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들이 해야 할 일은 ‘보도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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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들이 해야 할 일은 ‘보도투쟁’이다
[기자수첩] 제작거부 투쟁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
  • 민임동기 기자
  • 승인 2009.02.02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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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끝, 불행 시작이다. 누가? KBS 기자·PD들이.

‘파면 사태’에 대한 KBS 기자·PD들의 제작거부는 성공적일까. 아니다. 절반의 성공일 뿐이다. 제작거부의 가시적 성과는 무엇일까. 냉정히 말해 양승동 PD와 김현석 기자 등 8명에 대한 징계를 낮춘 게 전부(!)다.

물론 구성원들끼리의 단결과 향후 투쟁 가능성 등 제작거부 과정에서 확인된 성과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 성과는 완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자 미래형이다. 그것이 성과로 평가받기 위해선 KBS 구성원들은 ‘남겨진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KBS 구성원들의 남겨진 숙제 … 기자협회가 할 일은

▲ KBS PD협회와 기자협회는 지난달 22일 오후 3시 연합 집회를 열고 '부당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PD저널
KBS 기자·PD협회가 제작거부를 벌일 당시 ‘외부’에선 부정적인 의견이 있었다. 아니 많았다. 무엇보다 이들은 KBS 구성원들이 벌이는 투쟁의 진정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제작거부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것이라 예상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제3자’가 KBS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랬다.

다른 의견도 있었다. 언론노조 총파업 당시 참여에 ‘미온적이던’ KBS가 ‘내부 문제’에 있어 제작거부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것이 온당하냐는 물음이었다. 이들은 ‘파면 사태’가 아니라 한나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방송법과 공영방송법을 상정할 경우 제작거부에 돌입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내 문제’에서 제작거부에 나선 KBS 기자·PD협회가 정작 2월 임시국회 정국에서 침묵할 경우 ‘자사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양 협회의 제작거부 투쟁으로 8명에 대한 징계가 낮춰진 지금, KBS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우려는 불식됐을까. 단정하기 어렵다. 징계수위를 낮추기 전과 이후의 KBS는 여전히 ‘제3자의 눈’으로 봤을 땐 미덥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미덥지 못할까. 뉴스와 프로그램 때문이다. 이미 KBS 뉴스는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거의 매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고, 선이 굵은 시사프로그램들은 의제설정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조사한 ‘뉴스시청행태조사’에서 KBS의 공정성 순위가 하락한 것은 이를 반증한다. 

기자들의 우선 순위는 KBS뉴스의 공영성 지키기

제작거부를 중단한 기자와 PD들이 일선 현장으로 돌아간 이후의 KBS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만약 그때도 KBS 뉴스와 프로그램이 지금과 같은 기조로 유지된다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이 글의 서두에서 KBS 기자·PD들에게 ‘행복 끝 불행 시작’이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KBS 기자, PD협회 소속 회원 500여명이 지난달 29일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부당징계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PD저널
솔직히 말해 현재 KBS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오로지 이병순 사장과 경영진 그리고 간부들 책임일까. 동의하기 어렵다. 그럼 그동안 KBS노조는 무엇을 했으며 기자·PD협회는 무엇을 했나. 그 반론 앞에서 KBS 기자와 PD들은 또 뭐라고 할 것인가.

정리하자. 김덕재 KBS PD협회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집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회사에 억눌려서 할 말 제대로 못하고, 하고 싶었던 뉴스 아이템과 프로그램들을 쉽게 접었다.”

난 현재 KBS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병순 사장과 경영진과 간부들이 아니라 일선 기자와 PD들이 ‘뉴스 아이템과 프로그램을 쉽게 접는 상황’ - 이런 현상이 가속화 된다면 KBS에서 더 이상 희망은 없다.

기자협회는 이번 투쟁의 동력을 발판 삼아 한나라당이 강행을 예고하고 있는 2월 방송법과 공영방송법 강행처리를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뉴스에 대한 감시 강화를 위해 뉴스모니터를 강화하고 보도위원회를 통해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예정이라고 한다.

개인적인 바람을 기자협회에 전해본다. 전자는 KBS노조를 압박하는 형태를 취하고, 후자 쪽에 더 비중을 실어 달라. KBS 기자협회가 방송법 개정과 공영방송법 처리 저지에 나서는 방법은, 뉴스와 프로그램을 통한 이른바 ‘저널리즘적인 방식’에 입각해 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자들에게 있어 제작거부와 총파업 참여 보다 중요한 건 일상적인 영역에서의 ‘보도투쟁’이다.

물리적 투쟁은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과연 KBS 기자·PD들은 최후의 수단을 쓰기 전까지 최선을 다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KBS 구성원들의 몫이다.

* 이 글은 ‘KBS기자협회 블로그’(http://kbslove.tistory.com)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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