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년? 다음에도 똑같이 보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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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군부대 룸살롱’ 보도한 김세의 MBC 기자

결국 유죄 판결이 났다. 지난 2년 동안 항소에 상고를 거듭했지만, 법원은 끝내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2007년 2월 6일,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군부대 내 룸살롱 운영 실태를 보도한 김세의 기자가 지난 달 30일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허위 출입증으로 군 초소를 침입, 군형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군사법원에서 진행된 1·2심 판결과 달라진 내용은 없었다. 대법원은 김 기자에게 ‘징역 1년, 선고유예 2년’ 선고를 내렸고, 사건은 종결됐다.

▲ 김세의 MBC 기자 ⓒPD저널

대법원 유죄 판결이 난 지난 달 30일, 김 기자를 만났다. “피고인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대법원에 다녀오는 길이라 평소 잘 입지 않는 양복을 입었다”는 그는 “민간법원이라 다른 판단이 내려지길 기대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1, 2심이 당사자인 군사법원이었으니 대법원에서는 좀 더 많은 시간을 두고 고민해서 판단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선고가 빨리 나오자 주변에서는 비관적으로 예상을 하긴 했어요.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또 안 그렇잖아요. 민간법원이라는 기대감도 있었고…. 어제 하루 종일 잠도 못 자고 열심히 기도도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네요.”

지난 2년 동안 지루한 법정 공방을 겪은 김 기자에게 주변에서는 이제 그만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권유도 했다. 특히 2심 판결에서 ‘선고유예’로 형이 조금 낮아지면서 그러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김 기자는 ‘타협’할 수 없었다. 법원 판결을 받아들이는 순간 스스로 죄를 인정한 것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스스로 “투사적 기자는 전혀 아니”라고 손사래 치는 그는 “그러나 이 사안만큼은 누구와도 타협할 대상이 전혀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제가 취재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부끄러움이 있었다면 타협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절대 부끄러운 취재가 아니었고, 공익적 목적을 갖고 한 보도였기 때문에 2년이란 시간 동안 싸울 수밖에 없었죠. 군의 논리대로 당시 정상적인 출입 절차를 거쳤다면 이러한 고발보도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타협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처음 1년은 ‘외로운’ 싸움이었다. 자괴감도 들었고, 주변에 대한 실망도 컸다. 군 검찰이 집으로까지 출석 요구서를 발부해 70대 부모님께 걱정을 끼친 일은 지금도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자 ‘취재 자유 제약’ 등 언론자유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 기자에게는 그러한 지지가 힘들어도 끝까지 버틸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기자 생활 7년차인 그 역시 이번 사건을 겪으며 취재·언론의 자유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 하게 됐다.

아쉽게 마무리된 이번 유죄 판결로 그는 “다른 언론인들에게 큰 죄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법원이 남기게 된 ‘판례’가 그에게는 무거운 짐이다.

“결국 법이라는 것은 판례라는 것이 있잖아요. 언론인들이 정부나 군사 부문의 취재를 할 때 법적 논리를 벗어나는 고발 보도를 하면 법적 제재를 받게 되는 하나의 판례를 남기면 고발 보도를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괜히 제가 멍에를 씌운 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 제일 걱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싸운 거였는데 결국 이기진 못해서….”

그의 말대로 결국 이기진 못했다. 그동안 마음고생도 심했다. 무엇보다 다른 언론인들에게 행여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럼에도 김 기자는 “다음에 이런 보도가 있으면 또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취재를 하면서 누구에게 피해를 준 것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했다면 징역 1년이든 그 이상이 됐든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당히 제 일을 하다 받은 거니 그런 걸 두려워하진 말아야죠. 이번 사건으로 힘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충분히 이겨낼 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아요. 다음에도 이런 보도가 있다면 저에게 더 큰 죄를 씌운다 할지라도 또 보도할 겁니다. 얼마든지 싸울 자신 있고, 또 싸워야죠!”

*Tip
<‘군부대 룸살롱’ 보도는?>

2007년 2월 6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한 내용으로, 충남 계룡대 군부대 안에서 이뤄진 룸살롱 운영 실태를 고발한 보도.  당시 김세의 기자는 군부대 안 룸살롱에서 여성접대부를 고용해 운영하고, 군 간부들이 룸살롱을 드나드는 장면을 포착해 보도했다. 김 기자는 취재를 위해 당시 공군 중위로 복무 중이던 후배의 신분증을 빌려 군부대 안에 들어갔다. 

지난해 4월 공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김 기자에 대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취재 자유 제약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재판부는 군 형법상 초소 침입죄를 적용해 실형을 선고했다. 김 기자는 곧바로 항소했으나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역시 김 기자에게 유죄를 선고했고, 대법원 역시 지난 달 30일 유죄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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