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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부질문]한승수 총리가 ‘메일’을 언급했던 까닭은?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하 이석현): 김유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현안질의에서 청와대가 경찰청에 문건을 보냈다고 했는데 총리는 이메일을 얘기했습니다. 왜 그랬습니까.

한승수 국무총리(이하 한승수): 메일을 보냈을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메일은 편지 등 통신수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메일을 이메일로 오해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석현: 통상 메일이라고 하면 이메일을 의미합니다. 편지 등 우편물을 그렇게 표현하지 않죠.

한승수: 제가 본래 영어를 좀 합니다. 외국에선 메일이라고 하면 편지를 의미합니다.

▲ 한승수 국무총리(자료사진) ⓒ국무총리실
국회 대정부질문(정치) 첫 날인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선 난데없는 총리의 ‘영어 실력’ 자랑(?)이 튀어 나왔다.

6번째 질문자로 나선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국회 긴급현안질의 당시 같은 당의 김유정 의원이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청와대가 ‘용산사태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 연쇄살인 사건을 적극 홍보하라’는 내용의 문건을 경찰청에 보낸 게 사실이냐”는 질문을 한 것에 대해 한 총리가 “청와대가 그런 메일을 보냈는지…”라고 답변했던 까닭을 물으면서다.

당시 ‘문건’을 지칭한 김유정 의원의 질의에 ‘메일’이라고 구체적으로 답한 한 총리의 발언은 언론에 의해 청와대의 용산참사 무마 군포연쇄살인 활용 지시 논란의 정황 증거로 지목됐고, 이는 13일 청와대가 “자체적으로 경위조사를 벌인 결과 온라인 홍보를 담당하는 모 행정관이 개인적으로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하는데 결과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한 총리는 그러나 이날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11일 답변) 당시 실제 청와대로부터 경찰청에 이메일이 갔는지 여부는 몰랐다. 메일은 우편물이란 의미에서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이석현 의원은 “너무 답변이 군색하다. 그래도 총리가 그렇다고 하니 우편물이라고 일단 해석은 하겠지만, 과거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영구에게 ‘자장면 먹었냐’고 물을 때 영구가 ‘자장면 안 먹었다’고 하면 결국 먹었다는 게 아니었나. 영구가 말하면 코미디고 총리가 말하면 우편물이 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대통령에게 사과를 건의할 생각 있습니까”…“국민소통비서관은 대통령실장 관할”

한 총리는 “순수하게 받아들여 달라. 이후 청와대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에 따르면 청와대에선 (연쇄살인사건을 용산사태 무마에 활용하는 안을) 논의한 바 없다고 한다. 또 국민소통비서관이 경찰에게 지침을 내릴 위치도 아니다. 다만 관련 직원이 개인적 차원에서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으로 안다. 이 때문에 오늘 그 직원이 강력한 구두경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원본을 들어 보이며 “그간 제보자 안전을 위해 신분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 원본을 갖고 있다. 원본을 보면 이렇게 돼있다. 발신인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이성호 행정관’, 수신인 ‘경찰청 홍보담당관’. 개인적으로 보낸 이메일이면 이름이 나오지, 자신의 직책을 명기해 상대 (이름을) 특정하지 않고 직책으로 보내겠냐”며 석연찮음을 표시했다.

“해당 이메일은 ‘용산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하려고 하는 반정부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의 수사 내용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라. 용산참사로 빚어진 경찰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을 긍정적 프레임으로 바꿀 절호의 기회’라고 말하고 있다. 국민들은 저녁을 먹다가도 연쇄살인 뉴스가 나오면 가슴이 철렁해 숟가락을 놓는데 연쇄살인을 활용하자니, 이런 야비한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총리가 사과를 해야 한다.”

이 의원의 사과 요구에 한 총리는 “청와대 비서관의 통신을 총리가 사과해야 할 내용인가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아무 때나 총리가 사과하는 게 아니다”라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이 의원은 “그렇다. 총리가 사과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총리는 정부의 수장인 만큼 청와대가 거짓말을 하면 나무랄 줄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이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직언을 하고 해당 행정관의 해임을 건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그러나 “국민소통비서관은 행정적으로 대통령실장의 지휘를 받는다”며 대통령에게 대국민사과를 건의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궤변을 늘어놓지 말고 제대로 하길 바란다. 또 국민소통비서관이 소통 대신 국민 기만이라도 하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 증거가 나오니 계속 부인하다 겨우 구두경고로 그친다는 게 아닌가. 증거가 없으면 (도통 대화도) 안 되니 (반드시) 증거를 들고 나와야 한다. 야당 해먹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한편, 한 총리는 미디어 관련 법안과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비판한 국회 보고서에 대해 총리실이 보고서 작성자의 징계를 국회의장에게 요구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국회와 행정부는 분리가 돼있고, 저 역시 3선 의원으로 국회의 권위를 존중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차후) 누가 양심선언을 하고 나오면 그제야 부끄러운 줄 알 것”이라고 한 총리의 해명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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