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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가 원한다’는 논리의 함정
별은 내 가슴에 , 모델 …을 보며
양성희<문화일보 기자>

|contsmark0|방송과 관련한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난달 29일 막을 내린 mbc 미니시리즈 별은 내 가슴에 (김기호 이선미 극본, 이진석 연출)는 안타깝기 짝이 없는 드라마였다. 고급차와 화려한 의상 등 극도의 소비주의와 만화적 감각을 바닥에 깔고 신데렐라 컴플렉스를 무분별하게 수용한, 유치한 드라마라는 혹평의 한 편에 새로운 스타로 부상한 안재욱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한 소녀팬들이 있었다. 시청률도 40%가 넘었고 mbc 드라마로는 근 3년만에 시청률 1위를 차지한 드라마였다. 연출자의 한심한 여성관과 만화적 구성에 대한 비판이 거셀수록 그 비판을 조롱이라도 하듯 인기가 치솟았다. 이를테면 평자와 대중의 반응이 완벽하게 불일치한 드라마였던 것이다.이 드라마는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대한 소녀팬들의 집단적 원망을 담은 드라마로 요약된다. 가난한 고아출신 최진실은 잘생기고 돈도 많고 인기절정인 가수 안재욱의 품에 안겨 행복해진다. 최진실을 괴롭히던 박원숙네 식구들은 패가망신해 시청자의 권선징악적 기대를 충족시킨다.드라마의 엔딩은 신데렐라 컴플렉스의 완벽한 구현인데, 고급 승용차를 탄 청년실업가 리차드 기어가 꽃을 들고 창녀 출신의 줄리아 로버츠를 찾아오는 영화 ‘프리티 워먼’의 마지막 장면에 버금간다. ‘사랑한다. 죽을 때까지’라는 안재욱의 메모를 들고 그의 콘서트장을 찾은 최진실 앞에서 안재욱은 “사랑하는 여인에게 바친다”며 노래를 부른다. 객석으로 내려온 안재욱은 노래를 부르며 최진실에게 다가가 마침내 수많은 관객이 환호하는 가운데 포옹한다.이런 결말은 원래 구상에서 변경된 것. 원래는 최진실과 차인표가 결합하는 것이었으나 안재욱의 인기가 차인표를 능가하면서 안재욱·최진실을 맺어주라는 시청자의 요구가 빗발쳤고 제작진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달라진 결말 때문에 차인표·전도연 등이 어정쩡한 인물로 공중에 붕 떠버렸다.대본수정에 대해서도 시청률만을 의식한 처사라는 비판과 시청자의 요구에 충실했을 뿐이라는 제작진의 변이 맞서고 있다. 이 드라마에 대한 제작진의 논리란 “시청자가 원했기 때문”인 것이다.문제는 그 시청자가 원한다는 것의 함정이다. 우선 이 드라마에 환호하지 않은 시청자도 많았다. 엔딩씬은 물론이고 조미령·박철·박원숙 등의 희화화된 악역연기, 심각하다가 툭툭 불거지는 코믹한 에피소드들에 유치하고 만화같다며(만화에 대한 가장 저급한 의미의) 못마땅해한 시청자도 많았다. 시청률이 높고 다수가 원한다면 무엇이든 정당하다는 논리는 자본주의가 빚어낸 물신주의의 극치이지만, 이 환상적인(?) 엔딩씬에서 가슴벅참보다 역겨움을 느낀 이들은 채널을 돌리거나 tv를 꺼버리면 되었을 것이므로 일단 제외하자.그러나 사랑을 그대 품안에 등 흥행작을 만들어내면서 “대중이 원하는 것을 할 뿐이다. 계몽주의적 태도를 강요하지 말라”는 입장을 밝혀온 이진석 pd 등 제작진은 한번만이라도 소녀팬들이 열광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어야 한다.이 드라마의 원본이라 할 ‘캔디’ 등 순정만화와 ‘할리퀸시리즈’, ‘하이틴로맨스’ 등 이른바 소녀취향으로 분류되는 로맨스물의 인기는 그 주대상인 여성의 사회적으로 열악한 위치와 현실적 절망감의 반영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차인표이거나 안재욱이거나 또다른 모모이거나 ‘오빠’를 외치는 소녀들은 성적으로나 나이의 측면에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없는 약자이다.이들의 환호는 이들이 느끼는 박탈감, 열등감, 불우의식의 또다른 표현인 것이다. 때문에 “그들이 원하니까 주었을 뿐, 그건 그들의 선택”이라고 말하는 것은 연출자의 무심함과 자만일 뿐인 것이다.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 마지막 장면은 앞으로의 드라마 제작경향을 위험스럽게 암시하는 적신호로 보였다. 드라마가 끝나는 대로 가수로 데뷔하는 안재욱은 자신의 신곡 2곡을 10여분간 불렀는데 드라마가 마치 안재욱의 데뷔콘서트처럼 보였다.자신이 발굴한 스타에 대한 연출자의 애정표현이라고 하지만 정도가 너무 과하다. 최근 일본에서는 가수가 주인공으로 나와 삽입곡 등을 직접 부르고 그 앨범제작까지를 방송사가 도맡는 드라마가 유행이라고 하니, 우리라고 그러지 말란 법도 없기 때문이다.이런 비판은 별은 내 가슴에 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화려한 세계에 대한 상승욕구와 동경을 담기는 sbs 모델 이나 mbc 신데렐라 도 마찬가지다. 패션모델의 애환을 그린다는 모델 은 드라마 전개의 개연성이 떨어져 벗은 몸들을 눈요기거리로 제시한 드라마일 뿐이라는 혹평까지 받았다. 모델 은 또 패션쇼 등을 통해 몸의 성적 매력을 강하게 부각하고 있는데 여성에게 국한됐던 육체와 성의 상품화 문제가 이제는 남성에게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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