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NLL 왜곡이 우려되는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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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NLL 왜곡이 우려되는 조중동
[기고] 박진형 한국PD연합회 정책국장
  • 박진형 한국PD연합회 정책국장
  • 승인 2009.02.02 09:3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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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선 글(‘NLL은 도대체 무슨 선인가?’)에서 살펴본 것처럼 NLL의 탄생배경과 그 실체를 안다면 결코 ‘NLL은 확고한 해상군사분계선’, ‘NLL은 양보할 수 없는 것’, ‘NLL은 우리 영토’라는 주장을 하기 힘들다. 조금만 노력을 한다면 정전협정 전문, 남북기본합의서 등 관련자료나 논문 등을 통해서 얼마든지 내용을 파악할 수 있지만 냉전수구신문들은 이 같은 사실을 외면했다. 설사 NLL에 있어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의지를 가지고 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한다면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음에도 취재역량의 한계인지, ‘반북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굳이 사실을 알 필요가 없어서인지 냉전수구신문들은 NLL의 실체를 전하지 못했고, 관련자료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도 끊임없이 의도적인 왜곡과 말바꾸기를 자행해왔다.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어진 조중동의 NLL 왜곡 사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자.

남북기본합의서와 관련한 조중동의 말 바꾸기

앞서 살펴봤듯 남북기본합의서의 ‘불가침구역’과 관련한 규정에 NLL은 포함되지 않는다.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에 NLL이 포함되지 않음은 물론, 부속합의서에 ‘해상불가침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2007년 8월 13일 사설 <핵 제치고 NLL로 무슨 요술 부리려나>에서 “남과 북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남북의 불가침 경계선은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 온 구역으로 한다’고 합의했다”며 “양측 간에 정치적․법적으로 논의가 끝난 영토문제를 다시 정상회담 의제로 올린다는 것은 주권을 포기한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억지를 부렸다.

▲ 2007년 8월13일자 조선일보 사설.
‘억지’라는 걸 알았는지 조선은 다음날인 14일 ‘시론’에 실린 박용옥 전 국방부 차관의 외부 기고 <NLL은 타협 대상 아니다>에서 “1991년 남북 간에 체결된 ‘남북 불가침 부속합의서’ 제10조는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당시 이 ‘협의’는 남북기본합의서와 그 실천기구인 분야별 ‘남북공동위원회’,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과 그 실천기구인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 등 그간의 모든 합의사항이 이행·준수되어 한반도평화가 공고해지는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또 다른 핑계를 만들어냈다. 박 전 차관은 이를 바탕으로 “지금처럼 북한의 핵무장 등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 극도로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NLL 협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도, 2.13합의로 북미관계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고, 2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정도인 상황이 어떻게 시기적으로 부적절한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어쨌든, NLL과 관련해 ‘남북기본합의서’를 언급하는 것이 불리하다는 것을 깨달은 조선일보는 8월 18일 <NLL의 정체는?>이라는 해설기사에서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한 이야기는 한 줄도 싣지 않았다. 또 같은 날 <“대한민국 장관이 북한 대변자냐” 각계 분노>에서는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부속 합의서에서 해상불가침 경계선을 확정하기 위해 계속 협의한다는 게 남북 간의 확실한 합의 사항”이라며 “이 합의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재정 장관의 기자 브리핑 발언을 소개하면서도 이에 대한 반론을 전혀 제시하지 못한 채 이 장관에 대한 감정적인 비난을 소개하는 데 치중했다.

동아도 8월 13일 사설 <NLL보다 공동어로수역 논의가 현실적이다>에서 “(북한은) 1992년엔 남북기본합의서 및 불가침부속합의서에 함께 서명해 국제법적 효력도 인정한 바 있다”며 조선과 같은 ‘자충수’를 두었다. 또 같은 날 <NLL 의제포함 여부 벌써부터 시끌>에서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1조에는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 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그런데도 북측은 …줄곧 NLL 재설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억지주장을 펼쳤다. 특히 ‘1992년 체결된 남북 기본합의서 기조 위에서’라는 NLL에 대한 정부 견해를 설명한 이 기사는 ‘남북기본합의서 기조 위에서 계속 협의한다’는 기조를 ‘아전인수’식으로 왜곡하기도 했다.

▲ 2007년 8월13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의 ‘헛다리짚기’는 조선보다 더 오래 갔다. 동아는 8월 18일 ‘릴레이시론’ <NLL은 한국 방어 생명선>에서 전 국방부 정책실장인 차영구 씨의 기고를 실었는데, 여기서 차 전 실장은 “1992년에 체결된 남북 기본합의서와 불가침 부속합의서를 통하여 쌍방의 관할 구역을 합의함으로써 이 문제는 일단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북한은 집요하게 NLL 문제를 제기할까”라고 북의 입장을 문제 삼았던 것이다. 국방부에서 ‘정책’을 담당할 정도의 인사가 관련분야에 이토록 무지한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이 사이 통일부 등에서 ‘남북기본합의서’가 오히려 ‘NLL 협의’의 근거가 된다고 밝혔음에도 이 같은 외부기고를 받는 동아일보의 수준도 한심할 따름이었다.

같은 날 <NLL 왜 중요한가>라는 해설기사에서도 “국방부는 특히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 규정한 것은 북측도 NLL을 인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무식함을 드러낸 동아는 8월 24일에 가서야 살며시 말을 바꿨다. 이날 동아는 사설 <통일부의 NLL 인식 미심쩍다>에서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의 ‘(NLL을) 계속 협의한다’는 문구는 어디까지나 군사적 신뢰 구축을 전제로 한다”며 “NLL부터 먼저 논의하자는 북의 고집은 비현실적이며 불순한 의도를 품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다를 바 없었다. 중앙은 8월 11일 사설 <NLL 훼손 절대 용납 못한다>에서 “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에선 NLL을 남북 해상경계선으로 인정했다”며 “NLL에 대해 북한이 시비를 걸 역사적․법적 근거는 하나도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랬던 중앙은 8월 27일 ‘노트북을 열며’라는 칼럼 <누구를 위한 NLL 논쟁인가>에서 “북한이 사문화시킨 남북 기본합의서 중 유독 북한이 요구해 온 조항만을 꺼내 들어 해결하려 하는지도 의문”이라며 “수많은 합의 중 ‘남과 북의 해상 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도 계속 협의한다’는 조항만을 끄집어 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말을 바꿨다. 애초 사설에서 남북기본합의서를 근거로 ‘NLL 논의 불가론’을 펼쳤던 게 자신이면서 오히려 적반하장식으로 “합의서 등은 뒷전에 밀어두고 북한이 요구하는 NLL 재설정 문제를 논의하자고 하는 셈”이라며 정부를 나무란 것이다.

사실을 왜곡한 조중동 억지 주장

- NLL이 그동안 실질적인 해상 군사분계선 역할을 해왔는데 북측 주장을 수용하면 우리가 영토를 양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측이 요구한다고 해서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MDL)을 남쪽으로 옮길 수 있느냐”며 “NLL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조선 2007년 8/13, <군 “NLL 재설정땐 군사충돌 위험 커져”>)

- NLL은 지상의 군사분계선(MDL)과 마찬가지로 54년간 유지돼 온 해상 경계선이다.(동아 8/13, <NLL보다 공동어로수역 논의가 현실적이다>)

- NLL이 휴전선 155마일의 연장인 ‘해상 경계선’이라는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된다. 이를 당장 재설정하자는 북의 요구는 휴전선을 다시 긋자는 것과 다름없다. 이를 의제로 삼는 것만으로도 정전(停戰)체제를 무너뜨리게 된다.(동아 8/24, <통일부의 NLL 인식 미심쩍다>)

-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모호한 개념인 ‘남북 관계의 진전’이라는 미명하에 어떻게 영토 문제를 건드리려고 하는가. 특히 남북 간에 군사적 신뢰 구축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말이다. 이 장관의 논리대로라면 휴전선에서의 충돌을 막으려면 휴전선도 재논의해야 한다는 것인가. 스스로 영토와 영해를 헐어 북한에 아부하자는 말인가.(중앙 8/17, <서해교전도 우리가 반성해야 한다니…>)

이 기사들은 정전협정에 의해 명확하게 ‘쌍방’이 합의한 MDL과 유엔사 측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NLL의 차이에 대해 조금도 구분하지 않고 국방부의 억지 주장을 대변했다. 특히 ‘정전체제 훼손’을 우려하는 동아의 주장은 평화체제 구축을 거부하고 반세기 넘은 정전체제 아래에 안주하려는 ‘냉전수구세력’의 정체성과 본질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 남 교수(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가의 영토 문제와 관련된 NLL 재설정처럼 헌법의 기본 질서를 위협하는 내용을 정상회담에서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정상회담이 이쪽의 ‘구애’ 끝에 이뤄지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동아 8/27, <“NLL 언급 자체가 정상회담 끌려간다는 증거”>)

남 교수의 주장은 법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NLL을 억지로 ‘영토’ 문제로 확장시켜 급기야는 ‘헌법 질서 위협’으로까지 부풀린 전형적인 과장왜곡이다. 또한 남 교수 주장대로라면 만약 정상회담을 북쪽을 지속적으로 요구한 끝에 이뤄져 북이 NLL을 의제로 제기했을 경우에는 ‘논의가 적절하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 NLL 문제는 남북 간 거론되기에 앞서 먼저 우리 국방 당국과 유엔군사령부 측이 한반도 및 주변 지역의 전반적 군사상황 평가와 연계하여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조선 8/14, ‘시론’ <NLL은 타협 대상 아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유엔사 측은 NLL 문제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놓기를 껄끄러워 한다. 특히 유엔사 측이 북의 NLL 월선에 대해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한 적은 없다. 오히려 NLL 문제를 남북 사이의 분쟁으로 규정, ‘남과 북이 해결해야 될 사안’으로 보고 있는 경향이 짙다.

- 북한의 NLL 재설정 주장은 자가당착이다. 북은 1973년 10~11월 43회나 NLL을 침범한 ‘서해사태’ 때까지 20년 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동아 8/13, <NLL보다 공동어로수역 논의가 현실적이다>)

- 북한은 NLL 획정 이후 20년 동안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1973년 제346차 군사정전위원회에서 비로소 문제 삼기 시작했다.(동아 8/18, <NLL 왜 중요한가>)

- 유엔군이 백령도 등 서해 5도를 제외하고 황해도 육지와 근접한 섬의 통제권을 북한에 양보, 북한으로선 기대 밖의 소득을 거뒀다. 그 뒤 북한은 1984년 수해 물자 인도 등 지난 50여 년 동안 의도적인 몇차례의 도발을 제외하곤 NLL을 사실상 인정하고 준수해왔다.(조선 8/20, <NLL은 영토 문제…정상회담 의제에 포함시켜선 안된다“>)

이들 기사는 5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반세기 동안 남북간 분쟁과 갈등의 상징처럼 존재하는 NLL의 역사를 부정하는 내용이다. 북은 NLL을 인정한 적이 없고, 84년 수해물자 인도가 NLL 선상에서 이뤄졌다는 것도 사실상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하면서 NLL을 독단적으로 월선해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는 게 훨씬 타당할 것이다.

- 북측과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휴전 당시 쌍방의 전력 배치 상황과 정전협정 조문(2조 13항) 해석에 따라 적법하게 설정된 해상 군사분계선이라는 것.(동아 8/18, <NLL 왜 중요한가>)

정전협정을 언급하려면 ‘북측과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이라는 문구와 ‘적법하게’ 라는 말은 절대 양립할 수 없다. 앞서 살펴봤듯 정전협정의 ‘수정’과 ‘증보’는 ‘쌍방’이 ‘합의’했을 경우에만 인정된다.

- 서해 NLL은 서해 5개 도서와 북한 지역과의 중간 선을 기준으로 한강 하구부터 12개 좌표를 연결해 설정했다. 따라서 NLL은 국제법적 근거도 지녔다. 유엔해양법협약 121조는 ‘사람이 경제활동을 하는 도서는 자체 영해를 가진다’고 못박아 놨기 때문이다.(중앙 8/27, ‘노트북을 열며’ <누구를 위한 NLL 논쟁인가>)

전형적인 사실왜곡의 일방적 주장이다. NLL은 국제법을 ‘근거’로 따지고 들어가면 ‘NLL 고수론자’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해양법에 따른 ‘12해리 영해’ 주장은 북측에서 오히려 더 강하게 주장하는 것으로 냉전수구세력들은 ‘북이 국제해양법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반박해왔다. 국제법을 기준으로 한다면 서해경계선은 조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춘호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도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 “북방한계선 남쪽이 다 우리 영해가 아니다. 오히려 영해로 따지면 북한 영해가 더 많다”며 “영해를 침범했다는 주장 자체가 맞지 않다. 제 칼에 제 목 다치는 것”이라고 경고한 적이 있을 정도다. 당장 중앙의 주장은 소청도에서 연평도에 이르는 NLL 구간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고 만다. 그 구간은 40해리가 넘기 때문이다. 두 차례의 서해교전은 모두 이 구간에서 벌어졌다. 77년 발간된 미 국무성 지도에 의하면 NLL이 아닌 전혀 다른 서해경계선이 표기된 사실이 밝혀졌다. 바로 ‘12해리 영해’와 ‘중간선’을 기준으로 그은 선이었다.

한편, 2차 정상회담에서 NLL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마치 북이 요구하는 해상경계선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호도하는 주장도 판을 쳤다.

“북측 주장대로 NLL을 남쪽으로 내리면 북한 함정이 인천 앞바다 덕적도까지 근접할 수 있어 군사적 충돌 위험성이 증가한다”(조선 8/24)

“북측이 주장하는 해상분계선을 따르게 되면 서해의 어장 1만여 k㎡ 이상을 북측에 내주게 된다”(동아 8/18)
“NLL이 북한의 뜻대로 조정된다면 서해 5도가 당장 군사적 위협에 노출되고, 유사시 인천과 수도권 지역에 대한 적의 기습을 감시, 경보, 격멸할 수 있는 ‘안보 차단막’이 사라지게 될 것”(동아 8/27)

“북한의 주장대로 NLL을 양보하면 북한군이 인천 앞바다 바로 위까지 내려오게 된다”(동아 8/27)

“NLL은 없어지고 서해 5도 주변 12해리까지만 우리 영해로 인정된다. 그 바깥의 바다는 공해가 돼 북한 함정이 인천 앞바다 덕적도까지 근접할 수 있다”(중앙 8/17)

이 같은 냉전수구신문들의 주장은 NLL 논의를 곧 ‘안보위협’으로 연결시켜 국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길 의도나 다름없다. 하지만 ‘논의’, ‘협의’는 어디까지나 ‘쌍방’이 하는 것이다. 정부가 북이 요구하는 대로 일방적인 해상경계선을 받아들일 것이라 전제하고 안보불안을 부추기는 것은 곧 그들 자신이 냉전구조 아래서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밖에 수구세력들은 북이 1959년 스스로 만든 ‘조선중앙년감’의 지도에서 NLL을 ‘군사분계선’으로 표시했다며 ‘북이 NLL을 인정한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중앙일보는 8월 28일 김규 재향군인회 안보국장의 기고 <NLL 문제 국방부에 맡겨라>에서 “북한 공식자료집인 ‘조선중앙년감’ 59년판에는 NLL을 군사분계선으로 표기했다”며 “NLL의 실효적 지배를 인정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8월 27일 발행된 ‘주간조선’(1969호)의 경우에는 아예 기사 제목을 <“북한, NLL 공식 인정 1959년판 조선중앙연감에 기록”>으로 달고 “조선중앙연감 1959년판 254쪽 황해남도 지도에 보면 NLL과 일치하는 선을 군사분계선으로 표기해놓았다”며 “북한당국도 NLL을 인정하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그림2] 1959년 북한이 발행한 ‘조선중앙년감’ 중 서해 관련 지도

하지만 실제 ‘조선중앙년감’ 59년판 254쪽에 게재된 지도([그림2])를 확인하면 이 같은 주장이 무색해진다. 이 지도에는 실제 백령도, 대청도, 연평도 상단 부분에 ‘군사분계선’으로 기호 표시된 선이 있지만, 결코 실제 NLL과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 왜냐면 남측이 주장하는 NLL처럼 우도 서쪽에서 백령도까지 이어져 있는 선이 전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이 선은 정전협정에서 유엔군사령관의 통제하에 두게 된 서해5도와 북측 지역을 구분하기 위한 ‘경계선’으로 보는 게 더욱 타당할 것이다. 물론 서해5도 지역에는 우리 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군사분계선’이 되는 것 또한 당연하다.

설혹 북측이 한두차례 NLL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NLL은 우리 영해’라고 주장하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국방부는 1993년 군사정전위원회 편람에서 “NLL은 유엔군 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지정한 선으로 해상 군사분계선이 아니다”고 스스로 확인한 바 있으며, 1996년 당시 이양호 국방부장관은 국회에서 NLL에 대해 “해상에 우리가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며 “이건 정전협정과 관계없고, 넘어와도 상관없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구신문의 대명사인 조선일보 또한 이 같은 이양호 장관의 발언을 뒷받침한 적이 있다. 조선일보는 1996년 7월 18일자 <‘합의된 선’없어 논란 무의미>라는 해설 기사에서 “논란이 된 해상의 북방한계선은 지상의 군사분계선과 개념상으로나 법적으로나 의미가 다르다”며 “바다의 경우는 남-북간에 의견이 엇갈려 지금까지 정해진 경계선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조선은 특히 서해북방한계선은 “유엔사측이 백령도 연평도 등 6개 도서군과 이를 마주하는 북한측 지역과의 중간지점 해상에 임의로 설정한 것”이라며 “서로간의 수역을 침범했을 경우 정전협정 위반사항이나 국제법상으로 제소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 “이 국방장관이 ‘NLL 침범이 정전협정 위반사항은 아니다’라는 답변은 맞는 것”이라고 이 장관의 발언을 옹호했다. 당시 이 기사를 쓴 사람은 함영준 기자로 이후 조선일보 사회부장, 국제부장 등을 거쳐 현재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진영에 참여했다.

더 이상 조중동의 NLL 왜곡에 휩쓸리지 말아야

이처럼 수구보수신문들의 ‘NLL을 통한 정상회담 흔들기’는 도가 지나칠 대로 지나쳤다. 논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그저 억지스러운 비이성적 주장과 격한 감정의 배출, 냉전체제에 기댄 대결주의 조장과 안보불안 부추김이 이들의 공통분모였다. 결국 이들의 반발 탓에 2차 정상회담에서 서해상에서의 평화 구축과 관련해 소중한 합의가 있었음에도 한 치의 진전도 없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아예 파국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다시금 위기를 맞게된 이제라도 NLL은 전환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한반도가 평화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언제 터질지 모를 화약고를 앞으로도 계속 옆구리에 끼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NLL로 인해 남북의 젊은이 수십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남북 어민들은 꽃게 황금어장을 눈앞에 두고 이러저러지도 못할 상황인데 중국의 불법어선들은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북 조평통의 성명을 빌미로 NLL에 대한 조중동의 여론 호도와 이로 인해 남북 관계가 더욱 격한 파국으로 치닫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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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민 2010-08-04 10:01:13
그래서 우리가 피흘려 지킨 영해를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김정일이 평화를 위해 무엇을 했기에 그렇게 김정일을 싸고도나.. 순국선혈들이 너같은 종자를 위해 피를흘리며 죽어갔다. 지하에서 얼마나 원통해할까

대한민국정통성 2009-05-18 16:45:31
인간들...정말 너무 티낸다...야야...아가리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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