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끝내 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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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10조원 대기업 지상파 방송 소유 가능…언론계 “총파업 불사”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26일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PP)을 소유할 수 있는 대기업의 기준을 자산총액 3조원 미만에서 10조원 미만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 방송·언론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방통위는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방통위 청사에서 제40차 회의를 열고 대기업의 방송 참여 총 자본기준을 10조원까지 확대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표결처리,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LS, 동부, 대림, 현대, 대우조선해양, KCC, GM대우 등 국내 재계 순위 24위 이하의 기업들은 원할 경우 지상파 방송을 포함한 방송 사업 전반에 대한 참여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방송·언론인들은 이번 개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상파 방송 등에 진출할 수 있는 대기업의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공영방송 민영화의 신호탄으로, 결국 방송의 공공성과 공영성 등의 가치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대기업 기준을 10조원으로 완화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이미 선언한 상태다. 민주당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고흥길, 이하 문방위) 안에서 대기업 기준을 5조원 미만으로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 노력과 함께 이날 방통위를 통과한 시행령에 대한 위헌 여부를 점검,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6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 등에 진출할 수 있는 대기업 기준은 자산총액 10조원 미만으로 완화하는 것을 뼈대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려 하자 “족벌신문과 대기업의 발 아래 방송·언론을 두려는 술수”라며 “개정안이 강행될 경우 총파업 등 전면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언론자유는 제약 불가능…산업으로서 언론의 문제만이 남았을 뿐”

이날 방통위가 방송에 참여할 수 있는 대기업의 자산기준을 10조원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기까지 여야 추천 상임위원들은 논란을 거듭했다.

야당 추천의 이경자·이병기 상임위원은 “현행법이 시행령에서 대기업 기준을 정하도록 한 것은 탄력적으로 그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취지인 만큼 시장의 상황에 따라 단계적인 완화를 하면 될 것”이라며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대기업 기준이 자산총액 5조원 미만인 만큼 방송법 시행령 역시 이를 준용할 것을 주장했다.

이경자 위원은 “원안대로 대기업 기준을 10조원 미만으로 할 경우 기존의 지상파 방송과 새로 진입하는 사업자 사이에서 형평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면서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을 제외하곤 대기업의 방송 진출이 허용돼 있는 만큼, (대기업이) 방송 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싶다면 콘텐츠 제작 등에 나서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기 위원은 “대기업의 방송 진출과 방송의 독립성의 상관관계와 관련해 확증적 연구결과는 없어도 개연성이 있어 보이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단 5조원으로 (대기업) 기준을 정하고 이후 방송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상향 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당 측의 형태근 위원은 “자본규모에 따라 방송 진입을 규제하는 일은 OECD 회원국 전체는 물론 어느 나라에서도 없는 일이다. 우리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접근을 해야 한다”며 “IPTV라는 (지상파 등과) 비슷한 플랫폼에서 10조원이란 기준을 정했으니 방송법 시행령 역시 이를 준용할 필요가 있다. 10조원도 적으면 적었지 많은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형 위원은 또 일단 5조원으로 정하고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기준을 상향하자는 야당 측 위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시장은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내일 바뀔 기준은 아무리 시행령이어도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당 측 위원인 송도균 부위원장 역시 “자산규모 5조원 이하의 기업이면 여론 독점을 하지 않고 5조원 이상이면 여론 독점에 나선다는 것이냐”며 “숫자로 (방송진출의) 경계를 긋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이경자 위원은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도덕성을 따지자는 얘기가 아니다. 어차피 기준을 인위적으로 정해야 하니 어떤 게 합리적인지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흔히 경제는 심리라고 하는데, 현재의 방송시장은 대기업이 방송에 진출했을 경우 공익성 등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가 불식될 때까지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며 5조원을 거듭 주장했다.

이병기 위원은 IPTV법에 준용, 대기업 기준을 10조로 해야 한다는 여당 측 위원들의 주장과 관련해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라면서 “현행 방송법은 대기업의 지상파 지분 소유를 금지하고 있는 반면, 위성방송에 대해선 49%까지 (지분소유를) 허용하고 있다. IPTV법이 10조원을 기준으로 했다고 해도 지상파 방송의 소유제한 기준을 달리 정할 수 있는 것이다. 기준이 다른 게 일관성을 훼손하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수십분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최시중 위원장은 표결 처리를 제안했다. 그러나 야당 측 위원들이 5조원과 10조원 사이의 적정선을 다시 한 번 논의해 보자고 의견을 제시하자 이를 수용, 재논의에 돌입했다.

이병기 위원은 “지난 2002년 자산총액 3조원 미만이란 기준을 설정했을 당시 이에 해당하는 대기업은 34개였는데, 올해 4월을 기준으로 보면 30개 대기업의 자산총액은 6조원, 34개 대기업의 경우 8조원이 된다. 6조와 8조를 놓고 논의를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송 부위원장과 형 위원은 “현재 논의를 하는 까닭은 기준의 방향성을 정하기 위함이지 금액을 조정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원안 통과를 고집했다.

방통위원장 “생각 같아서 50조, 100조 규모의 대기업에도 방송진출 허용하고 싶다”

재논의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도출되지 않자 최시중 위원장은 “소견을 말하고 싶지 않아 표결처리를 하고자 했는데 결국 말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자신의 의견을 꺼냈다.

“방송을 언론자유 측면에서만 본다면 설왕설래가 많을 수 있지만, 분명한 건 언론자유를 누구도 제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언론자유는 지난 30~40년 동안 피와 땀과 눈물로 쟁취한 것으로 언론의 남은 문제는 산업으로서의 언론이다.

미디어 전체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 생각 같아서 (자산총액) 50조원, 100조원 규모의 대기업까지 다 들어오게 하고 싶다. 그러나 가진 자나 대기업에 대한 국민정서가 남다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10조원으로 정하자는 뜻을 밝힌 것이다.

언론을, 광고시장을 어떻게 키우냐에 주안점을 두고 산업으로서의 방송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생각하면 규제는 사실 필요 없다. 한국에서도 미디어 재벌, 미디어 대기업이 나와야 종사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연관산업도 발전이 가능하다.“

최 위원장의 소견 발표와 함께 표결 처리가 강행됐고 결국 오후 4시 58분, 3대 2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방통위는 개정안을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내달 말 공포·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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