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방송 진출, 고양이에 생선 맡기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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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 방송법·시행령 개정…언론·시민단체 ‘우려’

정부와 여당이 방송법과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기업의 방송 진입 문턱을 낮추려고 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언론·시민단체는 “이런 시도들이 모두 성공할 경우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언론의 기능은 완전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언론·시민단체의 이 같은 비관적인 전망은 자본이 결코 자본을 감시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한다. 우선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의 방송법 개정으로 자산규모 10조원 이하의 LS, 동부, 대림, 현대, 대우조선해양, KCC, GM대우 등 국내 재계 순위 24위 이하의 기업들이 지상파 방송은 물론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이 금주 중 당론으로 확정될 경우 대기업과 신문사는 지상파 방송의 지분을 20%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신학림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방송 공공성 관련 토론회에서 “방송 진출의 자격을 획득한 대기업 중 상당수는 우리사회의 정치·자본·언론 권력 등과 혈연으로 맺어져 있는 재벌”이라며 “재벌을 비판해야 할 방송·언론을 재벌이 소유할 경우 과연 그 같은 감시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도 다름없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뉴라이트 진영에선 “대자본을 방송, 특히 보도전문 채널 등에 진출하게 할 경우 사회에 대한 감시 역할을 하는 언론이 더 늘어나는 게 아니냐. 공공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재벌이 자신과 한 배를 탄 정치권력을 비판하겠나. 또 다른 재벌을 감시하겠나. 결국 노동자에 대한 감시밖에 늘어날 게 없다. 재벌에 유리한 법, 재벌에 우호적인 정치인 등을 위한 여론조작의 선봉대 역할을 하는 대기업 소유 방송이 늘어나게 될 뿐”이라고 반박했다.

정부 여당의 방송법과 시행령 개정이 공영방송 민영화의 주춧돌 역할을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디어 관계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의 방송 진출 문을 연다 해도 실제로 이들이 나눠가질 ‘파이’가 필요한데, 작금의 공영 중심의 방송 구조 하에선 실제로 나눌 몫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회 사정에 밝은 한 방송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국가기간방송법 제정과 KBS 수신료 인상 등을 통해 KBS 2TV와 MBC 민영화를 꾀하고자 물밑 작업을 분주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은 물론 현 정권 탄생에 기여한 보수 언론에 방송을 쥐어 주면서 ‘보은’도 하고 이를 통해 장기집권의 보험도 들어 두는 상생전략을 도모하고 있는 게 아니겠냐”면서 “대기업과 보수신문에 쥐어줄 파이가 대중의 예상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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