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도 낙하산 논란으로 ‘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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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단도 낙하산 논란으로 ‘얼룩’
MB 특보에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까지 상임이사로 선임
  • 이선민 기자
  • 승인 2008.11.25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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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사퇴 압박으로 사임한 박래부 전 한국언론재단(이하 언론재단) 이사장의 후임자 선임을 둘러싸고 언론계가 또 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언론재단 이사회는 25일 노조의 실력저지를 뚫고 회의를 강행, 고학용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이사장에 내정했다. 이날 고학용 내정자는 곧바로 열린 이사회에서 서옥식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을 사업이사로, 선상신 불교방송 보도국장을 연구이사로 그리고 김문오 전 대구MBC 보도국장을 기금이사로 각각 제청해 이사회가 이들을 새 상임이사로 선임했다.

▲ 왼쪽부터 고학용 이사장, 서옥식 사업이사, 김문오 기금이사
당초 사업이사로 선임된 서옥식 전 국장이 유력한 이사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언론특보를 지낸 이력 때문에 자격 시비 논란이 끊이질 않자 이사회는 정치 이력이 없는 고 이사장을 내정했다. 그러나 이날 선임된 상임이사들은 물론이고 고 이사장 내정자 역시 현 정부의 인사 개입설이 나돌면서 ‘낙하산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태다.

최문순 의원(민주당)은 이날 발표한 논평에서 고 이사장 내정자의 ‘사전 낙점설’을 제기했다. 최 의원의 논평에 따르면 지난 10월 이명박 대통령이 모 언론단체 관계자들과 오찬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차기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은 메이저신문 출신자 가운데 선임되는 게 맞다. 그렇게 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차기 이사장 후보로 고학용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명되면서 이른바 친 정부성향의 보수 언론과 청와대의 사전 결탁이 있었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문순 의원은 “누가 봐도 확연한 ‘낙하산 인사’를 백주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투하했다. 원칙도, 미래비전도, 도덕성도 없는 인사정책”라고 비판했다.

기금이사로 선임된 김문오 전 대구MBC 보도국장은 2회에 걸쳐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한 대표적인 ‘폴리널리스트’로 알려져 있다. 김 전 보도국장은 지난 4월 총선때 대구 달서을에 출마하기 위해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떨어졌다. 그는 지난 2006년 5월 지방선거때도 대구 달성군수에 출마하기 위해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했다.

연구이사인 선상신 불교방송 보도국장 역시 선임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선상신 전 국장은 지난 6월 불교방송 사장 후보로 응모했다가 불교진흥원 이사회가 거부해 낙마했다. 그는 최근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담당하는 기금이사로 내정됐다가 지역신문들이 “서울지역의 라디오 방송사 보도국장이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다루는 자리에 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하자 연구이사로 선임됐다.

언론재단 인사가 발표되자 언론단체들은 즉각 논평을 내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언론재단은 정권이 자기네 인사를 위해 자리나 하나 만들어주라고 있는 기관이 아니다”며 “언론재단에서 저질 낙하산 인사를 당장 거둬들여라”고 촉구했다.

야당에서도 이번 인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언론재단 이사진에 또 낙하산을 투여했다. 이 낙하산은 정말 꼬리에 꼬리를 물고 투입되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중립을 요구하는 언론에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특보 출신들을 대거 투입하는 것은 절대로 묵과하거나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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