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김석기 사퇴 부각·‘편파수사’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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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비평] KBS, 검찰 수사 문제점 1건 보도 … 단순전달 치중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검찰은 ‘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해 경찰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 수사본부는 참사로 이어진 화재의 원인을 농성자들이 투척한 시너와 화염병이라고 결론짓고, 농성자 20명과 용역직원 7명을 기소했다.

경찰에 면죄부를 준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 희생자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편파수사’라며 반발했고, 특검을 통한 전면 재수사와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참사 직후부터 사퇴요구가 거셌던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10일 자진사퇴했다.

10일자 주요 일간지들은 검찰 수사결과와 이번 사건에 대해 각기 다른 시선을 보였다. 경향신문·한겨레·한국일보가 검찰의 ‘편파수사 논란’에 무게를 둔 반면,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 보수신문들은 검찰 수사결과보다 김석기 내정자의 사퇴에 주목했다.

▲ 동아일보 2월 10일자 1면.
조중동은 김 내정자의 사퇴를 부각시키면서 상대적으로 검찰 수사결과를 작게 보도했다. 누가 화염병을 던졌는지 밝혀내지 못하는 등 검찰 조사는 여전히 의문점이 남아있지만, 이들 신문은 검찰 발표를 그대로 전달하는데 그쳤다.

조중동의 이같은 보도행태는 검찰 수사에 대한 야당·시민단체의 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용산참사’의 후폭풍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경찰 무혐의 결론과 김석기 내정자의 사퇴로 용산 정국을 일단락 짓고 여론을 바꿔보겠다는 눈치다.

조선은 <그냥 덮어두기엔… ‘김석기 불씨’ 너무 뜨거웠다>(3면)에서 “김 내정자의 자진사퇴로 용산 철거민 사건으로 촉발된 정국 불안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여권이 김 내정자를 안고 갔을 경우 예상됐던 용산사건의 폭발성은 크게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중앙은 <법적 면죄부 받았지만… “국정운영 짐 된다” 자진사퇴 급선회>(3면)에서, 동아는 <靑 “경찰 혐의 벗었으니 명예퇴진 적기” 판단한 듯>(3면)에서 김 내정자가 법적 책임은 없지만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겨레 등이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 “정확한 진상규명도, 중립적 자세도 없었다”고 문제제기한 반면, 조중동은 화재원인 등에 대한 검찰 발표를 그대로 전달했다.

▲ 중앙일보 2월 10일자 2면.
중앙 <“농성자 시너 뿌리고 화염병 던져 화재”>(2면), 동아 <“화재발생 1분전 시계찬 남자가 30초간 시너 뿌려”>(4면)는 화재의 원인이 모두 농성자가 투척한 시너와 화염병에 있다고 보도했고, 조선은 <전철연 의장 “분양권 타내자”… 작년 8월부터 망루투쟁 준비>(4면)에서 전국철거민연합이 이번 시위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검찰 발표를 비중 있게 다뤘다.

각 신문의 이날 사설을 보면 조중동의 의도는 더욱 분명해진다. 조선은 “용산 참사의 진짜 책임은 재개발조합과 세입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주는 절차나 제도를 만들지 못한 정부와 국회에 있다”고 화살의 방향을 돌렸다.

중앙은 ‘경찰 무혐의 결론’에 공감의 뜻을 나타내고 “경찰이 소신을 갖고 법질서를 수호하게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는 “정치권은 사회적 갈등을 확대 재생산해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 해선 안 되고, 민주당의 특검 수사 요구는 정략적”이라며 야당의 반발 움직임을 경계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영수 대외협력부장은 “조중동은 사설을 통해 앞으로 철거민 시위가 없어져야 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사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검찰 수사의 진상규명보다 앞으로 잘하면 된다는 식의 ‘물타기’ 보도를 했다”고 평가했다.

▲ 조선일보 2월 10일자 31면.

KBS, 검찰 수사 문제점 1건 보도 … 단순전달 치중

검찰이 ‘용산 참사’ 수사 결과를 발표한 9일 저녁 뉴스도 지상파 방송 3사마다 차이를 보였다. KBS <뉴스9>은 ‘화왕산 화재’ 이어 두 번째 뉴스로 검찰의 ‘용산 참사’ 수사결과 발표 소식을 전했다. KBS는 8건의 리포트 가운데 1건에서만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나머지는 검찰 발표를 단순 전달하는데 그쳤다.

MBC와 SBS는 첫 소식부터 각각 11건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두 건의 리포트에서 특공대 투입시기, 경찰 과잉진압 문제, 경찰과 용역의 유착 의혹 등을 지적했다. SBS <8뉴스>는 세 건의 보도에서 검찰이 ‘전철연 배후설’을 입증하지 못했고, 경찰과 용역의 유착이 다른 철거지역에도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민언련은 방송모니터 보고서에서 “KBS는 검찰의 ‘전철연 배후설’을 무비판적으로 전달해 ‘검찰이 사실상 전철연 배후설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SBS와 대조를 보였고, MBC와 비교해도 검찰수사 문제점을 언급하는데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MBC는 지난 7일 <뉴스데스크> 용산참사 추모집회 보도에서 시민들이 들고 있는 손팻말에 적힌 ‘정권 비판’ 구호를 모자이크 처리해 논란이 일었다. 시민단체들은 “MBC도 지난해 ‘어청수 경찰청장 퇴진’ 피켓 구호를 지운 KBS처럼 정권의 눈치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지만, MBC측은 “화면을 만드는 보도CG팀 관계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실수이며, 의도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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