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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 기자의 주간 미디어리뷰]

▲ 이희용 한국기자협회 부회장ㆍ언론연구소장
30년 가까이 지상파방송의 광고판매를 대행해온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독점체제가 깨지게 됐습니다. 11월 27일 헌법재판소는 지상파방송사로 하여금 KOBACO, 또는 KOBACO가 출자한 회사가 위탁하는 광고물 이외에는 방송하지 못하도록 한 현행 방송법 73조 5항과 동법 시행령 59조 5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선언하고 내년 말까지 개정할 것을 주문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지요.

이 법령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곳은 케이블TV, 위성방송, 위성DMB 등의 광고판매를 대행하는 태평양미디어앤드커뮤니케이션입니다. 2006년 2월 7일 설립된 이 회사는 지상파방송 광고판매 대행을 못하게 하자 그해 3월 16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며 "지상파방송 광고판매 대행의 KOBACO 독점을 보장한 방송법이 헌법 제11조의 평등권과 15조 직업선택의 자유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지요.

방송법 73조 5항은 "지상파방송사업자(지상파방송사업자와 방송채널 사용계약을 체결하고 그 채널을 사용하여 지상파방송을 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를 포함한다)는 한국방송광고공사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송광고판매대행회사가 위탁하는 방송광고물 이외에는 방송광고를 할 수 없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송광고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방송법시행령 59조 5항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송광고판매대행회사라 함은 방송광고판매대행을 위하여 설립된 주식회사로서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출자한 회사를 말한다"라고 명문화돼 있지요. 이는 민영 미디어렙 신설을 염두에 두고 2000년 3월 통합방송법 발효에 맞춰 만든 조항이나 민영 미디어렙 신설 논의가 표류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KOBACO가 출자한 회사는 하나도 없습니다.

이 조항에 따라 한국미디어렙은 지상파방송 광고판매를 대행하기 위해 KOBACO에 출자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2004년 12월 30일 서울행정법원에 부작위위법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요.

헌재가 위헌이라고 본 근거는 과잉금지 원칙 위반과 평등권 침해입니다. 헌재는 "외관상 제한적 경쟁체제를 도입해놓고도 KOBACO가 경영상 판단을 이유로 지금처럼 계속해서 출자를 미룬다면 독점체제가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KOBACO 출자 회사에만 지상파방송 광고판매 대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 적절한 수단이 아닐 뿐더러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는 방법의 사례로 ▲일정한 요건, 조직, 시설을 갖춘 업체에 한해 허가제로 한다든지 ▲중소 방송국에 일정량의 방송광고를 제공하는 경우에만 민영 광고판매 대행사업자의 설립을 허가한다든지 ▲방송광고 가격의 상한선을 정한다든지 ▲특정 장르, 특정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쿼터제를 도입한다든지 ▲방송사의 출연금으로 기금을 조성해 공공성이 높은 프로그램 제작에 보조금을 지급한다든지 ▲허가를 받은 경우에도 방송의 공익성ㆍ공정성을 해하는 영업을 할 경우에는 허가를 취소한다든지 하는 등의 방법을 들었지요.

그동안 KOBACO 독점체제의 해체에 따른 우려, 즉 ▲지역방송ㆍ라디오방송 등의 고사 ▲방송광고료 급등 ▲시청률 과열 경쟁 ▲프로그램의 상업화ㆍ오락화 등에 대한 장치를 별도로 마련하는 것은 괜찮지만 독점 자체는 문제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평등권에 대해서도 "방송의 공공성 내지 공익성ㆍ다양성을 담보하기 위한 입법 목적의 달성은 KOBACO이거나 이로부터 출자를 받았는지 여부로 좌우되지 않으며, 실질적인 경쟁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복수의 광고판매대행사가 존재하는지, 공공성이나 다양성 등을 제고하기 위한 실질적인 제도를 구축하고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면서 "차별 목적과 수단 사이에 비례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단순 위헌 결정을 내려 당장 그 효력을 상실케 할 경우 방송광고 판매대행사업자가 난립해 시장을 무질서한 상태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면서 "관련 규정은 위헌성이 제거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적용돼야 하고 늦어도 2009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못 박았지요.

헌재 전원재판부는 9명의 재판관 가운데 6명의 찬성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공현 재판관은 즉각 관련법 조항의 효력을 상실케 하자는 '단순 위헌' 의견을 냈으며, 조대현 재판관은 대행 제한 규정만이 아니라 위탁 강제 부분까지도 헌법에 어긋난다는, 다시 말해 지상파방송사가 직접 광고를 수주하도록 해야 한다는 '전부 위헌' 의견을 냈지요. 이동흡 재판관만이 법률 조항에 대해서는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가 직접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하' 의견, 시행령 조항에 대해서는 다수 의견에 동의하지만 법률과 별개로 독자적인 위헌성 심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KOBACO는 81년 출범 이래 늘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광고로 방송을 통제하는 한편 이를 통해 조성된 돈을 이른바 통치자금으로 활용하려는 5공 군부독재의 유산으로 지탄받는가 하면, 프로그램의 공익성을 담보하고 광고시장의 질서를 유지해 미디어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제도라고 칭송받기도 했지요.

이른바 '끼워팔기'를 놓고도 한쪽에서는 "광고주의 자유로운 선택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군소방송의 생존을 도와 다양성을 유지해준다"고 맞받았습니다. 특히 현업 방송인 단체나 시민단체 등에서는 "KOBACO 체제가 해체되면 광고주가 프로그램에 개입해 제작 자율성을 해치고 시청률 경쟁을 의식한 상업주의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으나, 광고주와 일부 방송 경영진들은 "KOBACO 독점체제가 실질적인 경쟁을 가로막고 있어 방송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요.

▲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방송협의회, 불교방송 노조, CBS노조는 헌재의 결정을 하루 앞둔 지난달 26일 서울 가회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가 코바코의 존재가치를 법리적으로 올바르게 해석하라”고 촉구했다.
KOBACO 체제의 개편 논의가 시작된 것은 김영삼 정부 때부터였으나 당시 실세로 꼽혔던 이원종 씨가 공보처 차관 시절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표현한 것처럼 정통성 없는 5공의 서자로 태어났으나 효자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단박에 바꾸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김대중 정부 들어 방송개혁국민회의에서 제한경쟁 도입을 통한 단계적 자율화 쪽으로 의견을 모았고 방송법과 시행령에서 그 단초가 마련됐습니다. 이번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조항이 바로 그때 만들어진 것이지요.

당시 문화관광부는 공-민영 미디어렙을 이원화(MBC를 포함한 공영방송 광고는 KOBACO가 계속 대행하고 SBS와 지역민방의 광고는 신설 민영 미디어렙이 대행함)하는 동시에 민영 미디어렙도 KOBACO가 출자해 신설하고 SBS의 출자는 당분간 금지하는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으나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MBC는 "우리는 소유구조로는 공영이지만 수입구조로는 SBS와 똑같기 때문에 공-민영 이원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세게 반발했으며, 규개위원 가운데 상당수도 "민영 미디어렙을 한 개 신설하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경쟁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지요.

그러나 상황은 엉뚱하게 흘렀습니다. 당시 메이저신문을 포함한 모든 신문은 민영 미디어렙이 신설되면 시청률 경쟁이 심화되고 광고료가 급등한다면서 연일 비판기사를 쏟아내고, 종교방송과 지역방송 등도 거세게 반발하다 보니 아예 보류한 겁니다. 규개위의 주문에 따라 KOBACO가 실시한 시뮬레이션 분석에서도 부정적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요. KOBACO와 지역방송, 종교방송 등은 한숨 돌리게 됐지만 SBS 입장에서는 "MBC가 숟가락 하나 더 놓자고 하는 바람에 밥상을 엎은 꼴"이라고 투덜댈 만도 했지요.

그 뒤로도 미디어렙 도입 논의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2005년 문화부는 방송광고 태스크포스를 꾸려 다섯 달 동안 KOBACO 체제 개편 문제 등을 논의하다가 결론을 내지 못한 적도 있었지요. 한미 FTA 협상 타결에 따라 이 문제가 현안으로 다시 부각되기도 했고 새 정부 출범 이후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잇따라 미디어렙

그때나 지금이나 찬성 논리나 반대 논리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기류는 확실히 바뀐 듯합니다. 일단 정부 관련 부처의 의지는 예전보다 훨씬 강해진 듯합니다. 헌재 결정으로 더욱 힘을 받게 됐지요.

SBS와 MBC는 광고수주율 격감으로 미디어렙 도입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으나 신문-방송 겸영 등 미디어 관련 현안이 뜨겁게 달아오름에 따라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특히 MBC는 현 정권이 민영화 압박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요.

반대로 종교방송은 예전보다 훨씬 강경한 어조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현 정부의 종교 편향에 항의해온 불교방송의 태도가 완강하지요. 지역민방과 MBC 지방계열사들도 현 정부가 지난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송두리째 포기하려 한다는 의심을 품고 있습니다.

신문들의 전선에도 균열이 생긴 듯합니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KOBACO 체제가 해체되면 신문들의 광고수입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꼭 그것만은 아니겠지만-여전히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나 현 정부의 미디어 재편 방침에 총론적으로 찬성하고 있는 조중동은 확실히 달라진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언론노조와 미디어행동 등 현업 언론인단체와 시민단체 등은 헌재의 결정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SBS 노조위원장 시절 미디어렙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던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밝힌 미디어렙 도입 시기에 맞춰 헌재 결정이 내려진 것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언론노조 등에서는 2000년 규개위 심사에서 MBC가 논란이 됐던 점을 들어 미디어렙 도입을 공영방송 민영화의 지렛대로 활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요.

반면 시민단체 인사 가운데서도 KOBACO 연구위원 출신으로 미디어렙 도입 방침을 앞장서서 비판해왔던 신태섭 전 민언련 대표는 지상파방송 재원 마련을 위해 제한경쟁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그는 최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간하는 격월간지 '시민과 언론'에 단계적 미디어렙 도입을 주장하는 글을 실어 눈길을 끌었지요.

KOBACO에서도 노조를 중심으로 미디어렙 도입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으나 양휘부 사장은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애매한 태도를 취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선 당시 대통령 특보를 맡았던 만큼 현 정부가 추진하는 방침에 정면으로 반대하기가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이 문제를 놓고 정당 간 입장 차이도 확연하게 갈리는데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헌재 결정에 찬성하는 분위기이고, 민주당ㆍ민주노동당ㆍ진보신당 등은 뚜렷한 반대 입장을 냈지요. 특히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KOBACO 체제를 경쟁체제로 전환시키려는 정부 여당의 방침이 이번 헌재 결정에 상당히 영향을 미쳤으며 정부 여당과 조율한 의심도 여러 군데서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쨌든 헌재 결정을 계기로 미디어렙 도입 논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인데, 문제는 2000년 도입 논의 이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헌재 결정문을 보면 당시 문화부가 마련한 제한경쟁 방안 역시 위헌성이 있다는 판단이어서 신설 미디어렙을 KOBACO가 출자한 회사로 제한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신 헌재가 예로 들었던 방안을 중심으로 보완책을 마련하자는 데 무게가 실리겠지요.

일각에서는 최근 종부세 일부 위헌 결정 등을 들어 헌재의 권위를 부정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헌재 결정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헌재 결정을 뒤엎을 뾰족한 수단은 없지요. 헌재 결정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최대한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입법 논의가 이뤄지는 수밖에 없을 텐데,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방통위원장 "미디어 재벌 나와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와 보도 및 종합편성채널 진출이 금지돼 있는 대기업의 기준을 자산 규모 3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늘리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11월 26일 의결했습니다.

이는 IPTV법 시행령을 제정할 때 10조 원으로 정했기 때문에 예고된 수순이긴 했으나 보도와 종합편성만 규정된 IPTV법과는 달리 방송법에는 지상파방송도 함께 규정돼 있어 논란이 뜨거웠지요. 특히 언론노조는 IPTV의 지상파 재송신 협상과정에서 이를 연계시켜 투쟁에 나서는가 하면 공청회를 두 차례나 무산시키기도 했습니다. 민주당도 거세게 반발하는 바람에 방통위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IPTV 도입에 따라 SO의 시장점유 제한 기준을 매출액(33%)에서 가입가구 수(3분의 1) 기준으로 변경하고, SO 간 및 PP와 SO 간 방송구역 수 소유 제한을 5분의 1 이하에서 3분의 1 이하로 완화했지요. 이 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12월 말께 공포ㆍ시행될 예정입니다.

26일 방통위 회의에서는 여야 추천 위원 간에 격론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송도균 부위원장과 형태근 위원은 "과거에 비해 경제규모가 늘어났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도 않는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안(10조 원) 통과를 주장했고, 이경자ㆍ이병기 위원은 "기존 지상파방송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고 공익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높다"면서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기준인 5조 원으로 낮추자고 주장했습니다.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자 이병기 위원은 "당초 30대 기업이었던 대기업 기준을 2002년 3조 원으로 바꿀 때 34개 대기업이 해당됐는데, 올 4월 30개 대기업을 기준으로 하면 8조 원, 34개 대기업을 기준으로 하면 6조 원이니 6조와 8조를 놓고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으나 여당 추천 위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네요.

결국 최시중 위원장이 나서 3대 2로 가결했는데 그가 표결에 참여하며 밝혔다는 소감이 의미심장합니다."방송을 언론 자유 측면에서만 본다면 설왕설래가 많을 수 있지만, 분명한 건 언론 자유를 누구도 제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언론 자유는 지난 30~40년 동안 피와 땀과 눈물로 쟁취한 것으로 언론의 남은 문제는 산업으로서의 언론이다. 미디어 전체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 생각 같아서 (자산총액) 50조 원, 100조 원 규모의 대기업까지 다 들어오게 하고 싶다. 그러나 가진 자나 대기업에 대한 국민 정서가 남다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10조 원으로 정하자는 뜻을 밝힌 것이다. 언론을, 광고시장을 어떻게 키우냐에 주안점을 두고 산업으로서의 방송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생각하면 규제는 사실 필요 없다. 한국에서도 미디어 재벌, 미디어 대기업이 나와야 종사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연관산업도 발전이 가능하다."

방통위원장, 나아가 이명박 정부가 현재의 언론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방송정책의 지향점이 어떤 것인지 함축적으로 잘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여겨집니다.

YTN 노조 '블랙투쟁'에 사과명령

같은 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이른바 YTN 노동조합원들의 '상복투쟁' 방송에 대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의결했습니다. YTN 노조원인 뉴스 진행자 등은 10월 8일부터 10월 10일까지 '굿모닝 코리아' 등에서 검정색 의상, 넥타이, 리본 등을 착용하고 방송했지요.

▲ YTN 노조가 진행한 블랙투쟁 장면. 오른쪽 아나운서가 검정색 정장 옷을 입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검정색 의상 등은 단순한 패션이라기보다 YTN 노조가 자신의 의사 전달을 위해 적극적이고 의도적으로 사용한 영상언어로 간주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방송의 공공성 및 공익성을 수호하여야 할 방송사가 자사 내부의 문제를 표현할 수단으로 방송을 사용해 방송의 공적 책임을 도외시한 것으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7조(방송의 공적책임) 1항 '방송은 공적 매체로서의 본분을 다하여야 한다'를 위반했고 ▲YTN의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노조의 불만을 일방적으로 표출ㆍ전달한 것으로 제9조(공정성) 4항 '방송은 종사자가 이해 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하여 시청자를 오도해서는 아니된다'를 지키지 않았으며 ▲방송 진행자 등이 방송사 내부의 갈등을 문제 삼아 국민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상복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착용한 것은 시청자에 대한 예의를 무시한 것으로 제27조(품위 유지) 1항 '방송은 품위를 유지하고 시청자에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를 위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의결 과정에서 야당 추천 위원들은 "블랙투쟁을 진행한 당사자인 YTN 노조의 의견 진술을 들어야 한다. YTN을 대표해 참석한 회사 간부는 '시청률 저하가 우려된다'는 등의 발언을 해 사실상 당사자의 소명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반발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퇴장했다고 하네요. 여당 추천 위원들은 "심의제재는 방송사에 대해 내리는 것이며 소위원회에서 방송사를 대표한 사람에게 의견 진술을 들은 것으로 충분하다"고 반박했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시민단체, 누리꾼 등은 '정치적 심의'라고 비판하고 나섰으나 보수 신문 등에서는 당연한 결정이라고 주장했지요. 예를 들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방통심의위가 합의제 정신을 지키지 않았고, 낙하산 사장과 부당징계에 항의한 것이 오히려 방송의 공적 책임과 시청자에 대한 예의 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방통심의위를 호되게 꾸짖은 반면 미디어발전국민연합은 "국민의 돈으로 월급을 받고 있는 직원들이 다양한 국민의 견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기적 목적으로 방송을 악용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라고 노조를 질타했습니다.

미디어발전국민연합은 "블랙투쟁 말고도 10월 24일 6건의 리포트를 통해 YTN 노조만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했다"며 "11월 11일 이 건에 대해 방통심의위에 제소(정확하게는 시청자 민원 신청, 혹은 방송프로그램 불만 접수)한 만큼 이 건 역시 중징계를 내려야 마땅하다"고 주장했지요.

중앙일보 김종혁 문화부문 에디터와 YTN 왕선택 기자가 주고받은 공방도 언론계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김종혁 에디터는 11월 29일자 칼럼 'YTN, 어디로 가려는가'를 통해 "솔직히 말해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공보특보를 했던 구 씨가 YTN 사장으로 온 게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도 ▲준공기업적 성격이 있는 YTN에서 낙하산 인사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YTN이 준공기업이 된 건 YTN 기자들이 원해서였는데 특혜만 받고 간섭은 받기 싫다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구 씨를 사장 후보로 추천한 사장추천위원회에 노조위원장이 참석해 서명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노조의 주장이 억지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왕 기자는 회사 게시판에 글을 올려 "구 씨가 YTN 사장으로 오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면 반대 투쟁에 나서는 것이 당연한데도 노조의 주장을 억지라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이 되는 것"이라며 ▲과거에 낙하산으로 추정할 수 있는 사례도 존재했지만 대통령 특보와 같이 정치적 편향성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경우는 없었고 ▲YTN에서 해고는 없었지만 절반 이하의 임금 삭감 조치를 당하는 과정에서 많은 인재들이 자진해서 물러났으며 ▲후배를 자르는 데 앞장서는 후배들이 후배들에게 예의를 지킬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보는가 등으로 반박했습니다.

KBS 노조 결선투표에서 누가 이길까

예상대로 제12대 KBS 노조 정-부위원장 선출을 위한 1차 투표에서는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12월 1~3일 결선투표에서 당선자가 가려지게 됐습니다. 1차 투표 개표 결과 사원행동을 지지하는 기호 4번 김영한-김병국 후보가 1천398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으며 11대 집행부의 노선을 잇는 기호 1번 강동구-최재훈 후보는 1천243표로 2위에 올랐습니다. 기호 2번 박종원-박정호 후보는 874표, 기호 3번 문철로-한대희 후보는 471표를 얻었습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KBS 노조 사상 최고인 94.4%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관심이 뜨겁기 때문이기도 하고 각 진영의 투표 독려도 활발했기 때문으로 풀이되지요. 이 과정에서 이른바 '관권선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기호 2번 박종원 후보는 11월 28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김영해 기술본부장이 팀장과 선임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빚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면서 "자기에게 온 표를 어느 한쪽으로 옮기려는 구시대적 선거전략"이라고 반박했다네요.

KBS 노조위원장 선거에서는 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기술직 표가 향배를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기자들은 잘 뭉치지 않고, PD들은 결속력은 강하지만 안티 세력이 많고, 행정직은 숫자 자체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이런 분석에 따르자면 기술직을 위원장 후보로 내세운 기호 1번이 비록 2위로 결선에 오르긴 했지만 PD가 위원장 후보인 4번에 비해 유리해 보입니다. 1번 후보가 현 노조 집행부의 부위원장을 지내는 동안 지역 표밭을 많이 다져놓았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또한 4번이 당선되면 이병순 사장 체제와 날카롭게 대립할 수밖에 없어 요즘과 같은 미디어 격변 시대에는 소위 안정 희구세력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지요.

반면 현 노조 집행부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해 4번에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정연주 사장이 밀려나고 이병순 사장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노조가 전혀 제 역할을 못했고 이후 사측이 사원 인사나 프로그램 개편을 단행할 때도 실망스러운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앞으로 사측이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면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듯합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4번과 같은 선명성 있는 노조가 들어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에서 제공했습니다. [이희용 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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