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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인권]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인터넷 발(發) 미디어 대충돌

쥐의 해였던 2008년은 다른 해와 달리 언론 특히 인터넷 미디어 분야에서 중요한 전환기였다. 한해를 회고하면, MB정부 개각부터 촛불, 경제위기 등 계속된 여러 정치 사회이슈의 중심에 인터넷이 있었고 사회적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기존 인터넷 신문?방송과 함께 포털뉴스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으며 블로그와 토론방, 댓글 등 새로운 인터넷 미디어 실험이 계속된 한해였다.

그리고 중심에는 바로 인터넷에 익숙한 - 굳이 표현한다면 “인터넷화 된” - 시민이 있다. 참여하는 시민이 인터넷을 활용해 표현과 언론의 자유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고, 성찰하고, 국가와 사회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해가 바로 2008년이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2008년은 기존 여론형성과정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인터넷 발(發) 미디어 빅뱅을 보게 된다. 그 변화의 주도자로서 집단적인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한 시민, 디지털화 된 시민, 네트워크로 연계된 새로운 시민이 등장한 것이다. 

2008년, 스트리트 저널리즘 - 인터넷 토론방 - 사이버 모욕죄

▲ 지난 2008년 6월 촛불집회 당시 인터넷 개인방송 아프리카에 올라와있던 동영상들 ⓒ아프리카
2008년은 새로운 현상의 등장과 이에 저항하는 퇴행적인 규제가 동시에 나타났다. 새로운 표현양식의 실험은 1인 미디어, 스트리트 저널리즘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다. 상반기 한국사회를 뒤흔든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서는 과거와 다른 형태의 미디어가 나타났다. 전문적인 직업기자들이 현장을 누비기도 했지만 이와 함께 참여 지향적이고 첨단 정보통신기술에 익숙한 프로추어들이 현장을 누비며 보도활동을 했다.

이들은 타인과 소통의 도구로 인터넷,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휴대폰, 와이브로 등을 활용했다. 종이신문과 방송이 정해진 시간에 한정된 보도만 했다면 집회현장을 누빈 1인 미디어 기자들은 다각적인 방향에서 자기의 시각으로 뉴스를 생산했다. 스트리트 저널리즘의 등장은 기존 하향식 미디어전파 경로에 익숙한 우리에게 충격이었고 이를 전문으로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1일 방문자 수가 수십만 명이 넘었다.

또 다른 현상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인기상품으로 선정한 인터넷 토론방에서의 표현의 문화이다. 인터넷 토론방은 수많은 시민들의 상호작용으로 정치과정에서 게이트키퍼인 정당과 언론의 역할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의제설정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촛불집회에서는 상황을 중계하고 전파하는 공간이었고 시민운동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공론장이었고 9월부터 몰아닥친 경제위기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미네르바’ 역시 인터넷 토론방이 낳은 스타이다. 인터넷 토론방은 단순한 감정의 해우소를 넘어 새로운 여론 형성의 공간이 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여론을 알려면 ‘포털 토론방으로 가라’라는 농담이 나왔을까? 이처럼 시민참여의 토론문화가 등장한 것은 향후 인터넷 미디어만이 아닌 언론사 전반에 있어 새로운 전환기적인 사건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와 함께 “사이버 모욕죄”와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 확인제)”, 포털에 의한 “모니터링”의 신설 및 확대논란은 사회적인 갈등을 조장하기도 했다. 연예인 악성댓글과 자살사건은 인터넷에서의 무분별한 글쓰기의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각심과는 별개로 인터넷에서의 글쓰기를 차단하고자 하는 세력들은 법적 규제를 통해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그 결과 ‘반의사 불벌죄’를 기본으로 하는 사이버 모욕죄라는 전 세계에서 중국만이 시행하는 법을 제정하고자 하는 것이 인터넷을 둘러싼 작금의 현실이다.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 대안 마련은 없이 일단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닫고 보자는 발상이 바로 사이버 모욕죄의 신설과 인터넷 실명제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규제의 강화는 포털을 위시로 한 ISP의 모니터링 강화라는 방식으로 비화될 우려도 있다.

2009년, 인터넷 미디어 환경의 격변 계속될 것

▲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언론인권센터 1인미디어특별위원회
인터넷을 둘러싼 새로운 시도와 이에 대한 반작용인 규제논란은 2009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역사적으로 인터넷 규제의 실효성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규제가 단기적인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실효성이 없다. 그 이유는 유연한 네트워크 구조인 인터넷은 새로운 경로가 무궁무진하고 우회할 수 있는 방법과 기술적인 장치,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국내법의 한계로 인한 단속의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기존의 법과 규제를 무력화시킨 자기진화의 기술인 특징을 가지고 있고 참여지향적인 시민이 스스로 공간을 확장한다면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 미디어 방식은 또 나타날 것이다. 기본적으로 열린 아키텍처를 가진 인터넷은 앞으로도 시민들의 입과 눈이 될 것이고 보다 민주적인 그리고 보다 자유로운 언론환경을 만드는데 있어 앞으로도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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