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맹목적인 개, 함부로 버리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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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BS '인간과 개' 연출한 김현 PD

▲ 김현 EBS PD ⓒPD저널
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면 애완견 한 마리쯤은 키우는 애견가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김현 PD는 어렸을 때 잠깐을 제외하곤 개를 키운 적이 없다.

김현 PD도 몇 해 전 개를 키우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다. 하지만 막상 개를 키우려고 관련 책들을 읽어보니 “개는 쉽게 키워서는 안 될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개가 예쁘다고 키웠다가 귀찮아지면 처리 못하고 버리는 사람이 많다”면서 “개는 온 가족이 동의해야 키울 수 있고, 10년 이상 같이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PD는 분명 다른 측면의 ‘애견가’다.

<인간과 개>는 ‘왜 사람들은 개를 좋아할까’라는 김현 PD의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옴니버스로 구성된 다큐멘터리 <인간과 개>는 자세한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개의 입장에서 내레이션을 전달하는 드라마 형식이다.

김현 PD는 당초 개의 사회성 실험 등 과학적인 접근을 계획했다. 하지만 김 PD는 “개들의 행동은 ‘서열화’ 개념을 대입하면 대부분 설명이 가능했고, 그것만으로 인간과 개의 밀접한 관계를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결과 지난달 28일 방송된 <인간과 개>는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고, 다른 동물과는 다른 인간과 개의 신비한 관계에 대해 조명하는 다큐로 완성됐다. 야생에서 살던 개는 인간과 함께 사는 삶을 선택했다. 개들은 애완견으로 호화로운 삶을 살거나 경주견, 사냥개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다 유기견으로 버려지기도 한다.

원래 4~5종이었던 개는 인간의 용도에 맞게 400여종으로 만들어졌다. 김현 PD는 “필요에 따라 개의 종을 ‘발명한’ 인간들은 개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큐에서는 개의 입장을 내레이션 처리해 시청자들이 좀 더 쇼킹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죽음을 앞둔 개들은 애절한 표정으로 말한다. “엄마, 아빠라고 부르라고 했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 있을까. 죽음이 두려워 떨고 있는데 왜 아무도 없는 걸까.” 인간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을 보냈던 개들은 기뻤던 그날을 추억하며 인간을 기다린다.

김 PD는 “이유가 무엇이건 개는 인간에게 변치 않는 충성심을 보여준다”며 “개가 함부로 버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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