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경매제는 소비자의 부담만 가중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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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재명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

전 세계적으로 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주파수 부족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한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현재의 서비스 수준을 뛰어넘는 실시간 영상서비스와 VOD가 기본 서비스가 될 것이란 전망이 있다. 이른 근거로 통신업계는 주파수 확보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이른바 4G(4세대 통신)이 10년 내에 도래할 것이고, 이 서비스를 위한 주파수 부족 현상이 심각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에 발 맞춰 우리 정부의 주파수 정책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바로 주파수 경매제를 도입하여 주파수 사용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실시된 큰 규모의 주파수 경매는 금년 초 미국에서는 방송주파수와 통신주파수(4G)에 대한 경매이다. 이번 경매를 통해 미국 정부가 벌어들인 수입은 약 191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대규모 경매이익 획득에 이어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경매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기존사업자에게 배정되었던 주파수도 법 개정을 통해 사용시한을 2011년 6월까지로 한정시켰고,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이 완료될 경우 여유주파수가 발생한다고 기정사실화하면서 이 주파수를 통신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경매제 도입을 위한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주파수 경매를 찬성하고 있는 이유로 ‘주파수 수요 증가로 인한 효율적인 배분’, ‘사업계획서 평가방식에서의 불투명성 문제점 해소’, ‘신규사업자의 시장진입 어려움 해소’, ‘사업자들의 정확한 시장전망으로 낙찰가격이 실제 가치에 접근 가능’을 들고 있다.

하지만 우려하는 입장에서는 ‘경매대금의 소비자 전가’, ‘경매과열에 따른 사업자 부담 가중으로 초기투자 부진’, ‘요금에 반영하지 못할 경우 사업자의 수익성 악화’를 반대의 이유로 들고 있다. 찬성하는 측은 ‘주파수 할당대가가 요금에 반영되지 않았듯이 경매대금도 요금에 전가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할당대가에 의한 할당대금은 통신사의 각종 요금제도에 의해 반영되어 있고(데이터 다운로드 사용료, 접속료 등으로 수십~수백만원 대), 사용자가 잘 인식하지 못하는 형태로 접속방법을 설계(인터넷 접속시 지름길이 아닌 여러 경로를 거쳐서 접속해야 원하는 화면에 접속)하여 할당대가를 뽑아내고 있다. 경매대가가 요금에 전가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주파수 수요가 늘어나고 공급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도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무선접속기술의 발전으로 대역폭당 전송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압축기술로 산정한 주파수 수요량과 이를 근거로 기존 주파수를 무리하게 회수 재배치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재고해야할 사안이다. 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에서는 2020년까지 통신용 주파수 수요를 우리나라와 같이 고밀도 국가에서는 1,720㎒로 산정하고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10배 이상 수준이다. 현재의 압축기술을 적용해 재 산정해야 한다.

다시 경매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에 PCS가 도입되던 초기에 다수의 통신사업자들이 난립하였지만, 합병되어 현재는 3개 거대 통신사만 남아 있다. 현재 남아 있는 통신사들이 전국에  인프라를 구축한 상황에서 주파수 경매제를 실시한다면 막대한 투자비 때문에 신규참여자가 없을 가능성이 있거나 경쟁이 치열해져 낙찰가가 할당대가보다 높아진다면 그 비용은 다시 통신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 이재명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지난 9월 22일에 열린 ‘주파수 경매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주파수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경매참여자가 적정수준이 될 것이란 주장에 대해 심각한 의문 제기와 IT산업 투자확대의 선순환에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확하지도 않은 주파수 수요를 근거로 방송주파수를 강제로 조정하여 통신에 할당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방향도 재고해야할 과제이다. 환경이 다른 국내 현실을 무시하고 DTV채널을 14~51까지 우겨 넣으면서까지 통신주파수를 확보하는 무리수는 그만 두어야 한다. 형평성 있는 서비스가 우선되어야지 자본이익 획득이 국가정책의 우선 순위가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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