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학 회장, OBS 사장 선임 입김 넣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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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대통령 특보 차용규씨 낙점, 시민단체·노조 철저히 배제

OBS경인TV 새 사장에 이명박 대통령 방송특보를 지낸 차용규 전 울산방송 사장이 12일 내정됐다. OBS 조합원들은 “특보 출신 사장은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주주총회에 참석한 20여명의 주주들은 이의제기 없이 만장일치로 차용규씨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 차용규는 누구? = 차용규 OBS 사장 내정자는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특보를 지냈다. 그러나 청와대는 ‘특보’ 논란에 억울해 하는 입장이다. 13명의 방송특보 가운데서도 차 사장 내정자는 후순위로 밀려 중럄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청와대 홍보기획관실 관계자는 “낙하산 논란은 억울하다. 차용규는 들어보지도 못한 인물이다. OBS가 괜히 우리한테 덤터기 씌우는 것 같다”고 밝혔다고 OBS 한 간부는 전했다.

▲ 조선일보 2007년 10월 11일자 A6면
하지만 논란이 되는 것은 특보 경력 뿐만이 아니다. 차 내정자는 울산방송 사장 시절 당시 경리 부장이던 석모씨가 회사 돈 27억원을 횡령한 사건으로 인해 대주주인 한국 프렌지로부터 ‘해임’ 조치를 당했다. 또 울산방송 사장 시절 회사 전체 산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카메라팀 차장을 폭행하는 등 물의를 빚기도 해 사장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 사장선임, 시민단체·노조 철저하게 배제 = 이번 OBS 사장 선임을 둘러싼 논란 가운데 하나는 하마평에 오른 인물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노조도 지난달 22일부터 30일가지 진행된 사장 공모에 응모자를 알아내기 위해 수소문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응모자는 주주총회를 불과 3일 앞둔 지난 9일이 돼서야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는 특보 출신은 없다고 발뺌해오다 지난 9일 차용규씨 지원여부를 묻자 시인했다”며 “대주주인 영안모자의 백성학 회장이 경영난 개선 등을 이유로 정권과 그나마 연이 닿아있는 차씨를 사장으로 낙점한 것 같다. 그런데 결점이 너무 많은 인사”라고 지적했다.

▲ OBS 경인TV 최대주주인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이 차용규씨 사장 내정에 반대하는 사원들을 뒤로하고 주주총회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PD저널
백성학 회장은 12일 주주총회에 앞서 “차용규씨 사장 선임에 관여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에게는 권한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백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나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에게 방송사 사정이 좋지 않아 미안할 따름”이라며 “방송사별 가치평가에서 OBS는 3000억 원 이상을 평가받고 있다”며 향후 가치 평가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 OBS는 백성학 영안모자 사장(22.64%)을 비롯해 미디어윌(12.43%), 경기고속(12.30%), 매일유업(7%), 테크노세미켐(6%), CBS(5.36%) 등 대·중소주주로 구성돼 있다. OBS는 2007년 개국당시 약속한 시·도민주 공모를 약속했으나 거듭해서 경영진이 거부, 지난해 11월 경인지역새방송창사준비위원회는 10여억원의 발기금을 발기인들에게 돌려주며 지지를 철회했다.

때문에 OBS에 대한 백성학 회장의 1인 지배구조는 점점 고착화되고 있다는 게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이다. YTN조합원들이 우리사주조합원으로 주주총회장에 입장해 구본홍 사장 선임 반대 뜻을 나타냈던 것과 달리 OBS 조합원들이 주주총회장 안에 들어가지도 못한 것도 바로 이런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장추천위원회, 이사회, 주주총회에 어떤 위원이 들어갔는지 어떤 인물이 오르내렸는지 철저하게 비밀로 부쳐질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게 내부의 분석이다.  

▲ OBS 노조 간부들이 차용규씨 사장 내정 반대의 뜻을 담은 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경비업체의 제재로 전달하지 못했다. ⓒPD저널

이은주 경인지역새방송창사준비위원장은 “시·도민주는 창사기금을 마련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경인지역 시민들이 1만명이 10억원이라는 돈으로 광범위하게 참여함으로써 방송을 만드는 의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위원장은 “백성학 회장과 임원진들은 누누이 시민사회와의 약속을 어기는 배신행위를 했다”며 “주철환 사장 선임 당시 사장추천위원회에는 창준위 추천으로 2명이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철저하게 배제됐다”고 비판했다.

■ 향후 전개는? = 차용규 OBS 사장 내정자는 18일 취임식을 통해 OBS 경인TV 대표이사로 취임한다. 그러나 OBS 희망조합(지부장 김인중)은 위원장의 단식투쟁을 비롯해 출근저지투쟁을 통해 차용규 사장의 취임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백성학 회장의 대주주인 영안모자의 경비업무를 담당하는 월림개발 소속 직원들이 이를 막을 것으로 보여 물리적인 충돌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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