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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비평] 개최 가능성보다 배경이 궁금하다

한국이 2018년이나 202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단독으로 유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국제축구연맹(FIFA)에 2018년 또는 2022년 월드컵 축구대회 유치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일본을 포함해 이미 유치 의사를 밝힌 11개 나라와 경쟁하게 됐다.

월드컵 유치 소식을 듣고 ‘갑작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최근 당선된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은 선거 당시 발표한 공약에서 월드컵 유치를 언급하지 않았고, 당선 기자회견에서도 “언제 월드컵을 개최하겠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의견 수렴이 없는 독단적 결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축구협회가 왜 갑자기 월드컵 유치를 결정했는지 궁금했지만, 주요 언론들은 배경보다는 전망에 비중을 두는 모습이다. 다수의 언론은 “2018년 대회나 2022년 대회 중 하나는 아시아권 국가에 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협회 입장을 전하고 ‘유치 가능성’에 주목했다.

▲ 한겨레 2월 4일자 25면.
<한겨레>는 4일치 신문에서 월드컵 유치 소식을 전하면서 <인프라 … 2002년 개최이력은 불리>라는 기사로 유치 가능성을 전망했다. <한국일보>는 같은날 신문 <동계·하계올림픽과 겹쳐 걸림돌?> 기사에서 월드컵 유치의 과제를 짚었다. <동아일보>도 4일자 신문 <2002대회 성공개최로 자신감 … 동·하계올림픽과 조율 필요> 기사에서 유치 가능성과 향후 과제 등을 보도했다.

반면 <서울신문>과 <경향신문> 등은 배경에 주목했다. 서울은 4일치 신문에서 “맞수 일본이 앞서 2022년 대회 유치 신청을 낸 탓에 ‘면피’ 신청인지, 한국축구의 재도약을 위한 진정한 승부수인지 헷갈리기도 한다”면서 “우선 일본의 움직임을 좌시할 경우 발생할 팬들의 비난을 우려한 협회의 임시 대응책이란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경향은 4일자 <정몽준 명예회장의 정치적 ‘히든카드’?> 기사에서 “정 명예회장이 중국의 월드컵 유치 신청 포기 등 상황을 지켜보다가 급박하게 유치 관심 표명 제출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한국이 유치전에 뛰어들어 월드컵 드라이브를 본격화할 경우 현직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인 정 명예회장은 대중적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정치적 위상도 한껏 높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 경향신문 2월 4일자 26면.
축구계 내부에도 아직 월드컵 유치 결정의 배경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안기헌 수원 삼성 단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월드컵을 유치하려는 배경이나 취지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지금으로서는 어떠한 의견을 내기보다는 어떤 취지와 배경으로 월드컵 유치신청을 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성공적인 월드컵 유치를 위해서는 먼저 축구협회의 명확한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 언론 보도가 이 부분을 짚어줘야 하는 이유다. 스포츠 평론가 정윤수 씨는 4일자 서울신문에서 “일부의 우려대로 이런 유치 계획과 일정한 활동이 신임 조중연 회장의 이미지 강화나 정몽준 명예회장의 영향력 유지 차원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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