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순 사장이 징계수위 낮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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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2월 방송법 국면 겨냥한 국면전환 카드?

이병순 KBS 사장이 양승동 PD, 김현석 기자 등 8명에 대한 징계를 낮추면서 KBS 기자·PD들의 제작거부 사태가 진정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징계 당사자들은 법적 투쟁을 통해 부당 징계에 대한 싸움은 계속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또한 KBS 사원들은 이번 동력을 오는 2월 한나라당이 강행처리를 예고하고 있는 방송법 등에 대한 반대 투쟁으로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 사과 요구하던 이병순 사장, 변화 이유는 = KBS 경영진은 29일 오전 10시 특별인사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8월 KBS 이사회 개최 방해 등의 혐의로 ‘파면’ 징계를 받은 KBS 사원행동 대표 양승동 PD와 대변인 김현석 기자는 정직 4개월로, ‘해임’ 처분을 받은 성재호 기자는 정직 1개월로 징계 수위를 낮췄다.

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은 지난주 사측과 징계수위를 놓고 계속 협상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유광호 부사장은 노조를 통해 징계 대상자들에 대해 재심청구서에 ‘사과’ ‘죄송’ ‘반성’ 등의 표현문구를 넣을 것을 요구했다.

▲ 지난 15일 KBS로부터 '파면' 징계를 받은 김현석 기자, 양승동 PD와 '해임' 징계를 받은 성재호 기자가 29일 오후 집회에서 '동지가'를 부르고 있다. ⓒPD저널
하지만 징계 당사자들은 이 같은 협의안에 대해 “양심에 따라 서술할 수 있게 해달라”며 거부했고 따라서 협상은 결렬됐다. 특히 KBS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강동구)가 지난 28일 새벽 사내 게시판에 ‘비대위 투쟁지침 2호’를 올려 “전 조합원은 1월 28일 수요일부터 정상근무에 복귀할 것”을 언급하며 사실상 투쟁을 접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자 기자·PD협회는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당초 KBS 기자협회(회장 민필규)와 PD협회(회장 김덕재)는 노조의 주도로 지난 22~23일 제작거부에 돌입했으나, 노조가 빠진 29일부터는 노조와는 별도로 무기한 제작거부에 들어가는 등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은 KBS가 방향선회를 하는데 있어 일정한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와 PD들이 제작거부에 돌입한 전후로 KBS가 SBS 뉴스 시청률에도 뒤지는 등 사태가 파업에 가깝게 돌아가자 기존 입장을 급하게 선회했기 때문이다.

KBS는 28일 인사 대상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문구에 상관없이 재심청구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날 오후 10시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한 12시간만인 다음날 29일 곧바로 인사위를 개최해 징계 수위를 낮췄다.

■  2월 방송법 처리 국면은? = KBS 기자협회와 PD협회는 29일 집회에서 전면제작 거부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징계에 대한 전면 백지화 투쟁은 계속 가져가면서 법적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번 투쟁의 동력을 발판 삼아 한나라당이 강행을 예고하고 있는 2월 방송법과 공영방송법 강행처리를 막아내겠다는 의지도 밝히고 있다.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이날 오후 집회에서 “그동안 회사에 억눌려서 할 말 제대로 못하고, 하고 싶었던 뉴스 아이템과 프로그램들을 쉽게 접었다”며 “그랬던 우리들이 이렇게 강고하게 뭉쳐서 회사의 인사 만행에 맞서서 작은 중간 결과를 얻어냈다. 우리 하나하나가 전체가 이번 투쟁과정에서 가장 큰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KBS 기자, PD협회 소속 회원 500여명이 29일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부당징계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PD저널
김 회장은 “방송장악을 꿈꾸는 자들이 두려워 한 것은 이렇게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며 “이것을 바탕으로 부당징계 완전백지화, 책임자 문책, 회사의 사과를 받아내고 2월에 있을 방송법, 공영방송법, 방송 장악을 위해 헛꿈을 꾸는 자들이 감히 꿈꾸지 못하도록 KBS를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민필규 기자협회장은 이번 투쟁에 대해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사측이 일방적으로 독주하면서 우리의 자율성을 옥죄는 것을 막아냈다”며 “향후 뉴스 공영성 문제와 방송법 투쟁, 이번 사태를 유발한 유광호 부사장 등을 포함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지금 비대위 체계를 당분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자협회는 앞으로 협회 역할을 더 넓혀갈 예정이다. 기자협회 관계자는 “뉴스에 대한 감시 강화를 위해 뉴스모니터를 강화하고 보도위원회를 통해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예정”이라며 “2월 방송법과 공영방송법을 앞두고 방송법TF를 구성하는 등 기자협회의 지평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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