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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세계의 명화' ⓒEBS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방송 : 2009년 1월17일  23:35:00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 클린트 이스트우드, 제시카 월터, 도나 밀스
제작 : 미국 / 1971년
방송길이 : 102분
나이등급 : 19세

줄거리
데이브 가버(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캘리포니아 한 작은 방송국의 대중음악 라디오 쇼의 DJ다. 그는 자신의 라디오 쇼에서 한 여성으로부터 계속 “Play Misty For Me"(‘미스티’를 틀어주세요)라는 요청을 줄곧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이브는 자주 가는 머피(돈 시겔)의 바에서 에블린(제시카 월터)이라는 여자를 만난다. 에블린은 늘 데이브의 방송을 듣고 있다고 고백하고, 중학교 3학년 이후 첫 번째 데이트라며 그에게 호감을 표한다. 아마도 방송국으로 계속 전화한 여자가 바로 그일 것이다. 그렇게 함께 밤을 보낸 다음날부터 에블린의 ‘스토킹’이 시작된다. 무작정 먹을거리를 사들고 데이브의 집에 쳐들어온 것이다. 데이브는 자기가 먼저 전화하기 전까지는 연락하지 말라고 하지만 에블린은 들은 채 만 채다. 두 사람 사이는 우여곡절 끝에 계속되긴 하지만 에블린은 질릴 정도로 데이브를 괴롭히고, 거의 병적으로 자신에게 집착하는 에블린을 보며 데이브는 점점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데이브의 얘기에 에블린은 거의 광적으로 흥분한다. 그리고 떠난 데이브의 집으로 거의 쉬지 않고 전화를 해서 ‘사랑한다’고 울먹인다. 급기야 자살기도를 한 에블린을 자신의 집에서 지내게 만드는데 그럴수록 사태는 더 악화된다.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는 자리에 무작정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거나, 집안 물건들을 완전히 어지럽히는 식이다. 그 사실을 비밀로 하던 데이브는 그제서야 여자친구 토비(도나 밀스)에게 자초지종을 고백하게 되고, 경찰의 보호까지 요청한다. 하지만 에블린은 그보다 앞서 토비를 납치해 묶어두고는 폭력을 쓰게 된다.

주제
로브 라이너의 <미저리>(1990)를 연상케하는 ‘스토커’ 드라마의 원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감독 데뷔작인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는 그가 감독 데뷔 이전 가장 많은 작품을 함께 했던 돈 시겔 감독의 영향이 크게 느껴진다. 어떤 주제의식 이전에 장르영화의 박력과 쾌감에 더 매진하고 있는 듯한 모습 말이다. 그래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직접 연기하는 주인공의 모습에는 이전까지 그가 연기했던 남성상의 여러 요소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미 약혼녀가 있는 DJ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인 여자와 하루밤을 지내고 그 고통스런 뒷수습을 끝내기까지, 필름누아르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하드보일드한 여성 캐릭터와의 싸움 등 영화는 매끈한 스릴러영화의 구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주제의식이라는 측면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이전까지 연기한 <더티 해리>식의 거칠고 냉혹한 캐릭터보다는 조금 더 유순해졌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감상 포인트
이전까지 황야의 이름 없는 무법자이거나 경찰이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자신이 직접 감독 데뷔를 하면서 라디오방송국 DJ가 됐다. 하지만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의 데이브 역시 이전 영화들에서 보던 그의 이미지와 기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가 시작하면 너른 바다와 더불어 그를 지긋이 쳐다보는 그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건 이전 셀지오 레오네나 돈 시겔 영화들에서의 도입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바로 음악이 흥겹게 바뀌면서 그가 방송국으로 운전해서 출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 ‘나의 직업과 이미지가 이렇게 바뀌었다’며 자신의 감독 신고식을 따로 선언하는 것 같은데, 그러니까 일종의 도입부가 2번 반복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그의 헤어스타일이 그대로고 표정이나 연기 패턴도 그대로다. 심지어 그가 소개하는 사연의 느낌도 어딘가 하드보일드한 내용이다. 말랑말랑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아닌 셈. 흥미로운 것은 그의 연출 스승이나 다름없는 돈 시겔이 영화 속에서 그가 자주 가는 바의 주인장으로 나온다는 사실이다. 방송 도중 자신의 가게를 광고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하니 이스트우드는 “친구끼리 뭘 그런 걸 가지고”라고 답한다. ‘감독’ 이스트우드로서 최고의 감사 표시인 셈이다.

감독
1930년 5월 3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떠돌이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고등학교 졸업 후 벌채 노동자, 소방수 등 일용 노동직을 전전하며 피아노 연주가와 미군의 수영교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1950년대 유니버셜에서 제작된 일련의 B급 영화들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1959년 유니버셜을 벗어나 뉴욕에 가서 찍은 TV 시리즈 <로우하이드>(1959-1966)에서 상사 로우디 예이츠 역을 맡으며 서서히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다. 1964년 셀지오 레오네 감독의 스파게티 웨스턴 3부작의 시작인 <석양의 무법자>와 <황야의 무법자>에 ‘이름 없는 남자’로 출연하면서 1960년대 허무주의의 컬트 스타로 떠올랐다. 셀지오 레오네에 이어 돈 시겔과 만나 <더티 해리> 시리즈의 해리 칼라한 형사 역을 거치면서 자신의 스타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1971년에는 드디어 자신의 영화사 말파소를 설립하고 감독 데뷔작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를 완성한다. 이후 만든 그의 초기 연출작들인 <평원의 무법자>(1973), <무법자 조시 웨일즈>(1976) 등은 셀지오 레오네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야 말로 흔히 이야기하는 입지자전식의 고단한 연마과정을 거친 예술가임이 틀림없다. 흥행감독으로 인정받은 그는 <더티 해리> 시리즈는 물론이고 코미디, 산악 모험극, 비행 활극, 군사물에 이르기 까지 여러 장르에 걸쳐 고른 연출력을 보여주더니 끝내 재즈 영화 <버드>(1988)를 통해 작가영화 혹은 예술영화의 영역에 도전한다. 그의 끝 모르는 영화적 열정은 결국 <용서받지 못한자>(1992)의 아카데미 수상으로 이어지고 <퍼펙트 월드>(1993)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를 통해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진지한 영화작가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는데 성공한다. 그의 후기 감독작들은 하나같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휴머니즘에 기반하고 있으며, 프로듀서와 주연을 겸하는 완벽한 형태의 이스트우드식 작가영화를 지향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인생의 황혼기에 들어선 노인이 좌절된 과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우주로 향한다는 내용의 독특한 SF 영화 <스페이스 카우보이>(2000)를 만들었으며, 숀 펜과 팀 로빈스와 케빈 베이컨 등의 연기파를 기용한 <미스틱 리버>(2003)는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그의 녹슬지 않은 관록을 보여줬다. 최근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는 물론 전쟁영화 <아버지의 깃발>(2006)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2006)를 나란히 만들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최신작 <체인질링>(2008)이 최근 개봉했으며 내년에는 모처럼 직접 출연하는 <그란 토리노>로 찾아온다. 그는 여전히 활동적인 현역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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