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방송사 없이 지역방송 작가도 없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역 작가들의 언론노조 총파업 참가기

▶제목: 나쁜 한나라당인들 (부제: 막돼먹은 MB씨)

▶주연배우: 전국 언론 노동자, 한나라당, 조중동, 2MB

▶등급 : 3살 묵은 얼라부터 나~많은 할매 할배들까지. 단, 조중동 매니아들은 봐도 이해 못함.

▶장르 : 로맨스는 절대 아님

▶줄거리 : 한나라당과 정권의 억압을 받던 2009년 1월 6일 아침 8시.
마산 MBC PD, 기자, 아나운서, 엔지니어들과 함께
위기에 빠진 언론을 구하기 위해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마산 MBC 얍 활력천국 김봉임 작가
전국언론노동조합 총파업 집회 좌충우돌 참가기!

▲ 언론노조 총파업 결의대회

# 1. 소개합니다.
이름: 보릿고개 시절 알아주던 이름 김/봉/임
(또래 중에‘봉’자 들어가는 이름은 흔치 않다)
소속: 마산 MBC 〈얍 활력천국〉작가
나이: 서른 잔치가 끝나면서 까먹었다.
몸무게: 육중하다
주량: 없어서 못 먹는다.
성격: 저질!

# 2. 버스 안에서
2009년 1월 6일 아침 8시, 마산 MBC 식구들과 버스에 올랐다.
어디로? 서울로!
왜? 모르는 사람은 몰라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정권과 거대재벌의 언론 장악 음모를 깨부수기 위해...
조합원도 아니면서? 이거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방송작가도 언론 노동자야!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 내내 ♬내가 미쳤어~♬니도 미쳤어! 노래가 입가에 맴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눈치를 주지만 오늘만큼은 따지지도 말고 묻지도 말고 단결해야 한다.
‘나쁜 한나라당’을 물리치기 위해선 끈적~한 동지애로 뭉쳐야 하기에...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 비나이다 비나이다 마늘 먹고 사람 된 단군 열성조시여!
도끼 빠뜨리는 나무꾼 없어 심심한 독거노인 산신령이시여!
불철주야 지구 지키느라 욕보는 독수리 오형제시여!
학교에는 일제고사 타령! 공장엔 비정규직 타령!
농촌엔 한미 FTA 타령! 가정엔 각방 타령! 우체통엔 독촉장 타령 2MB 집권 1년! 눈 씻고 찾아봐도 국민 위한 정책하나 없더니...
이제는 언론까지 꿀꺽하겠다고 하옵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이시여! 부디 나쁜 한나라당인들을 말려주옵소서!

#3. 방송작가도 언론노동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구성원도 아니면서 파업에 참석하려고?
마산 MBC 작가들의 파업지지 성명을 두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단호히 말한다.
언론의 공공성을 지키는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나눠질 수 없다.
지역방송사 없이는 지역방송 작가도 없다.
고로, 이 투쟁은 언론노조 조합원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방송작가들의 생존권 문제다.
더군다나 족벌 신문이 방송을 장악하면 나처럼
거시기한 글쓰기 좋아하는 작가들은 사주 눈엣가시다. 잘린다.
그래서 나는 오늘 팔뚝 높이 들고 몸 좀 풀 것이다.
언/론/장/악/저/지/투/쟁!

▲ 피켓들고 있는 김봉임 작가
#4. 4차 총파업 결의대회와 촛불 문화제
집회대오가 일사분란하다.
마산 MBC는 언제나 투쟁의 선봉에 선다.
집회가 시작되자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진다.
언론장악 저지 투쟁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나쁜 한나라당에 대한 묘한 분노가 느껴진다.
내 눈에는 콩깍지가 씌워진다. 평범하게만 보였던 마산 MBC 식구들이 멋있어 보인다.
3초간 함성! 와~~~~~~~~
국민들을 무서워하지 않는 제 아무리 막돼먹은 한나라당과 정권이라도 이 정도면 겁 좀 먹겠지?
오호라~ 여야 3당이 언론관련 법안 처리를 미루는 것을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5. 아직 갈 길이 멀다.
고래들은 천리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서로 필이 통한다고 한다.
태평양 고래가 ‘야호’ 하면 대한민국 고래가 ‘호야’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기특한 고래와는 달리 십리 밖의 얘기도 듣지 못하는 동물이 있으니 이름하여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다.
수많은 촛불 앞에서도 꿈쩍하지 않는 밀어붙이기의 달인들이다.
세상에서 제일 싸우기 힘든 상대는 무식한 놈이다. 말이 안 통하기 때문이다.
뇌 주름 늘리는 트레이닝이라도 시켜야 되는 걸까?
상식만 통해도 대화가 될 텐데... 총파업 14일, 일단, 언론노조가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벌써부터 말 바꾸기를 시작하는 한나라당을 보면 앞으로 갈 길이 멀기만 한 것 같다.
밝게 빛나는 별을 보려면 앞에 있는 등불은 꺼야 하는 법이다.
지금 당장 몸은 고되고 힘들더라도 언론의 공공성을 지켜내는 길에 마산 MBC 작가들과 함께 할 것이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빨리 온다고 했던가?
승리에 대한 확신이 든다. 얍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