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과 강물의 소통, 습지를 생각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로그램 리뷰]습지를 다룬 다큐멘터리

▲ SBS 〈SBS 스페셜〉 ⓒSBS
지난 달 28일부터 8일간 경남 창원에서 제10차 람사르 총회가 열렸다.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을 주제로 열린 이번 람사르 총회에는 165개국 정부대표 및 NGO 등이 참가했다.

람사르 총회 개최 시기와 맞물려 KBS, MBC, SBS 방송 3사도 ‘습지’에 주목했다. 지난달 26일 〈SBS 스페셜〉 ‘강과 바다의 사랑-한강 장항습지’를 시작으로 29일 KBS 〈환경스페셜〉 ‘인간과 습지 3부작-1편 갯벌’, 31일 〈MBC 스페셜〉 ‘순천만 도둑게’가 차례로 전파를 탔다.

〈환경스페셜〉은 갯벌의 생태를 입체적으로 소개하며 살아있는 갯벌의 모습을 느끼게 했고, 〈MBC 스페셜〉은 순천만 도둑게 등을 통해 인간과 공존하는 갯벌을 보여줬다. 〈SBS 스페셜〉은 한강 장항습지를 조망하며 습지 오염 가능성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았다.

▲ KBS 〈환경스페셜〉 ⓒKBS

2008 지구의 해 특별기획으로 ‘인간과 습지’ 3부작을 선보이고 있는 〈환경스페셜〉은 제1편 ‘갯벌’에서 전남 여수시와 보성만 사이에 위치한 순천만을 찾았다. 순천만은 밀물과 썰물에 의해 하루의 절반은 육지, 나머지 절반은 갯벌을 드러내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연안습지로, 우리나라 연안습지로는 처음으로 2006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환경스페셜〉은 갯벌 진흙 구멍 속에서 벌어지는 번식 활동 등 갯벌동물의 생태를 입체적으로 소개했다. 말뚝망둥어와 짱뚱어의 짝짓기 그리고 무려 100일간 새끼를 품는 낙지의 부화 과정 등이 마치 눈앞에서 보는 듯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겼다.

〈MBC 스페셜〉 역시 순천만을 주목했다. 〈MBC 스페셜〉은 도둑게 등 갯벌의 생태와 함께 “축복의 땅 갯벌에 맨 뒷 번호를 들고 입장했지만, 갯벌의 죽고 사는 문제를 손에 쥐고 있는” 인간을 조명했다. 〈MBC 스페셜〉은 또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보이는 푸른색 새끼 게의 모습을 통해 기후변화가 갯벌을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카메라에 담긴 순천만은 풍요로운 생물 다양성의 터전이자 자연생태학습 및 산책로의 기능을 하고 있었다.

▲ MBC 〈MBC 스페셜〉 ⓒMBC
〈SBS 스페셜〉은 한강하구에 자리한 장항습지를 찾았다. 지난 5월 제작진이 장항습지를 처음 찾았을 때 제일 먼저 본 것은 고라니였다. 장항습지에는 무려 100여 마리의 고라니가 살고 있다. 괭이사초, 수크령 등 이름도 생소한 식물들을 비롯해 농어, 강준치 등 귀한 물고기들도 장항습지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다. 전 세계에 2000여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저어새도 장항습지를 찾는다.

장항습지가 이처럼 잘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장항습지는 분단 이후 50년 넘게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출입이 통제돼왔다. 우리나라 4대강 중 유일하게 강 하구가 둑으로 막혀있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덕분에 해가 뜨면 서해로부터 밀려온 바닷물이 강물과 만나 습지를 채우고 해가 지면 바닷물은 빠져 나간다. 그러면서 갯벌이 드러나고, 물의 온도가 다양해 여러 종의 생물이 살아갈 수 있다. 도시 속에 유일하게 남은 ‘생명의 땅’이라 할 만하다.

아직까지 강물과 바닷물의 원활한 소통으로 잘 보존되고 있는 장항습지지지만, 걱정도 있다. 고양시 환경운동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장항습지에는 습지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외래 식물이 늘어나고 있다. 또 지난 1월 일산대교가 건설되면서 수많은 교각들이 물의 흐름을 막고 있다. 철책선 개방을 앞두고 있고, 수많은 개발계획도 쏟아지고 있다. ‘인간의 침입’은 이미 시작됐다. 그리고 프로그램 끝머리에 나오는 내레이션은 지금 우리에게 경고를 던진다.

“강과 바다의 사랑으로 이뤄낸 한강 하구 습지. 버리기는 너무 쉽지만 살리기는 너무 어려운 생명들. 이들이 있어야 우리도 숨 쉴 수 있다.”

수많은 생물들이 살아 숨쉬는 습지, 거기에 인간도 있다. 람사르 총회를 계기로 습지를 다시 생각해 본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