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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칼럼

아침드라마의 "사랑론"
김민아<직장인>
l승인1997.05.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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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푸하하하” 군대에 있던 내 친구는 휴가를 나와서 내가 해 준 드라마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크게 웃었다.글쎄… ‘시청자칼럼’이란 거창한 이름을 두고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까 고민이 앞서지만… 그래도 텅빈 집에 들어와서 불을 켜는 것과 거의 동시에 tv를 켜는 열성파(?) 시청자로서 느끼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나을 듯 싶다.일단 내 친구의 웃음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사회와 격리된 곳에서 청춘을 보내고 있는 한 젊은이는 아침드라마 줄거리를 듣고 무슨 70년대 삼류영화들을 서너개 섞어놓은 것 같다고 했다. 아침드라마!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9시 무렵에야 밥 한 술 뜨는 주부들에게 아침의 그 시간들이란 달콤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tv편성표에도 아침시간대는 주부들을 겨냥한 프로그램들이 빼곡하다. 일단 kbs가 아침 8시 10분부터 초원의 빛 으로 시작하면 sbs가 8시 40분부터 단 한번의 노래 , mbc가 못잊어 를 9시에 편성해놓고 있다(그 드라마들을 빼고는 대부분 가벼운 토크쇼 등의 프로그램들이다). 부지런한 전업주부들은 8시면 식구들을 다 보내고 혼자서 밥을 먹으면서 세 편의 드라마를 차례로 즐길 수 있다.그 중에서 내가 주로 보는 것은 못잊어 다. 언젠가부터 아침 9시면 드라마를 시청하는 어머니 때문에 나도 습관적인 시청자가 된 셈이다(자신의 의식이 잠식당하는 것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그 집요한 세뇌의 경지?). 못잊어 의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아이’만 원하던 한 캐리어우먼이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접근, ‘아이’를 얻고 떠난다. 미혼모로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다가 자신이 위암인 것을 알고 그 남자에게 아이를 부탁한다. 다른 여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던 남자는 그 일로 결혼이 힘들어진다. 그런데 그 남자의 약혼녀(좋은 집안의 무남독녀)는 부모님을 설득해 결혼식을 치르려 한다. 그런데 막상 결혼식 당일에 그 남자는 자신의 아이를 낳은 여자와 결혼을 한다(사랑한다는 이유로). 그 남자의 약혼녀는 시댁에 들어가 혼자서라도 신혼살림을 하고자 하나 그것이 좌절되자 결국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한다.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심적인 이야기인 ‘사랑’, 그 사랑이란 무엇일까? 교수집안에 유학까지 다녀온 그 남자의 약혼녀는 그 사랑에 목숨까지 버리는 과감함(?)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런 사랑을 꿈꾸고 있는 걸까? 그런 사랑을 강요당하고 있는 걸까?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많은 드라마 속에서 도리어 사랑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어머니들은 그런 흔해빠진 스토리에 아직도 눈물을 빌려준다. ‘아유, 불쌍하기도 하지. 남자 잘못 만나서… 역시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팔자가 편하지.’ 결국 팔자론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드라마 속의 왜곡된 삶들에 자신들을 끼워 넣고 슬퍼도 하고 기뻐도 하는 것이다. 드라마는 그런 것일 게다.류시화는 ‘원고지’를 ‘삼라만상을 다 비추는 거울’이라 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원고지에 세상을 비춰보는 수고를 아끼려고 한다. 리모콘 하나로 경험하지 못한 세상, 경험하지 못한 사랑을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사랑’이면 다 용서가 될 것 같은 이야기, 혼자 낳아 기른 아이를 보고 집안 식구들이 모두 좋아하고 받아들이는 마음들, 자신의 인생이 그 남자와의 사랑밖에 없는 양 목숨을 끊으려는 여자. 그것은 제대로 된 사랑의 군상도 아니며 그 속에서 여자는 또다시 남자에게 예속돼 있는 하나의 물체인 양 표현되고 있다.그래, 사랑은 그 사람을 소유하는 것도 아닐 뿐더러 자신을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이제 드라마는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어야 한다. 우리는 그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들을 가감 없이 바라보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꿀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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