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2009학년도 수시 2-2학기 일반전형에서 고교등급제를 실시해 특목고를 우대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고 있지만 조선·중앙·동아를 포함한 다수의 신문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9학년도 고려대 수시 2-2학기 일반전형 1단계에서 외국어고 학생 10명 가운데 6명꼴로 합격했다. 내신 위주로 뽑는 이 전형에서 일반고 1~2등급은 떨어지고 외고의 5~8등급이 합격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더욱이 같은 고교에서 1등급은 떨어지고 2등급이 합격해 이번 전형이 ‘특목고 우대’를 넘어 ‘입시 사고’나 ‘입시 부정’ 의혹까지 불거지는 상황이다.
3일치 <고려대 ‘버티기’ … 대교협 ‘시간끌기’ … 교과부 ‘불구경’> 기사에서는 ‘고대 입시부정’ 의혹을 외면하는 책임 기관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대학 자율화 정책에 따라 대학입시 업무를 맡게 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달 말에 조사하겠다’며 시간 끌기를 하고 있고, 대학에 대한 행정·재정적 권한을 갖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 자율화 때문에 관여할 수 없다’며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보도했다.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2학년도부터 학교장 추천을 받을 때 과거 고려대 합격자 수를 감안하겠다”고 말해 고교등급제를 공식화하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대교협은 고려대의 추가 해명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당초 이달 말로 예정했던 윤리위원회의 진상조사 일정도 앞당기기로 했다.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적용 의혹을 두고 학생·학부모·교사들의 성토가 계속되고 있고, 민주당은 이와 관련 ‘3불’(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 금지)을 허무는 대학에 제재를 가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제외한 나머지 신문에서 해당 보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조선·중앙·동아를 비롯한 나머지 신문들은 철저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번 고려대 입시 의혹을 계기로 입시의 대입 자율화 문제와 3불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대입 업무를 전담하게 된 대교협은 입시 혼란을 막기 위해 2010학년도까지는 ‘3불’을 유지하겠다고 했고, 2011학년도 입시안의 경우 오는 6월 발표하겠다고 밝혀놓은 상태다.
조중동 등 주요 신문들의 침묵은 향후 대입 자율화라는 이름으로 고교등급제·본고사를 부활시켜 ‘기득권 지키기’에 나설 명문대들의 움직임을 본체만체 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어쩌면 스스로 ‘그들만의 리그’를 방해하는 3불 정책이 불편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이명박 정부 들어 ‘실세’로 부상한 고려대의 눈치 보기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