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워낭소리’를 봤다면 그럴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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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워낭소리’를 봤다면 그럴수 있을까?
관객·언론의 지나친 관심으로 일상 침해당한 주인공 노부부를 보며...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9.02.04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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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다큐멘터리 <워낭소리>가 10만 관객을 돌파하는 흥행 기록을 세우면서 경북 봉화에 사는 주인공 노부부가 지나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워낭소리> 제작진은 최근 공식 블로그에 긴급 호소문을 띄워 “두 분의 일상이 훼손되는 것만은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호소문을 보면 막무가내로 집안으로 쳐들어와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장난전화가 오는 가하면, 무턱대고 찾아와서 취재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워낭소리>
뭐가 그리 궁금한 걸까. 영화가 유명해졌으니 그 분들도 ‘스타’라도 됐다고 생각하는 걸까. 일부 언론의 지나친 취재행태를 보면서 ‘정말 <워낭소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충렬 감독은 최원균 할아버지와 늙은 소를 3년에 걸쳐 촬영했다. 카메라가 낯선 노부부를 위해 이 감독은 먼발치에서 조용히 그들의 삶을 지켜봤다. 이충렬 감독은 그렇게 할아버지 내외와 소의 관계에 스며들었고, 노부부는 그런 이 감독에게 일상을 한켠을 허락한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연출자와 등장인물의 관계가 중요한 작품이다. “차라리 영화를 당장 중지시키면 시켰지, 두 분의 일상이 어긋나는 것은 못 보겠다”는 제작진의 걱정은 괜한 것이 아니다. 이충렬 감독은 개봉 전 <PD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언론과 인터넷에 노출돼 그분들의 삶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관객들은 감독을 통해 그들의 일상을 잠시 엿보았을 뿐이다. 최 할아버지 내외는 이충렬 감독에게 자신들의 일상을 보여준 것이지, 영화를 통해 본인들의 얼굴을 알리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극영화의 배우가 아닌 까닭이다.

할아버지 내외의 근황은 제작진이 블로그를 통해 틈틈이 알리겠다고 하니, 정 궁금하다면 그 소식을 기다려보자. ‘느림’을 실천하고 사는 노부부의 소식이 촌각을 다투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부디 “두 분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켜드리고 싶다”는 이충렬 감독이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스럽지 않게 되길 바랄 뿐이다.

<워낭소리>는? 팔십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최 노인 내외와 그들의 베스트 프렌드이며, 최고의 농기구이고, 유일한 자가용인 마흔살짜리 소의 우정과 헌신에 관한 이야기다. 부산국제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수상, 선댄스 영화제 초청으로 주목받은 <워낭소리>는 지난달 15일 개봉해 상영관을 확대하며 10만 관객을 돌파해, 독립 다큐멘터리 흥행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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