촛불시위대가 ‘이명박 물러가라’고 외치는 화면을 내보낸 것을 지적하며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태섭 전 교수 “정권에 결연히 맞서겠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대학교수와 KBS 이사에서 잇따라 해임된 신태섭 전 동의대 교수가 제17회 부산 민주시민상 개인 부문 수상자로 결정됐다.

민주시민상은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박정희 유신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부마항쟁 기념일을 맞아 민주, 인권, 평화, 통일 등 우리 사회의 소중한 가치를 실천하고 건강한 공동체 만들기에 노력한 개인과 단체에게 주는 상이다. 민주시민상 심사위는 “신 전 교수가 언론자유 수호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무릅쓰고 양심과 원칙을 지켰고, 우리 사회의 제도와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노력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신 전 교수는 “지금 정부 여당은 독립적이고 자율성을 지녀야 할 공영방송을 관영 또는 민영화해 정권홍보나 소수 기득권층을 위한 여론조작 및 돈벌이 도구로 삼으려 한다”며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위기를 외면하지 말고, 그 위기를 빚은 세력에 결연히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내자는 뜻이 상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그 뜻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 중앙일보 10월 14일자 21면 

<베토벤 바이러스> 강마에 어록, 독설 혹은 직설화법의 매력

<중앙일보>는 까칠하기 이를 데 없는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지휘자 강마에(김명민)의 대사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를 분석했다.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지휘자 강마에(김명민)의 대사는 상대에 대한 배려? 돌려서 말하기? 없다. ‘쓰레기’‘개’‘똥’과 같은 자극적 단어? 빠지지 않는다. 그의 까칠하기 짝이 없는 한마디에 단원들이 받는 상처는 상상초월. 하지만 드라마 밖에선 다르다. 한 회가 끝날 때마다 인터넷에는 ‘강마에 어록’이 오른다. 그의 독설에 사로잡힌 네티즌이 만든 강마에의 가상 미니홈피도 화제다.

강마에 신드롬 뒤에는 최근 대중문화 코드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 ‘독설’ 혹은 ‘직설화법’이 있다. 독설을 하다 못해 최근에는 상대 연예인에게 사과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는 김구라나 ‘개그 콘서트’의 독설가 왕비호(윤형빈)가 각광받았던 연장선상에 강마에가 서 있는 것이다.

강마에 화법의 특징은 설령 듣는 이에게 상처는 줄지언정 내용상 틀린 말은 없다는 점이다. 아니, 틀리기는커녕 궁극적으로 상대에게 도움이 된다. ‘에둘러 말하기’가 미덕으로 통하던 우리 사회에 이런 화법의 유행이 시사하는 바는 남다르다.

이런 점에서 드라마 속 독설가들이 대개 비범한 능력과 판단력의 소유자로 그려지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그들의 거침없는 발언은 남다른 자질과 결합하면서 흡인력을 갖는다. 이른바 ‘독설의 리더십’이다. “강마에 같은 상사가 우리 회사에도 있었으면”하는 시청자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똥덩어리’에 불과했던 ‘베토벤 바이러스’의 오케스트라는 강마에의 말과 행동에 자극받아 한 걸음씩 진전을 보이기 시작한다.

직설화법의 유행은 예능 프로가 선도했다. ‘무한도전’, ‘패밀리가 떴다’식의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예능 프로의 대세로 자리 잡고 나서부터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풍자보다는 직설화법이 각광받는다. ‘또 하나의 언어’인 자막은 직설화법을 더욱 부추긴다. 예상을 깨고 1년 넘게 순항 중인 ‘라디오 스타’는 초대 손님의 장점을 띄워주기보다 감추고 싶은 약점에 직격탄을 날리는 전략으로 성공했다. 물론 약점만 들춘다고 인기를 끌진 못한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정덕현씨는 “독설의 성공 여부는 누구나 느끼지만 내놓고 얘기하지 못 하는 대상의 실체를 정확히 짚어내는 데 있다”고 말했다.

<MBC스페셜> 잇단 스타들 홍보방송…과연 정체성은?

<경향신문>은 최근 이영애와 비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MBC 스페셜>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정통 다큐를 표방한 MBC스페셜이 왜 연예인을 소재로 택했느냐는 질문은 제쳐두더라도 내용 자체가 실망스러웠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26일 방영된 이영애 편은 세계에 부는 대장금 열풍과 이영애의 광고 촬영 내용이 대부분이었으며, 비 편(10일)은 그가 할리우드 주연을 맡은 영화 <닌자 어쌔신>을 위해 몸을 만드는 과정과 팬클럽, 5집 준비과정 등을 소개했다. 중간중간 스타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과 고충에 대한 인터뷰가 이어졌다.

<경향>은 “두 편 모두 ‘인간과 환경, 사회에 대한 깊이있는 해석을 하고자 한다’는 MBC스페셜의 기획의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최근의 MBC스페셜은 스타들의 홍보 방송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이영애 편의 경우 방송이 끝나자마자 방송 도중 소개됐던 모 화장품 광고가 곧바로 올라와 시청자들의 거부감이 심했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