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만도 못한 ‘K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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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만도 못한 ‘KBS 뉴스’
[TV에세이] 병역비리·쌀직불금 비판하는 ‘개콘’ 그리고 ‘KBS 뉴스’
  • 원성윤 기자
  • 승인 2008.11.03 14: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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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KBS 개그콘서트 ‘도움상회’

▲ KBS 2TV <개그콘서트> '도움상회' ⓒKBS
군사훈련을 4주 동안 받고 왔다는 한 국회의원(송준근)의 아들. “너 사지도 멀쩡한데 군대 4주로 빼느냐고 얼마나 고생한 줄 알어?”라는 아버지의 물음에 “역시 아빠가 국회의원이니까 세상 살기 편해”라고 화답한다. “아빠는 군대 다녀왔냐”고 아들이 묻자 “아빠는 미국 국적이 있잖니. 아 쭈운~나.(준교수의 은밀한 비밀). 영장이란 말은 쌈 싸먹어”라며 코웃음을 친다. 전형적인 병역비리의 부전자전 형태를 보여준다.

그러더니 요즘 유행하는 ‘상회’ 직원으로 분한 박성호와 김대범이 등장한다. 김대범은 “군 생황 대충 때우고 오시느라고 정신 없으셨죠. 바로 재입대로 가는 길 편안하게 끌고가 드리겠습니다. 월 2만9900원에 만나실 수 있는 군생활 초기화 서비스”라며 웃음을 자아낸다.

박성호 역시 “가입 즉시 제대를 하시더라도 저희 1급 병무청 지도사들이 군인들이 가장 많이 꾼다는 군 제대하는 날 다시 입대하는 꿈을 현실로 맹가드립니다”며 경상도 사투리를 작렬시킨다.

장면 2. ‘도움상회’에 등장한 ‘KBS 개콘 뉴스’

▲ KBS 2TV <개그콘서트> '도움상회' ⓒKBS
“안녕하십니까. 개콘뉴스 허안나 기잡니다.”

KBS 뉴스의 익숙한 배경음악이 깔리고, 허안나 기자가 국회의원 송준근씨의 쌀직불금 비리를 취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전한다. “이거 어따 손을 대. 나 의원이야 의원”이라며 거칠게 항의하는 송준근 의원.

“부모님께서 농사를 지은 게 사실이냐”고 허 기자가 묻자 “아 글쎄. 모른다니까”라고 답한다. “지금 분개하고 있는 농민들에게 사과의 말씀 부탁한다”고 기자가 재촉하자 “무슨 사과를 해.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는데”라며 화를 낸다.

그러자 상회 음악이 잔잔하게 깔리며 박성호와 김대범이 등장한다.

“나랏돈 떼먹은 거 잘 기억이 안 나시죠? 여러분들 마지막 주둥이 열리실 때까지 편안하게 짱돌을 던져 드리겠습니다. 가입즉시 발뺌을 하시더라도 저희 1급 박찬호 지도사들이 커브, 슬라이더, 직구 등을 다양한 구질의 짱돌로 여러분의 눈탱이를 밤탱이로 맹가드립니다.” (박성호)

“왜 나랏돈 날로 먹으려면 정신없잖아요. 멀쩡한 부모님, 농사꾼으로 취직시켜 드려야지. 우리가 피땀 흘려 낸 세금으로 해외 가서 골프 쳐야지. 아이 그러다가 국민들이 〈개그콘서트〉 보는 것 보다 국회 보는 게 더 웃기다고 하는 날에는…아휴 정말.” (김대범)

장면 3. 진짜 ‘KBS 뉴스’는 어떻게 하나.

최근 KBS는 뉴스를 비롯해 시사 프로그램 폐지 등으로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다. KBS 시청자위원회(위원장 고현욱)가 9월에 이어 10월에도 KBS 뉴스가 친정부적이라며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내놓는 등 보도행태와 관련해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 KBS <뉴스9>은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의 뇌물 수수를 단신으로 처리했다. ⓒKBS
KBS가 지난달 보도한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의 뉴스를 보자. 공 교육감은 사설 학원 관계자들에게 7억여원을 빌린 것 외에도 사학재단 이사 및 학원 원장에게 10억여 원을 이자 없이 빌렸다. 현직 학교장들로부터 4000여만 원을 후원금으로 받았다는 것이 드러났고, 심지어 은평구에 자립형 사립고와 사학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김승휴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선거 당일 3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사실까지 밝혀졌다. 비리가 줄줄이 비엔나마냥 엮어 나왔다.

그러나 KBS 1TV 〈뉴스9〉는 지난달 9일 하나금융지주 김 회장에게 선거자금을 받은 것을 단신으로 보도하는데 그쳤다. 지난달 8일에도 KBS는 공 교육감 선거자금 보도를 하면서 전교조의 조직적 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주경복 후보를 거론하는 등 초점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MBC는 공 교육감이 사학재단 및 학원장에게 이자 없이 10억 여원을 빌린 것도 ‘뇌물죄’가 될 수 있다며 문제점을 적극 보도했다고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평가했다.

KBS 뉴스의 문제점은 단순보도에서 뿐만이 아니다. 기획보도가 사라졌다. 수많은 땅문서 등을 뒤적이며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수석들과 장관들의 농지 불법 매입사실을 보도했던 탐사보도팀은 이번 쌀직불금 파문 정국에서 활약상을 찾아 볼 수가 없다. KBS는 쌀직불금 보도 역시 정치권의 공방으로 처리하는데 그쳤다.

지난 7월 한국기자협회가 수여하는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MB 인사실태보고 연속 보도〉로 상을 탄 이후로 KBS는 기자협회상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단독보도와 기획보도에 강하던 KBS의 모습은 이병순 사장이 취임하고 난 이후 생명력을 잃고 있는 모습이다.

23건의 탐사기획다큐와 152건의 탐사리포트를 취재, 보도하면서 29건의 각종 외부 언론상을 받으며 각광을 받은 KBS 탐사보도팀은 이제 폐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KBS 2TV 〈개그콘서트〉만도 못해진 KBS 뉴스를 보는 마음이 씁쓸해 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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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일 2008-11-03 15:27:44
이러다 개콘에도 찬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맘에 안들면 모두 찍어내는 판이니 세상이 참으로 수상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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