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시행되는 KBS와 MBC의 가을개편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위기 여파로 ‘비상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방송사들이 제작비 절감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개편이 프로그램 ‘부실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MBC는 최근 제작비 절감을 위해 무리하게 재방송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MBC는 현재 평일(월~금) 오후 5시 35분 방송되는 〈생방송 화제집중〉을 잠정 폐지하고, 그 시간대에 다른 프로그램을 재방송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교양국의 한 PD는 “비용절감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정규 방송 시간대에 재방송을 편성하는 것은 무책임한 편성”이라며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PD 역시 “지상파 방송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편성철학이자 문제 있는 결정”이라며 “케이블 TV도 아니고 어느 지상파 방송사가 오후 5시 30분대에 재방송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MBC는 제작비 절감을 위해 〈화제집중〉 외에도 주말특별기획 드라마와 〈가요큰잔치〉에 대해 폐지 기조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KBS 역시 올해 약 9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공영성 프로그램을 대거 폐지하고, 프리랜서 MC 대신 내부 인력을 쓰는 내용 등을 뼈대로 한 가을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KBS 가을개편 폐지 대상에 오른 프로그램은 1TV 〈미디어 포커스〉, 〈단박 인터뷰〉, 〈특파원 현장보고〉, 〈한국사 전〉, 〈아시아 투데이〉, 〈이야기 발전소〉, 〈신나라 과학나라〉, 〈아시아의 창〉, 2TV 〈생방송 시사투나잇〉, 〈좋은 나라 운동본부〉, 〈경제 비타민〉, 〈사이다〉, 〈돌아온 뚝배기〉,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이다.
문제는 다수의 프로그램이 폐지 대상에 올라 있지만 KBS에서는 개편이 경영진 위주로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시사·교양·다큐멘터리 PD들이 집단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KBS 시사·교양·다큐 PD들은 지난 3일 오후 총회를 열고 “몇몇 프로그램의 존폐문제를 두고 논란이 되는 동안에도 제대로 된 정보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며 “팀장들을 비롯해 CP(책임PD), 개편 과정에서의 담당 PD들이 철저히 소외되고 무시되고 있다”며 집단적으로 프로그램 희망원 제출을 거부키로 하는 등 제작 ‘보이콧’을 선언했다.
지난달 30일 비상경영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제작비를 250억 원 축소하는 등 고강도 방안을 내놓은 SBS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프로그램 제작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BS는 광고 수익이 직접 제작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을 차기 조정 대상으로 정하고, 고비용·저수익 프로그램은 연말부터 저비용 프로그램으로 단계적으로 교체한다는 계획이어서 이 같은 방안이 자칫 프로그램의 부실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