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기자채용 선발방식 변화, 진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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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런던 / 장정훈 통신원

BBC가 자사 기자들의 선발에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목적은 소수 유색인종이나 장애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을 뉴스판으로 끌어들여 뉴스룸 인력의 다양화를 꾀하는 동시에 신속하게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선발 방식은 우선 기자 인재풀을 만들어놓고 뉴스룸에 자리가 생길 때 수시로 채용하겠다는 거다.

BBC의 기자 인재풀 제도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채용을 목적으로 하지만 갓 대학을 졸업한 졸업생이나 사회초년병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사 경력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거다. BBC 안팎에서 기자 혹은 그에 준하는 직종에서 일을 하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실기테스트를 거쳐 인재를 선발 하는데 지원자들은 실기 테스트로 목소리 테스트와 뉴스 상식, 그룹별 실전과제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런 과정을 거처 선발이 된 이후엔 BBC 내에서 1년간의 저널리즘 교육과정을 마쳐야 한다. 물론 무료다.

새로운 기자채용 방식을 도입한 BBC의 인재채용 사이트

1년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풀에 등록이 되고, BBC는 뉴스룸에 자리가 생길경우 등록된 인력을 우선 배치하게 된다. 물론 교육 과정을 마쳤다고 해서 바로 BBC에 취업이 보장 되는 건 아니다. 뉴스룸에 자리가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BBC도 모르고, 다른 어느 누구도 모르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마치고 풀에 등록이 된 후보자들이라고 해서 당장 취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BBC는 다음과 같이 말해준다.

“풀에 등록된 인재들은 자리가 생길 때까지 기존의 직장을 유지 할 수 있다. 자리가 나면 바로 부르겠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지원에 학력제한이 없다는 거다. BBC는 〈투데이〉의 진행자 존 팸프리를 예로 들며 대학을 나오지 않았어도 BBC맨이 될 자격이 있음을 강조한다. 현재 2009년 과정은 등록을 마감했다.

영국의 방송 통신 조정기구 오프콤과 합의한 ‘2008/ 2009년 BBC 프로그램 정책’에 따르면  BBC는 하루에 최소 1380분 동안 전국뉴스 프로그램을 방송해야 하고, 이중 275분은 오후 6시부터 10시 30분 사이의 프라임 타임대에 편성을 해야 한다. 지방뉴스 프로그램은 3920분을 편성해야 하고, 이중 다시 2010분은 프라임 타임대에 들어가야 한다. 전국뉴스는 하루 평균 23시간 이상, 지방뉴스는 하루 평균 65시간 이상 방송을 내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BBC1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참고로 BBC는 현재 BBC1~4, 어린이 채널 CBBC, 유아채널 CBeebies,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과 BBC 국회방송, HD TV등 총 9개의 TV채널과 16개의 라디오 채널, 2개의 인터넷 채널을 보유 하고 있다. 채널수로 보면 BBC는 여전히 거대한 공룡이다.

▲ 런던=장정훈 통신원/ KBNe-UK 대표
그럼에도 불구하고 BBC는 꾸준히 감원정책을 펼쳐왔다. 지난 1일에도 210명의 감원계획이 발표됐다. 한때 2만 6000명에 달하던 BBC의 사원수는 이제 2만 명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 되었다. 허리띠 졸라메기의 일환이었다. 그런 BBC가 기자를 확충하기 위해 인력풀을 출범시킨 것은 왜 일까? 앞서 언급 했듯이 표면적으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사회가 날로 다양해져 가는 만큼 기자인력의 배경을 다양화 시키고, 필요할 때 신속하게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자꾸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의구심을 부추기는 것은 풀을 그냥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테스트를 거쳐 뽑힌 지원자들은 다시 1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이어지는 전문 교육 과정까지 통과해야 한다. 당연히 지원자들의 개인적 부담도 있을 것이고, BBC로써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갈 터다. 그렇게 생산된 인력을 아무 기약도 없이 필요할 때 채용하기 위해 풀에 넣어 둔다? 있는 사람도 자르는 판에? 없다는 돈 털어서 교육까지 시키고? BBC의 꿍꿍이가 뭘까? 그 해답은 1년이 지나봐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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