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 고강도 ‘비상경영안’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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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 제작비 삭감에 명예퇴직까지 ‘뒤숭숭’

전 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가 국내 방송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고매출이 급감해 지상파방송사들도 조만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방송사 가운데 평균 시청률이 가장 높은 MBC의 경우, 10월 광고매출이 급속하게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MBC 광고기획팀 자체 집계에 따르면, 10월 광고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50억원이 빠져나간 400억원대 초반으로 광고판매율은 62%에 그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동안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의 광고판매율은 100%에 가까웠지만 현재 이마저도 손에 꼽을 정도다. <에덴의 동쪽> <베토벤 바이러스> <무한도전> <황금어장> <일요일 일요일 밤에 2부> ‘우리 결혼 했어요’, 아침드라마 <흔들리지마> 등에 한해서만 광고가 100% 판매되고 나머지 프로그램들은 사실상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 특히 프라임타임대인 <크크섬의 비밀> 후속 시트콤 <그분이 오신다>와 일일드라마 <춘자네 경사났네>는 드라마지만 평균 20%~30%의 저조한 광고판매율을 보이고 있다.

MBC 광고기획팀 관계자는 “이 정도일거라는 예측은 못했다. 광고매출 하락 폭이 너무 급격하다”며 “광고계 일각에서는 내년 2월까지 이 상태가 지속될 거라고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은 KBS·SBS 등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10월 한 달간의 광고 집계 결과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MBC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SBS 기획팀 한 관계자는 “10월 광고 판매율이 전년 대비 20% 정도 빠졌다”며 “지난 8월 올림픽도 있었고 판매율이 높았는데 최근에는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까지 악화됐다”고 말했다.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지상파방송사 전체 광고매출은 전년 대비 98.79%로 경기둔화 등을 고려할 때 크게 떨어지는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9월부터 전년대비 89.76%로 떨어진 지상파방송사 광고는 10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방송 3사는 임금과 제작비 삭감 등 고강도의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할 계획이다. 9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KBS는 초긴축경영 추진안을 통해 204억원의 예산을 절감, 적자폭을 700억대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지난 14일 KBS 사측은 노조측에 5%의 임금 삭감안을 제시했다.

지난 2000년 이후 단 한 번의 적자도 없었던 MBC는 올해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MBC 사측은 28일부터 노조와 비상경영방안에 대한 협상에 들어갔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이 제시한 비상경영방안에는 연월차 수당·보너스 삭감, 제작비 절감 등을 포함해 명예퇴직, 안식년 시행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BS는 지난 24일 국장단 이상 임원들이 비상경영 계획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제작비 절감방안 등을 포함한 비상경영 계획이 논의됐다.

SBS 경영진은 제작비를 줄이지 않고는 적자 감소폭을 줄이기 어렵다고 판단, 영업비용규모를 축소하고 인건비 등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BS는 30일경 비상경영계획안을 사장에게 보고하고 31일 전 사원들에게 배포할 계획이다. 임금협상을 진행 중인 SBS는 사측이 임금동결을 고집하고 있지만 노조측은 물가상승률이 5%가 넘는 상황에서 실질임금의 감소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EBS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EBS는 올 초부터 긴축재정에 들어가 현재로서는 별다른 응급대책을 마련하지는 않고 있다. 지난해 말 개국한 신생 방송사인 OBS는 당초 예상치보다 광고수익이 밑돌아 제작비를 축소하고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OBS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프로그램을 편성해 재방송을 내보내고 내년부터는 저예산·리얼리티 중심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한 체질개선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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