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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박모씨 구속 이후 여론 악화…법조인들 “사이버모욕죄 도입 불필요 확인”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 박모(31)씨의 구속을 놓고 법적 타당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모욕죄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검찰의 미네르바 수사 착수 직후인 지난 9일만 해도 한나라당은 “인터넷 공간에서 허위사실 유포가 얼마나 한국 사회에 나쁜 영향을 초래하는지 나타났다. 사이버 공간에서 실명화가 진전되고 허위사실과 욕설이 난무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홍준표 원내대표), “인터넷 익명성이 가진 위험의 크기를 확인시켜줬다”(윤상현 대변인) 등 현 정부 경제실정의 책임을 미네르바에게 전가하며 해당 논란을 사이버모욕죄 도입의 근거로 삼았다.

▲ 검찰이 인터넷 경제 논객 미네르바를 체포해 조사 중인 가운데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정부비판 재갈 물리는 미네르바 체포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생민주 국민회의 회원들이 미네르바 체포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미네르바 석방을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미네르바 박모 씨 구속의 타당성과 관련한 문제제기가 나오면서 한나라당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특히 박모 씨 구속 이후 현행법으로도 인터넷 상의 허위사실 유포 등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는 여론이 점점 힘을 얻자 “미네르바 구속 수사는 지나친 감이 있다”(12일, 공성진 의원), “사이버모욕죄는 표현의 자유와 욕설의 자유를 대비시키는 것이지만, 미네르바 사건은 표현의 자유와 거짓말의 자유가 대비되는 사건이다. 이 사건과 사이버모욕죄는 다르다”(13일, 홍준표 원내대표) 등 사법당국의 ‘과잉대응’을 문제 삼고 나섰다. 사이버모욕죄와의 선긋기에 나선 것이다.

사이버모욕죄 도입이란 결론에 지나치게 집착, 이현령비현령 하는 한나라당의 이 같은 모습을 놓고 법 전문가들은 사이버모욕죄 도입의 타당성 부족이 오히려 확인됐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보라미 변호사(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는 “한나라당이 사이버모욕죄 도입을 주장하면서도 모욕에 대한 개념 자체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며 “모욕에는 욕설만이 포함되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사이버모욕죄를 표현의 자유와 욕설의 자유를 대비시키는 것이라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현행법의 대응도 대중이 이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 더욱 광범위하게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사이버모욕죄 신설이라는 개념을 끌고 와선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나라당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지하고픈 모욕이 있다면 최소한 모욕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과 사회적 위험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고 사회적 동의를 구해야 한다”며 “사회적 공감대가 허용 안 된 상태에서 욕이라고 뭉뚱그리는 것은 모욕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네르바 변호를 맡고 있는 박찬종 전 의원도 지난 12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미네르바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모욕죄를 강하게 추진하려 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인터넷 상의 정부 비판 글은 완전히 봉쇄되고 말 것”이라며 “모욕에 대한 개념이 엄청나게 남용될 수 있는 만큼 이 법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건으로 사이버모욕죄가 도입돼선 안 된다는 게 명확해졌다”며 “한나라당 주장대로 사이버모욕죄가 신설될 경우 피해자의 고소·고발 없이도 사법당국에서 볼 때 위험하다 싶은 사람을 마음대로 잡아들여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만 더 확충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최 의원은 “우리는 실명제를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미국은 익명권을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본다”며 “소설 ‘폭풍의 언덕’을 쓴 에밀리 브론테도 당시 여성작가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익명으로 글을 냈다고 하지 않나. 익명권의 보장은 인류가 오랜 시간 지켜온 민주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오는 15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인터넷 막걸리 보안법을 철폐하라’는 주제로 미네르바 구속과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 발제는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이사가 맡을 예정이며 김보라미 변호사,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정책국장,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독어독문학과),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 송호창 변호사(법무법인 정평) 등과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 중인 네티즌이 토론자로 나선다.

한편, 인권운동사랑방,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인권·법 관련 시민단체도 잇달아 성명을 발표하고 “미네르바 탄압과 사이버 모욕죄 도입은 심각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국경없는기자회도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박씨(미네르바) 체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 나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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