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남북한 평화의 전도사 역할에 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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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고] 남북방송교류 10년 - 우리는 무엇을 얻었나? (1)


남북한 간의 방송교류가 시작된 지 10년이 지났다. 1999년을 남북방송교류의 시점으로 삼은 것에 대해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방송사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방송사의 독자적인 경로’를 통해 방송교류사업을 시작한 것이 1999년이라는 의미이다. 한편 이 때부터 시작한 방송교류사업이 순수한 의미의 ‘교류’인가에 대해서도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상호교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느 일방의 선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남한방송사의 방북취재나 제작도 남북방송교류의 한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방송교류 10년을 맞아 방송사들의 방송교류내용을 시사다큐멘터리, 공연, 영화와 드라마 등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방송교류의 성과와 발전방향, 북한의 의도 등을 4~5회에 걸쳐 나누어 싣기로 한다. <편집자주>

 

새해 벽두 한반도상공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1월 17일 북한인민군총참모부가 ‘남북한 전면대결태세진입’과 ‘강력한 군사적 대응’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10년 만에 처음 나온 북한인민군총참모부의 성명서는 최근 변화된 한반도상황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과거 방송이 남북한 평화의 전도사역할을 충실해 한 점을 상기할 때, 이제는 방송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 지난 10년간 남북방송교류역사를 통해 그 해법을 찾아보자.

민간차원의 독자적인 북한취재가 시작된 것은 1998년이다. 1998년 3월 중앙일보가 취재한 영상이 ‘최초답사보고 - 북녘산하, 북녘유산’이라는 이름으로 KBS를 통해 2회 방송되었고, 5월에 독립프로덕션인 스포츠아트에서 취재한 평양의 유적과 생활상이 SBS를 통해서 4일간 방송되었다. 하지만 방송사가 공개적으로 북한과 접촉해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시작한 것은 이듬해인 1999년이다.

▲ 2005년 조용필 평양공연 당시 아침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오기현 PD와 윤현진 아나운서.

SBS가 99년 11월 이산가족인 천체물리학자 조경철박사와 동행하여 52년 전 헤어진 북한의 동생을 만나는 7박 8일간의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엮어 '조경철박사의 52년만의 귀향'이라는 제목으로 12월 초에 방송하였는데, 남북한당국의 공식적인 승인을 받아 취재한 최초의 프로그램이다. 북한 ‘내나라 비데오’와 공동제작형식을 취하여 김일성주석·김정일 위원장과 관련된 일부내용은 북한측 촬영가가 촬영을 했지만 실제는 SBS가 전반적인 제작을 책임졌다. 이산가족인 형제의 상봉과 이별을 통해 ‘분단’이 개인의 아픔이자 민족 모두의 비극이라는 사실을 되새겨준 프로그램이다.

6.15 남북정상회담은 방송교류에서도 분기점이 되었다. 정상회담 당시 방북한 KBS 박권상 사장은 조선중앙방송위원회측과 그 동안의 소원했던 관계를 정리하고 방송교류협력에 협조할 것을 논의했다. 그해 9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방송된 '3월 생방송 2000년 한민족 특별기획-백두에서 한라까지'는 21명의 KBS 스태프와 북한조선중앙방송 스태프가 공동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남북방송교류협력의 토대를 만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백두산 정상 장군봉에서 남한의 남녀MC가 생방송을 진행하여 시청자들의 가슴속에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염원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었다.

MBC는 2000년 8월 14일 '현미남보원의 이산가족상봉-그후 50년, 어머니 내일 뵙겠습니다'를 제작했다. 북한 출신인 두 연예인이 북한을 방문하여 가족상봉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기획 되었는데, 코미디언인 남보원은 6.25 전에 헤어진 누님을 만났지만 가수 현미는 안타깝게도 여동생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 만난 사람이든 못 만난 사람이든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열망을 진하게 전해준 감동적인 프로그램이었다.

SBS는 29명의 기자, 앵커, 카메라기자, PD, 카메라맨, 미술팀이 2000년 10월 7일부터 14일 까지 평양을 방문하여 김일성 광장에서 4일간 생방송 뉴스를 진행했다. 평양의 중심인 김일성 광장에 직접 세트를 설치하여, 경의선의 봉동역 종단점, 수해현장, 남포항 남한 쌀 하역 및 분배작업 등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아이템을 리포트했다.

2001년 4월 6일 KBS는 평양에서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와 ‘5대 방송교류협력사업’에서 협력할 것을 합의하였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역사스페셜 ‘북의 10대 민족문화유산’, 자연다큐멘터리??백두고원을 가다’, 일요스페셜??남과 북이 함께 부르는 노래’, KBS보도특집??은둔의 땅, 관광으로 빗장 연다’,??대동강밸리의 꿈’, KBS 2001특별기획??여기는 평양입니다‘인데 2001년부터 2년 동안 순차적으로 방송을 제작하였다. 2001년 5월 19일부터 7월 10일까지 53일간 제작진이 북한의 평양, 개성, 묘향산, 백두산에 머물며 장기취재를 한 대형프로젝트였다.

MBC는 2001년 3월 북한전문기자인 김현경기자 등 여성 2명을 북한에 파견하여 ‘여기자 평양리포트-평양 10박 11일’을 제작하였다. 북한의 변화모습을 여성기자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보도하여 관심을 끌었다. 2002년 9월 11일부터 3일간은 MBC 뉴스제작팀이 평양 조선중앙방송 스튜디오에서 9시 뉴스를 2원 생방송하였다.

2004년 1월 31일과 2월 1일에는 당시 인기 있던 드라마 대장금의 출연자인 탤런트 양미경을 출연시킨 ‘북녘의 음식기행’을 제작했다. 드라마에서 양상궁 역을 맡았던 양미경이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전통음식과 조리과정을 소개하였는데, 음식을 통해 남북간의 동질감을 확인시켜준 적절한 프로그램이었다. 이어서 MBC는 2005년 3월 15일 ‘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을 가다’를 방송했다. 2003년 10월부터 2004년 12월까지 북한의 조선기록과학영화촬영소 촬영팀이 직접 촬영한 것을, MBC가 편집해 방송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한국 표범과 불곰, 스라소니 등 남한에서는 볼 수 없는 맹수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 오기현 SBS PD

그런데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하여 활발히 진행되던 남한방송사의 방북취재와 다큐멘터리 제작은 2004년을 기점으로 현저히 줄어들었다. 북한사회에 대한 초기의 호기심이 사라졌고, 취재원 접근에 대한 제약으로 새로운 소재의 발굴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2004년 중반 이후 김일성주석 10주기 조문, 북한불량국가지정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도 방송교류에 제약요소로 작용하였다. 2005년 2월 15일 MBC <PD수첩>에서 ‘개성을 가다’와 같은 특집프로그램을 제작한 적이 있으나, 이후 방송사들은 독자적인 시사·교양프로그램의 제작을 줄이고 공연프로그램 제작과 결합하거나, 학술회의·남북교류행사 등에 참여하면서 단편적인 프로그램 제작을 시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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