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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칼럼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한지윤
l승인1997.05.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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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함부로 반말하지 마세요. 나는 장관, 국회의원 못지 않게 의사로서 내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한보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박경식 씨가 의원들을 향해 던진 이 한마디는 세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가 의사로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프로듀서의 생명은 창조에 있다. 항상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청취자들에게 전달했을 때 비로소 “나는 프로듀서요! 나는 내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소!”라고 큰소리 칠 수 있을 것이다. 본인 스스로 떳떳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과연 큰소리 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우리는 방송에 입문하면서 창조적인 직업인으로서 소명의식을 가진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창조인으로서의 자세를 잊고 그냥 남들이 하는 대로 휩쓸려 세월을 보내게 된다.그렇다면 pd의 제작의욕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는 열악한 제작환경이다. 일반적으로 제작환경에 대해 얘기할 때 대부분의 선배들은 “우리 때는 더 어려웠어. 그래도 다 프로그램 만들고 지금까지 방송해왔다.”거나 “너희들은 그나마 행복한 줄이나 알아라”고 말하곤 한다. 물론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제작환경서 창조적인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은 어렵다. 최근 방송사 경영진들은 일인다역의 만능 프로듀서를 원하고 있다. 질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pd가 mc나 작가의 역할을 함께 담당하기를 은연중에 강요하고 있다. 거기까지는 실질적 제작을 위한 일이니까 감수할 수 있다. 심지어는 ‘시청취자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인기를 끌기 위해’라는 명분으로 외부 기업체들을 찾아다니면서 값비싼 협찬품을 구해오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한 경영진들은 타 방송사들보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pd들에게 저속한 용어나 성적인 표현을 프로그램에 반영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내용이 방송되고 있는 것이다(자의든 타의든 방송위원회 심의위원회에 불려 가는 사람은 pd 자신들이다). 이같은 요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무능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결국엔 도태되어 간다.이런 열악한 제작현실은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는 pd의 열정을 꺾어놓기에 충분하다.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제작비나 인적 지원 없이 바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고 요구만 받고 있는 것이다. pd가 신이 아닌 이상 그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그러나 열악한 제작환경만 탓하며 자포자기해야만 하는가. 그것은 시청취자들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무조건 제작여건만 탓하며 그냥 그런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그는 창조적인 pd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전문 직업인으로서 자격을 상실한 사람이다.결국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두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pd 스스로 어려운 제작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창조적인 의지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프로그램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이 선행되어야 가능한 일이며, 또한 시청취자들이 사랑하고 믿는 프로듀서가 되겠다는 본인 스스로의 각오가 필요하다.다음으로 열악한 제작환경을 수동적으로 수긍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어쩔 수 없다. 내 몸만 추리면 된다.”는 태도를 버리고 동료들끼리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선 데스크나 경영진들에게 pd들의 단합된 요구안을 제시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것은 단지 프로듀서들 개인만을 위한 일이라기보다 질 좋은 프로그램을 접할 권리가 있는 시청취자들을 위한 일이다.이처럼 창조적인 제작활동이 가능한 환경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갈때 우리는 비로소 떳떳한 ‘프로듀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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