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위기다. 시민들은 KBS 기자들의 취재를 거부하고, 뉴스 시청률은 하락세다. 재정악화로 해외 특파원도 줄였다. 이병순 사장 취임 7개월째,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KBS를 진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3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이명박 정부 1주년, 공영방송 ’KBS‘ 진단 토론회를 열었다. ‘국민의 방송’ KBS를 향한 참석자들의 날카로운 비판과 관심어린 조언을 전한다.
“KBS 사장 평가위원회 만들자.” (김승수 전북대 교수)
김승수 전북대 신방과 교수는 “KBS 노사와 시민단체, 학계가 참여하는 사장 평가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이병순 사장 취임 후 KBS 뉴스가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받고 있는데, 지금이야말로 사장을 감시할 절호의 기회”라며 “평가위원회를 꾸려 편성, 프로그램, 경영 등을 세부적으로 평가해 오는 11월 새 사장을 선임할 때 정치권력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비판하자”고 말했다.
“KBS 변화, 한나라당·보수신문 주장 닮아있다.” (정재철 단국대 교수) “사장 한 명 바뀌었다고 KBS가 6개월만에 이렇게 변했을까?” (정수영 성균관대 연구원)
정재철 단국대 교수는 “최근 KBS의 인사, 조직, 프로그램 개편의 내용과 방향은 그동안 한나라당과 보수 신문이 주장해온 ‘KBS=좌파, 편파방송’이라는 정파적 목소리와 닮아있다. 이런 점에서 KBS 내부의 정치적 독립성은 위기 국면”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난 1년 사이 KBS의 내적변화는 독립성을 심각히 훼손했다는 점에서 과거 회귀적, 권위적,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수영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콘텐츠 연구소 연구원은 ‘이병순 체제, KBS 보도는 어떻게 달라졌나’는 주제의 발제 서문에서 “KBS 보도의 변화가 과연 사장교체만으로 등장한 문제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불과 6개월만에 KBS의 신뢰도와 공정성, 시청률이 모두 흔들리고 있는 것은 지난 10년간 KBS의 방송민주화 및 개혁이 미진했고, 내적 체질이 허약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상파 3사? KBS, 유료방송채널로 전락하는 과정에 있다.”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은 “공영방송의 보도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적어도 KBS 보도가 조선일보의 논조를 따라가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병순 사장 취임 후 상황은 달라졌다”며 “제대로 된 의제설정 기능을 하지 못하는 KBS는 지상파 방송 3사에서 수많은 유료방송채널 가운데 하나로 전락해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KBS의 뉴스와 프로그램을 통한 대통령 홍보 또한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5·18 광주 왜곡하다 불탄 MBC 생각난다.” (임동욱 광주대 교수)
임동욱 광주대 신방과 교수는 “용산참사를 취재하는 KBS 취재차량이 돌팔매를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예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적절하게 보도하지 않은 MBC가 광주 시민들의 손에 불탄 것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실제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더라도, KBS의 보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만큼 국민의 불신을 받는 방송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KBS 뉴스 보다가 김연아 싫어졌다.” (안진걸 참여연대 팀장)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연쇄살인 용의자 강모씨와 김연아 선수 경기소식에 대한 ‘집중호우식’ 보도를 보고, KBS 뉴스에 서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이 화가 났다”고 말했다. 안 팀장은 “김연아 선수의 경기 자체는 훌륭하지만 ‘용산 참사’ 관련 보도가 묻히는 것이 속상했다”며 KBS 뉴스의 의제 설정에 아쉬움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