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칼럼]다시 송구영신(送舊迎新)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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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왜 이리 답답한가

이맘 때쯤이면 어김없이 출몰하는 "다사다난했던 한 해"- 그 1996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남보다 앞서 계기 특집을 준비하고 연중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들에게 짜장 세모의 감회가 유달리 각별할 것은 없다. 달력은 12월이지만 우리들의 일상은 벌써 신년특집을 제작하고 내년 연말의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나아가 21세기를 기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인으로서 pd의 역법(曆法)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연인으로서 개개인이 올 한해의 삶을 반추하는 것까지 그 일상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때때로 우리는 프로그램에 지나치게 빠짐으로써 세상과의 대화에 소홀해진 결과 세상을 제대로 못 읽어내고 그 속에 처한 자신의 모습 또한 올곧게 세우지 못하는 오류를 허다히 범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해보는 1996년 세밑의 송구영신 - 그러나 답답하기만 하다. 1996년을 되짚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것은 mbc 파업과 강성구 사장 퇴진이다. 이 사건은 특정 방송사의 단순한 노사갈등이 아니다. kbs이사회, 방문진, 방송위원회의 인적 구성이 어떻게 비민주적으로 왜곡돼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23일간의 파업 이후 노조위원장의 해고 등과 강사장의 퇴진이 맞바뀌었지만 방송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4.11 선거에서 우리 방송은 오전 여론 조사를 통한 예측보고를 했지만 희대의 해프닝으로 망신살만 뻗쳤다. 그 와중에 앵커 출신, 연예인 출신의 다수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러나 문제는 방송.연예인 출신 국회의원 러쉬에도 불구하고 우리 방송의 진정한 공공성과 독립성에의 기여는 요원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가운데 시청률 조사가 재개됐다. 말이 "재개"지 그동안 줄기차게 책상 밑으로 돌아다니던 시청률표가 책상위로 올라온 것에 불과했다. 냉소적인 이들은 이같은 결과에 접하고 결국 이렇게 될 것을 왜 그렇게 속보이는 담합을 했었냐고 비웃을 따름이었다. 시사프로그램들에 가해진 각종 외압이 끊이지 않은 것도 올해의 특징이다. "추적60분"의 쌍용 사과상자, 한총련보도, 그리고 pd수첩의 훈장공화국 소동 등은 자본과 권력에 예종하는 우리 방송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두드러지던 방송광고 감소는 연말에 이르러 기승을 떨쳐 미판율이 20%대에 육박하고 있다. 그 와중에 위성방송의 시험방송이 시작되고 2차민방이 선정되는 등 다매체다채널 시대는 성큼 다가왔다. 다매체다채널이 꼭 필요한지, 그것은 과연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모색 이전에 정치논리와 산업논리에 휘둘린 채 이 땅의 방송은 그렇게 좌충우돌하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1996년의 대미는 정부 여당의 방송악법 재상정과 그 언저리에 떠돈 정체불명의 pd내사설이 될 것이다. 
 송구영신의 이 때, 정녕 긍정과 확신의 한해를 보내고 기대와 낙관의 한해를 보내고 기대와 낙관의 한해를 보내고 싶지만 지난 1996년의 궤적은 우리를 암울하게 할 뿐이다. 이 우울한 세밑을 뒤로 하고 우리는 또 소처럼 프로그램만 열심히 하는 pd가 되고자 1997년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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