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청자평가원 원고 ‘삭제요구’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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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센터장 “KBS 공정성 2위 빼달라” … 제작진은 뉴스비평 ‘일방삭제’

KBS 시청자센터장이 옴부즈맨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시청자평가원의 방송원고 일부를 삭제해달라고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은 평가원의 ‘용산참사’ 보도 비평 내용을 임의로 삭제해 논란이 되자, 시청자위원회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지연옥 KBS 시청자센터장은 지난 12일 <TV비평 시청자데스크> 녹화 직전 윤익한 시청자평가원(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에게 방송원고 중 ‘KBS의 공정성 및 뉴스앵커 선호도·의제설정기능이 2위’라는 KBS 방송문화연구소의 조사결과를 빼달라고 요구했다.

▲ ⓒKBS

윤익한 평가원에 따르면 시청자센터장은 “KBS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방송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고, 윤 평가원은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이고, 담당 기자에게 확인도 했다. 만약 사실관계에 문제가 있으면 삭제할 용의가 있다”고 반박했다.

KBS 방송문화연구소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뉴스시청행태조사’에 따르면 KBS는 ‘공정성’ 분야에서 MBC에 밀려 2위를 차지했고, <PD저널>은 지난달 21일 이를 최초 보도했다. 결국 논쟁 끝에 이 내용은 14일 방송내용에 포함됐다.

윤익한 평가원은 “이미 다 보도된 내용을 자사에 불리하다고 방송할 수 없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며 “방송 실무진도 아닌 센터장이 직접 녹화 현장에 나타나 외압을 행사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작진, ‘용산참사’ 보도비평 일방삭제 … 공식사과·재발방지 약속

또 <TV비평 시청자데스크> 제작진은 이날 윤익한 평가원이 녹화한 KBS 뉴스의 ‘용산 참사’ 보도비평 가운데 일부를 삭제하고 방송을 내보내 논란을 일으켰다. 제작진은 녹화 후 평가원에게 “KBS는 1월28일 톱뉴스에서, 망루에서 흘러내리는 액체가 마치 시너인 것처럼 보도해 화재의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돌리기도 했다”는 부분이 ‘사실을 왜곡한다’며 삭제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윤익한 평가원은 “기자가 보도할 당시에는 시너로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단정적으로 보도했다”며 “삭제할 용의가 없다”고 말했다. 또 KBS 시청자위원회 산하 평가소위원회도 방송 전날(13일) “평가원의 지적은 타당하며, 삭제하지 말고 방송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제작진은 해당 부분을 일방적으로 삭제한 채 방송을 내보냈다.

방송 직후 논란이 일자 제작진은 홍보팀을 통해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확인한 결과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며 “제작진으로서는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방송에 내보낼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익한 평가원과 해당 PD는 19일 열린 KBS 시청자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견진술을 했다. 이 자리에서 제작진은 녹화 내용을 임의로 삭제한 부분에 대해 사과했고, 재발방지를 위해 평가소위원회와 상호 협의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윤 평가원은 “앞서 원고 내용에 이의가 있으면 평가소위원회를 통해 논의하기로 제작진과 구두 약속한 적이 있다”며 “평가소위 차원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방송심의규정에도 임의 삭제 내용이 없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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