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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게시판 기획팀 작성 문건 논란 … “법 개정 우리와 상관없으니 가만 있자?”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언론관계법을 놓고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KBS가 사내 게시판에 법안을 ‘홍보’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KBS 기획팀은 18일 오후 사내게시판 KOBIS에 ‘미디어법 궁금하시죠’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미디어법의 내용과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 법 개정이 KBS에 미칠 영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 ⓒKBS
기획팀은 이 글에서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 산업 진출은 국가기간방송인 KBS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 “미디어관련법이 KBS 2TV 민영화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는 등 언론법 개정이 KBS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공영방송법에 대해서는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공영방송법 제정으로 KBS에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 하에 쟁점현안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신문과 방송의 교차 소유가 큰 틀에서 허용되고 있는 추세인 것은 사실”이라며 한나라당의 홍보논리를 전하기도 했다.

“미디어법 KBS와 별 상관없으니 가만히 있자는거냐?”

KBS 내부에서는 이 글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관재팀의 한 사원은 댓글에서 “공영방송의 방향을 정하고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부서에서 정부·여당에서나 말할 수 있는 입장을 사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다니 놀랍다”고 밝혔다.

예능제작팀의 한 PD는 “글의 목적이 미디어법은 KBS와 별로 상관없으니 그냥 가만히 있자는 것 같은데 어이가 없다”며 “한 나라의 공영방송이 미디어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파리지국의 한 특파원은 “신문·방송 교차소유는 세계적 추세라는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미국은 그렇지 않다. 또 재벌·신문이 방송에 진출하면 KBS의 보도 영향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제발 정확한 인식을 갖고 제대로 대처하길 바란다”고 댓글을 달았다.

기획팀 한 PD, “실무자 의견수렴 거친 문건 아니다”

기획팀 내부에서도 반대 입장이 나왔다. 기획팀 김현기 PD는 게시판에 반박문을 올려 “이 문건은 기획팀 실무자 모두의 의견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PD는 “기획팀을 대표하는 간부가 글을 작성하고 게시했지만, 이런 중대한 사안에 대해 실무 담당자들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문건이 공개된 점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KBS PD협회(회장 김덕재)도 19일 성명을 발표해 우려의 입장을 나타냈다. PD협회는 “기획팀의 글은 미디어법에 대한 가치판단의 기준을 ‘KBS에 미칠 영향’이나 ‘KBS와의 직접적인 이해관계’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런 사고는 KBS의 존재 이유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PD협회는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으로 특정집단의 사익에 충실한 방송이 등장하고, 고도로 상업화된 프로그램의 범람해도, KBS는 ‘새로운 방송환경에서 재원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만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PD협회는 “문건을 보면 ‘새로운 소유구조를 가진 지상파방송 등이 등장하면 매체간 경쟁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진출은 KBS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는 판단은 무슨 해괴한 논리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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