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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 돋보기] 연쇄살인 강모씨 추가범죄로 다시 여론 호도될까

의혹은 결국 ‘사실’로 귀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검찰은 연쇄살인 피의자 강모씨가 보험금을 목적으로 장모집에 불을 질러 장모와 네 번째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이 방화살인으로 보는 근거는 3가지다. △화재원인이 모기향과 상관없는 유류에 의한 방화라는 점 △불이 꺼진 뒤 방범창을 통해 현장에 들어간 사실을 강씨가 인정한 점 △기름을 담은 플라스틱 용기가 현장 감식 때 없어진 점 등이다. 그러나 아직 단정 짓기는 이르다. 정황은 충분하지만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피의자 강씨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향후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이례적으로 검찰이 일요일에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난 22일, 지상파방송 3사 메인뉴스는 일제히 강씨의 추가혐의를 헤드라인으로 보도했다.

▲ 2월 22일 <뉴스9> ⓒKBS
KBS <뉴스9>는 첫 소식 <검찰, 강○○ ‘처·장모 방화 살해’ 확인>부터 5꼭지를 할애해 이 소식을 가장 비중 있게 다뤘다. <방화 초동 수사 왜 못밝혔나>에서는 범죄 당시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사기로 타낸 보험금 어떻게 되나?>에서는 강씨의 범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보험사들이 보험금 환수에 나설지 여부를 전망했다.

<뉴스9>는 검찰이 강씨의 추가 범행을 밝혀낸 데는 가족들의 설득이 큰 역할을 했다고 단독 보도했지만, 정작 검찰 조사결과에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았다.

SBS는 같은날 <8뉴스> ‘강○○, 유죄 입증 가능할까? 치열한 공방 예상’에서 “문제는 강○○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직접 증거도 없다는 것”이라며 “기름이 담긴 플라스틱 통의 구입처 등에 대한 간접 증거도 없어 유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SBS <8뉴스>와 MBC <뉴스데스크>는 각각 3꼭지와 2꼭지를 강씨 관련 보도로 할애했다.

▲ 2월 22일 <8뉴스> ⓒSBS

용산참사 → 연쇄살인, 홍보지침 → 추모신드롬, 2월 정국 → ???

용산참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연쇄살인사건으로 무마하라는 청와대 ‘홍보지침’이 논란이 됐지만, 정권의 의도대로 ‘용산 철거민 참사’는 한 달 여만에 잊혀져 가고 있다. ‘용산 참사’는 ‘연쇄살인’에 묻혔고, 조중동과 방송 3사가 소극적으로 보도하던 ‘청와대 홍보지침’은 ‘김수환 추기경 추모 신드롬’에 자취를 감췄다.

이제 정국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25일)에 대한 평가가 한창이다. 칭찬보다 질책이 많음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2월 마지막주에는 ‘입법 전쟁’도 예고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언론관련법 등 쟁점법안에 대한 직권상정을 시사하며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국민의 시선을 다른 곳에 붙잡아둬야 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 홍보지침’으로 이미 속내는 드러났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카드’가 없다. 김 추기경 추모는 열기는 잦아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일요일(22일)에 발표된 검찰 수사결과는 충분히 그 의도를 의심케 한다. 직접증거가 충분치 않은 강씨의 ‘장모·처 방화 살인’ 사건을 추가로 기소한 점도 ‘시간을 맞추기 위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검찰의 행보를 볼 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KBS를 제외한 다른 방송사들은 강씨의 추가범죄 사실을 ‘도배질’ 수준으로는 다루지 않았다. 다음날(23일) 대다수 일간지들도 관련 보도를 사회면 주요기사로 배치하는데 그쳤다. 단, <중앙일보>는 한 면을 털어 강씨 관련기사를 비중 있게 다뤘다.

일단 이번에 검찰이 발표한 강씨의 추가범죄 사실은 이전만큼 관심을 끌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검찰은 축사에서 발견된 곡갱이에 두 명의 여성 유전자가 묻어있다고 발표해 여지를 남겼다. 만약 희생자들이 추가로 확인될 때 언론이 다시 한 번 일방적인 촉수를 세우는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그 시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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