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단 살포’ 방송 보도, 뒷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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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협동사무처장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일부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문제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 이후,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이를 막으려던 시민사회단체 회원이 폭행을 당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방송3사의 대북 전단 살포 관련 보도들은 대부분 ‘전단 살포 상황’, ‘정부의 자제요청’, ‘북측 반발’, ‘시민단체간의 충돌’ 등을 단순 전달하는 수준이었다. 

KBS는 ‘전단 살포 자제요청’(10/8,단신), ‘전단 살포 강행’(10/10), ‘“전면차단” 경고’(10/17), ‘전단 살포에 항의’(10/27)에서 전단 살포 문제를 다뤘다. 제목만으로도 알 수 있듯, 보도는 ‘보수단체’들의 전단 살포 강행, 정부의 자제 요청 사실과 북한의 반발을 전했다. 정부의 대처를 다룬 ‘‘적극대처’에 반발’(11/19)에서도 통일부와 외교부 등 관계자의 대책 회의를 전하고 각계의 입장을 나열하는 정도였다.

▲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의 뉴스보도.

MBC도 비슷한 보도 경향을 보였으며 그나마 11월 14일 ‘안 막나? 못 막나?’에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답답한 처지와 함께 대북 전단 살포를 막을 법적 근거를 찾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렵고, 전단을 뿌리는 단체들과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 사이의 충돌사태가 우려 된다’고 지적하는 데 그쳤다. SBS 역시 ‘전단지 살포 강행’(10/10), ‘전단 살포 강행’(11/20) 등에서 전단 살포 단체와 정부 입장을 전하는 정도였다.

폭행사건이 벌이진 지난 2일 방송3사 보도는 전단을 날려 보내는 현장을 중계하는 수준이었으며, 그나마 폭행사건에 대해서도 책임소재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 KBS ‘내일까지 인력 철수’에서는 “전단 살포를 강행하려는 측과 이를 막겠다는 측이 맞서면서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며 “격렬한 실랑이 속에 가스총이 발사되고, 둔기를 휘두른 사람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고 애매하게 표현해 누가 폭력을 휘둘렀는지, 누가 부상을 당했는지 알 수 없었다.

MBC도 ‘전달 살포 충돌’에서 진보연대 회원이 둔기에 맞아 머리를 다쳤다는 사실은 전하지 않은 채 “둔기를 휘두른 북한인권 단체 회원 1명은 경찰에 연행됐다”고 언급했다. 그나마 SBS ‘보수진보 충돌’은 “욕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거친 몸싸움이 벌어져 진보단체 회원 1명이 머리를 5바늘 꿰매는 등 여러 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방송3사 모두 대북 전단 살포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단 살포에 대한 정부 대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등 ‘남북관계’라는 큰 틀에서 전단 살포의 문제점과 대책을 짚어보려는 태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물론 현재의 심각한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이 단순히 대북전단 살포 때문만은 아니다.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 핵심기조라 할 수 있는 이른바 ‘비핵·개방·3000 구상’ 자체가 북측의 반발을 초래했으며,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부터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이 이어져왔다. 우리 정부가 불필요하게 북측을 자극하고, ‘한미동맹’만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남북관계에 대한 일관된 철학 없이 오락가락 대응을 거듭하는 가운데 북한은 ‘통미봉남’으로 나아가면서 남한을 압박했다. 대북 전단 살포는 이처럼 점점 경색되어온 남북관계에 ‘쐐기’를 박는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협동사무처장

문제는 대북 전단 살포는 전단을 뿌리는 측이 그토록 소망한다는 북한 인권개선과 납북자 송환을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남북관계만 악화시킨다는 데 있다. 더욱이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남북관계마저 꼬이고,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들까지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가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손 놓고 있다고 방송마저 전단 살포 장면, ‘보수-진보 충돌’ 장면이나 보도한다면 장차 남북관계가 어떻게 되겠는가. 방송은 지금부터라도 대북 전단 살포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정부의 방치가 왜 문제인지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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