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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미네르바’와 사이버모욕죄 ‘득실 계산’

[보도비평] 조선·중앙 ‘정치쟁점화 경계’, 동아 ‘누리꾼 비판’ 김도영 기자l승인2009.01.13 17: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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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 체포 직후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신문들은 그가 전문대 출신 30대 무직 남성이라는데 주목하며 ‘가짜 전문가’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조중동은 이어 ‘돌팔이 의사에 당한 꼴’(중앙, 1월 9일) 등 노골적인 표현으로 익명에 기댄 ‘가짜 전문가’의 허위사실 유포에 누리꾼들이 속았다며, 이번 사건의 본질은 결국 익명성의 폐해와 성숙하지 못한 인터넷 문화라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여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려는 사이버모욕죄 도입 근거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10일자 조선일보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인터넷 상의 허위사실 유포가 얼마나 사회 불안적 요소로 작용하고 확대재생산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 ‘사이버모욕죄’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조선일보 1월 12일자 31면.

하지만 법원이 박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이후 조중동의 보도 태도는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네르바 구속 논란이 사이버모욕죄 도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저마다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은 미네르바 논란이 확대되는 것 자체를 경계하는 입장이다. 검찰 수사결과 등 미네르바 관련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조선은 그동안 집중 보도하던 태도를 바꿔 13일자에는 관련 보도를 전혀 싣지 않았다.

앞서 조선은 12일치 사설에서 “야당은 어떻게든 미네르바 구속의 ‘곁불’을 쬐려고 ‘인터넷 공안’ 운운하고 있다”며 “여기에서 어떻게 정치적 이득이나 챙길까 두리번거리는 제2, 제3의 가짜들이 이 사회를 다시 어지럽힐 것”이라며 정치쟁점화를 경계한 바 있다.

조선의 이같은 태도는 미네르바 사건이 ‘제2의 촛불’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사이버모욕죄’가 없어도 이번 사건처럼 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를 충분히 처벌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일각의 문제제기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 미네르바 사건의 정치쟁점화를 경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사이버모욕죄 도입에 힘을 싣고 있다. 중앙은 10일치 사설에서 “민주당이 미네르바 사건을 정치 쟁점화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부 네티즌의 반발과 의구심을 등에 업고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사이버모욕죄 도입에 반대하는 명분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깔려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1월 12일자 30면.

그러면서도 미네르바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담당 판사가 누리꾼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자 12일치 사설에서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사이버모욕죄는) 익명의 다중으로부터 테러나 다름없는 모욕을 당하고도 하소연할 데조차 없던 수많은 피해자를 위한 구제책인데도, 야권은 ‘네티즌 통제법’이라는 과장된 말장난을 앞세워 법안 상정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아는 누리꾼들이 영장 판사의 신상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한 것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며 사이버모욕죄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동아는 12일치 사설에서 “이러한 철부지 누리꾼들의 행위는 역설적으로 사이버 모욕죄 도입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보수신문들은 정작 미네르바 구속의 적합성 여부를 따지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중앙은 12일치 사설에서 “과연 구속감이었는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일단 법원의 판단이 나온 만큼 앞으로 벌어질 법적공방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발을 뺐다.

조선은 같은날 사설에서 “(미네르바의 구속영장 발부는) 사회적으로 큰 혼란과 피해를 주는 허위 사실까지 ‘표현의 자유’로 허용할 수 없고 인터넷이 성역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라며 법원의 결정을 두둔했다.

한겨레와 경향이 미네르바 체포 직후 ‘인터넷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하며, 검찰의 박모 씨 구속논리가 정당한지 문제제기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검찰은 지난 12일 ‘미네르바’ 박모씨가 올린 글 때문에 지난해 외환보유액이 20억 달러 이상 추가 소진됐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 경향신문 1월 13일자 3면.

이에 대해 한겨레는 13일치 사설 <기획재정부, 누워서 침뱉기 그만둬라>에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아무개 씨를 무리하게 구속한 검찰이 웃음거리 자충수를 계속 두고 있다. ‘정부가 금융기관 등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라는 긴급공문을 보냈다’는 내용을 담은 박씨의 글이 허위라고 했다가 겸연쩍게 되자, 이번에는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며 그의 글이 외환 시장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고 주장한다. (중략) 그러나 검찰이 제시한 근거는 빈약하며 황당하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경향도 같은날 <“20억 달러 투입” … 檢 미네르바 구속논리 허점> 기사에서 “박씨의 글로 인해 환율이 급등해 2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이 소진됐다는 논리 자체에 허점이 많은 데다 검찰 수사로 정부가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조중동은 ‘미네르바’ 박모씨의 실체를 파헤치는데 열을 올리며 사생활 침해 등 ‘과잉 취재논란’을 빚기도 했다. 조선은 9일 제일 먼저 박씨의 실명을 공개했으며, 중앙은 같은날 <“오빠, 몇 달 간 집에서 온종일 인터넷에 글써”>에서 박씨의 이웃과 해외에 있는 여동생의 멘트를 인용했다. 동아도 10일 <이웃들 “외출 거의 안하고 택배상자만 수북”> 기사에서 박씨의 고3 담임, 대학 동기, 이웃 주민 등을 인터뷰했다.


김도영 기자  circus@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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