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견제 위해 보도전문채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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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클리핑]입법전쟁 시작…여야 ‘속도전’ VS. ‘지연술’

정부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방송법 등 언론관계법을 개정하려 한다는 의혹이 또다시 제기됐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23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의뢰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작성한 ‘보도전문채널 및 종합편성채널 제도 연구’ 보고서 요약본을 공개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보고서는 “다양한 관점의 보도콘텐츠를 제작·편성함으로써 한국 사회 내 지상파방송의 막강한 여론 독점력을 견제하고, 여론의 다양성을 제고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유료방송 보도전문채널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새로운 종합편성 방송 채널 사용 사업자의 도입을 저해하는 요소로 “대기업, 신문사, 뉴스 통신사의 진입 및 소유 제한 규정으로 인해 유료방송 콘텐츠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대규모 자본과 보도채널 제작의 전문성을 유료방송 시장 내로 인입하는 데 제약이 있다”고 주장했다.

▲ 한겨레 2월 24일 2면
이와 함께 기존의 비지상파 보도전문 채널 YTN과 mbn 등에 대해서는 “지상파 방송 뉴스와의 시청률 경쟁에서 크게 열세를 보이면서 여론 및 의견의 다양성 제고를 위한 보도 채널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런 논리는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는 정부 여당의 논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보고서 내용은 이날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문제가 됐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요약본의 내용을 제시하고, “정부 여당의 방송법 개정이 아주 정치적인 사안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그런 보고서를 받은 바 없다”고 답변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 실무자는 “위원회에서 연구 의뢰한 것은 맞지만 아직 보고서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원회의 입장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최문순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최시중 위원장에게 보고서 원본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나, 방송통신위는 “보고서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출할 수 없다”고 버텼다.

쟁점법안 처리, 한나라 ‘속도전’ VS. 민주 ‘지연술’

2월 임시국회 시한(3월3일)이 다가오면서 언론관계법 등 쟁점법안의 처리를 둘러싸고 23일 여야간 대치가 본격화됐다. 한나라당은 ‘속도전’ 식의 쾌속 처리를 다그치고, 민주당은 ‘지연 전술’을 구사하며 전운을 고조시키고 있다. 때문에 이날 상임위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해법 모색을 위해 한나라당과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대좌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한나라당 지도부는 원내·정책위 주요 당직자 연석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고 집안 단속에 나섰다. 26일까지 상임위별 심의를 마무리하고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시간표’까지 제시했다. 야당에 대한 ‘법안 심의’ 압박과 함께 소속 의원들에 대해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다.

‘직권상정’ 카드까지 우회적으로 거론했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앞서 최고위원회의에서 “1월6일 여야 원내대표단이 합의할 때 국회의장님도 약속한 게 있다. 이번에는 그 약속을 지켜 주리라고 믿는다”고 밝힌 것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한나라당이 합의문을 깨고 일방통행을 획책하면 국민의 호된 심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정 대표는 또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할 경우 지난해 12월 외통위 사태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이날 상임위별 쟁점법안 대응을 위한 ‘당 비상상황실’을 구성했다.

여야 간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에 따른 갈등은 상임위별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대표적인 곳이 ‘2차 입법전쟁의 최전선’인 문화방송통신위원회였다.

고흥길 위원장은 “오늘까지 여야 간사 간 협의해서 결정하라고 했는데 아무런 보고가 없다”며 간사들을 다그쳤고,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더이상 합의를 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면서 직권상정 강행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전병헌 간사는 “위원장이 간사들에게 그간의 의사 진행과 관련한 경과를 공개적으로 묻는 목적이 무엇인지 대단히 걱정스럽다”면서 “행여나 일탈적인 의사진행을 위한 명분 축적용이라면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 중앙일보 2월 24일 8면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쟁점법안 상정을 반대하는 민주당을 ‘수업 거부하는 학생’에 비유해 꼬집었다. 중앙은 “법안은 국회에 제출되면 상임위에 상정되고 법안심사 소위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민주당은 주요 쟁점 법안에 반대하는 논리를 나름대로 가지고 있다. 그 논리를 장외로 빼돌릴 게 아니라 당당하게 상임위 테이블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은 “민주당은 지난해 쇠고기 촛불사태 때 82일간이나 개원 국회의 등원을 거부했다. 이는 학생이 등교를 거부한 것이다”라며 “법안의 상임위 상정을 거부하는 것은 등교한 학생이 수업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 민주당은 ‘거부(拒否) 전문 정당’이란 오명을 자청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여권이 언론법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언론관계법에 대한 여권의 집착 이유에 대해 〈경향신문〉은 ‘정동탑’ 칼럼을 통해 “경제가 아니라 방송 장악”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경향은 “2월 국회는 미디어 관련법을 위한 들러리 국회가 돼 버렸다”며 “여야가 열흘 안에 미디어 관련법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정면충돌하면 2월 임시국회 마무리도, 향후 정국도 모두 뒤엉켜버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여권 수뇌부는 2월 입법전쟁에 나서면서 두 가지를 강조했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이고, ‘이명박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였다. 여당으로선 당연히 내세울 수 있는 논리이고,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경향은 “이쯤에서 여권은 지난 1월 눈물을 머금고 미디어 관련법 처리를 미뤄야 했던 이유를 되새겨볼 때가 된 것 같다”며 “야당의원들의 본회의 점거 때문만이 아니었다.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과 현대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0.6%는 여권의 미디어 관련법 추진 배경을 ‘방송장악’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반대는 60%를 넘는다. 굳이 국회 예산처가 여권의 경제유발 효과 산출 근거가 희박하다고 지적한 것을 거론할 것도 없다.”

경향은 “재벌과 일부 보수 신문에 방송 진출 길을 열어줘야 경제가 살아나고, 이명박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여권이 이를 고집한다면 ‘오해’를 자초하게 된다”면서 “미디어 관련법 추진의 진짜 이유는 경제가 아니라, 방송 장악에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권 1년 낙제점…잘한 분야 ‘없다’ 많아

지난 1년간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상당수의 국민이 낙제점을 줬다. 〈한국일보〉가 미디어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이명박 정권 1년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00명이 매긴 점수의 평균은 51.5점에 불과했다.

‘50점 미만’이라는 응답은 33.1%로 가장 높았고 ‘50~59점’이 22.2%, ‘60~69점’이 15.0%, ‘70~79점’이 14.2%, ‘80점 이상’은 13.1%로 점수가 높을수록 응답비율이 낮았다.

연령별로 보면 낮은 연령일수록 평가가 박한 편이었고, 연령이 높을수록 점수가 후했다. 직업별로는 학생(평균 46.2점) 블루칼라(46.9점) 화이트칼라(47.6점)에서 낮은 평가가 나왔다. 지역별로는 이명박 대통령 출신지인 대구·경북(57.9점)에서 가장 후한 점수를 줬고, 광주·전남북(41점)이 가장 낮았다.

‘지난 1년간 정부가 가장 잘못한 분야를 순서대로 2개 골라달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전체 13개 항목 중 경제 분야를 압도적으로 꼽아 ‘경제 대통령’이라는 칭호가 무색해졌다.

경제와 남북관계에 이어 정치분야가 1차 응답 14.1%, 중복응답 24.0%였고 이어 교육분야(9.8%, 18.7%) 노동분야(5.4%, 13.2%) 치안분야(4.2%, 9.5%) 외교안보분야(3%, 7.4%) 순이었다.

정부가 가장 잘한 분야를 묻는 질문에는 1차 답변이나 1,2차 중복응답 모두 ‘없다’가 36.9%로 가장 높았다. 이어 복지분야가 1차 답변에 11.3%, 중복응답으로는 17.1%로 그 중 제일 높았고 이어 외교안보(6.3% 10.5%) 환경(5.1% 10.1%) 문화 예술 스포츠(5.2% 9%)순이었지만 응답률은 극히 저조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이다.

‘촛불사건’ 특정 재판부 ‘몰아주기’

지난해 7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관련 사건들이 특정 재판부에 몰리자 서울중앙지법의 형사단독 판사들이 회의를 여는 등 반발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이던 신영철 신임 대법관이 판사들을 만난 뒤 사건 배당 방식을 바꾼 사실도 드러났다.

〈한겨레〉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중순께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판사 13명이 촛불집회 관련 주요 사건들이 형사단독 재판장인 특정 부장판사에게 집중되자 이를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 당시 검찰이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집중적으로 기소하기 시작하던 때였는데, 5건이 연이어 한 재판부로 배당되자 판사들이 이에 반발해 문제제기를 한 것이었다.

이런 사실을 보고받은 신영철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당일 형사단독 판사들을 불러 모아 배당 방식을 바꾸겠다며 사실상 재발 방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촛불집회 관련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재판부를 임의적으로 지정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건 접수 순서에 따라 형사단독 재판부별로 배당하는 ‘기계식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의 형사사건 배당을 맡았던 허만 당시 형사수석부장판사는 “관련 사건들이라 대법원 예규에 따라 재판 진행이나 양형 편차 등을 고려해 한 재판부에 배당했다”며 “이후 한 재판부에 몰아주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직간접적으로 들은 뒤 통상적으로 배당했다”고 말했다.

신영철 대법관은 “형사단독 판사들에게 유감 표명이나 사과 등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대법원 관계자가 전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신 대법관은 ‘당시 촛불집회 관련 사건이 폭주해 배당 방식을 바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촛불집회 관련 사건은, 안진걸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 사건을 맡았던 박재영 당시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사직하는 등 법원 내부에서도 뜨거운 쟁점이 됐었다.

‘미완’의 IPTV…“볼거리가 없다”

IPTV가 본격 서비스를 시작한 지 3개월이 넘었지만, 여전히 제자리를 못 잡고 있다. 방송 자체가 되지 않는가 하면 방송 도중에 끊기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콘텐츠도 적어 “볼거리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경향신문 2월 24일 18면
23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KT의 인터넷방송 ‘메가TV’ 가입자는 71만여명으로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지난해 12월(80만명)보다 9만명이 줄어들었다. 올해 1월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SK브로드밴드는 초창기 가입자수인 2000여명에 머물고 있다. LG데이콤만이 연초 8만여명에서 10만여명으로 소폭 늘었을 뿐이다.

〈경향신문〉은 “방송시작 이후 서비스 사용자들은 부실한 콘텐츠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는 도중 TV가 갑자기 컴퓨터처럼 다운되거나 스포츠·경제관련 뉴스 등 실시간성이 요구되는 채널도 서비스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에는 서울 마포 지역에서도 방송이 안 되는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인터넷방송이 활성화되지 않자 방통위는 IPTV법 상의 규제를 대폭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방통위는 인터넷방송에 직접사용채널(직사채널) 허용 방안을 강구중이다. 직사채널은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에서 ‘지역채널’, ‘스카이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채널로, 지역정보 및 방송프로그램 안내와 공지사항 등을 방송한다.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 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역별 사업자가 방송을 전달하는 케이블TV 등과는 달리 전국사업자인 IPTV에 직사채널을 허용하면 이를 통해 엔터테인먼트·교통·교육·생활정보 등의 콘텐츠를 만들어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사업자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케이블TV협회는 “인터넷방송과 케이블TV의 가장 큰 차이는 직사채널의 유·무”라면서 “이는 지난해 인터넷방송이 방송콘텐츠를 그대로 전송만 하는 통신서비스라고 주장한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광고 불매 소비자 주권 짓밟혔다”…유죄 판결 불복

법원이 지난 19일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을 벌인 네티즌들에 대해 “정당한 소비자운동의 한계를 넘은 위법한 압박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김성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 대표는 이에 불복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단식 4일째를 맞고 있는 김 대표를 〈경향신문〉이 만났다.

김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운동에 유죄가 내려진 경우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헌법에 보장된 소비자들의 주권이 짓밟혔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는 또 이번 판결은 법원이 네티즌들과 변호인의 주장은 모두 배척하고 ‘조·중·동’과 검찰쪽 논리만을 수용했다며 “사법부가 죽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실을 지키는 것은 시민들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면서 “24명 전원이 항소했고, 다시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경향신문 2월 24일 21면

김 대표를 비롯한 ‘언소주’의 단식 농성은 앞으로 장소를 옮겨 최소 한 달 이상 진행될 예정이다. 김 대표에 이어 24명의 피고인들이 릴레이로 참여해 시민들에게 이번 판결의 문제점과 광고불매운동의 정당성을 알릴 계획이다. 김 대표는 단식 농성을 마치고 나가면 우리가 왜 이런 활동을 하는지 외부에 알리고 힘을 모으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출판사를 운영하며 평범하게 살던 시민이었다. 지난해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 대한 조·중·동의 보도 태도를 비판하던 사람들끼리 카페를 만들어 이들 언론사에 광고한 기업에 전화나 팩스, e메일을 통해 광고를 자제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같은 해 6월 이 같은 활동이 당국의 탄압을 받게 되자 장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비정부기구(NGO)인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을 만들고 현재 2기 대표로 활동 중이다.

인고의 여인상 지고 여걸형 ‘가모장’ 뜬다

〈동아일보〉는 “최근 드라마 속에서 ‘나혜주’처럼 탁월한 수완과 정치력을 토대로 기업을 경영하거나 가족 내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여걸형 가모장(家母長)’이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단순한 ‘강단형 여성’에서 카리스마로 가족을 장악하는 ‘가모장적 캐릭터’가 여성의 사회 참여와 더불어 가족 내에서 권위를 잃어가고 있는 ‘가부장’의 현실을 함께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 동아일보 2월 24일 19면

KBS 수목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 번〉의 한명인(최명길)은 별명이 ‘얼음공주’인 미르백화점 회장이다. 명진그룹 집안 막내딸로 부회장인 남편 이정훈(박상원)의 도움을 받아 그룹을 더욱 성장시켰으며 기업 경영이나 집안 문제에서 데릴사위 격인 남편을 좌지우지한다.

MBC 아침 드라마 〈하얀 거짓말〉의 신정옥(김해숙)은 사리 판단이 분명하고 칼 같은 성격으로 공장 여공에서 수백억 원대 자산가가 된 백화점 회장이다. KBS 월화 미니시리즈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어머니 강희수(이혜영)도 호텔 체인 최고경영자(CEO)에서 신화그룹 총수에 오른다. 신정옥의 남편은 죽었고, 강희수의 남편은 사고로 식물인간 상태다.

1970년대 드라마의 대표적 여성 캐릭터는 TBC 일일극 〈아씨〉(1970년)의 주인공 ‘아씨(김희준)’다. 그는 억척스럽게 역경을 헤쳐 나가는 며느리로, 어떠한 고난도 참아내는 인종(忍從)의 여성을 대변했다. 1980년대에도 이런 경향은 이어져 KBS 드라마 〈달빛 가족〉(1989년)의 큰 형수(이휘향)는 출판사 부장인 남편 김준호(서인석)를 비롯한 4형제를 너른 품으로 보살피는 캐릭터였다.

1991년 MBC 〈사랑이 뭐길래〉(1991년)의 ‘대발이 아버지’(이순재)는 사실상 드라마에서 나오는 ‘마지막 가부장’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대발이 아버지도 전통적인 가족관에 반기를 드는 며느리 지은(하희라)에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1990년대 이후에는 아내의 불륜이 아름답게 묘사된 〈애인〉(1996년), ‘노처녀’의 당당한 매력을 그린 〈내 이름은 김삼순〉(2005년), 여성이 아니라 중성적 매력을 가진 은찬(윤은혜)이 등장한 〈커피프린스 1호점〉(2007년) 등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여성의 캐릭터를 부각시켰다.

동아는 “최근 등장한 가모장 캐릭터는 가족 내 여성의 지위 향상이 드라마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실업자 아버지 대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어머니들이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10여 년간 꾸준히 가족 내 역학관계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문화평론가 이영미 씨는 “여성 가장이 현실에서 늘어났을 뿐 아니라 요즘은 아버지가 돈을 버는 경우에도 재테크를 비롯해 경제권이 어머니의 몫이 된 경우가 많으며 아이들에게도 어머니가 실질적인 권력자로 여겨진다”며 “강하고 억압적인 어머니형이 설득력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꽃보다 남자’가 60·70년대 만들어졌다면?

KBS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이민호). 그의 “꺼져!” 한마디에 여학생들은 자지러진다. 만일 구준표 역을 연기하는 이민호가 잘 생기지 못했거나, 인기가 없었다면 "꺼져!"라는 말이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지금은 꽃미남들이 득세하는 세상이 됐다.

국내 연예기자 1호 출신이자 현 상명대 석좌교수로 있는 정홍택 교수는 〈한국일보〉 ‘지금은 말할 수 있다’ 코너를 통해 꽃미남 신드롬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봤다.

〈꽃보다 남자〉는 일본의 원작 만화를 각색한 것으로, 다분히 ‘왜색’이 짙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실성과는 간극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 이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을까? 정 교수는 “4명의 잘 생긴 젊은 남자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민호(구준표), 김현중(윤지후), 김범(소이정), 김준(송우빈)등 미남들에다, 구혜선(금잔디)을 비롯한 예쁜 여학생들의 등장 또한 이 드라마를 성공 시킨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F4’의 멤버가 미남이 아니라면 여자 학생들이 좋아 했을까? 그리고 미남이라 하더라도 부잣집 아들들이 아닐 경우에도 여학생들이 그토록 좋아 했을까? 정 교수는 “그러고 보면 부잣집 아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을 속물근성이라고 비웃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일보 2월 24일 36면
정 교수는 그러면서 6,70년대와 지금의 꽃미남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했다. 지난날의 미남 배우들로 드라마 〈꽃남〉의 캐스팅을 해본다면 구준표역에는 역시 김진규가 제격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나이도 제일 많고, 카리스마가 있다. 충무공, 안중근, 세조임금 등 최고 지도자 역할을 많이 한 것에서 그 카리스마 풍기는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음으로는 윤지후 역은 최무룡이다. 정 교수는 “김현중이 최무룡씨에 대해 연구하면 아들인 최민수 보다 성격 소화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이정 역에는 신성일을, 송우빈 역에는 남궁원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금잔디 역은? 김지미, 문희, 윤정희, 남정임, 고은아. 누가 알맞을까? “유지인, 장미희, 정윤희는 위에 열거한 남자 배우들과 나이가 걸맞지 않을 것 같아서 김지미나 문희가 금잔디 역에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글을 마치며 “꽃미남 신드롬을 심리학자들은 ‘신데렐라 콤플렉스’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여성들의 입장에서 본 것이고, 꽃미남이 아닌 남성들 입장에서 볼 때는 무슨 콤플렉스가 만들어지면 좋을까. 오히려 ‘바보온달’ 콤플렉스라든가, ‘오페라의 유령’ 콤플렉스가 더욱 인간적이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아카데미 8관왕

현지 시각으로 지난 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작품·감독·각색·촬영·편집·음향효과·작곡·주제가상 등 8개 부문을 휩쓸며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이 영화는 인도의 빈민촌에 사는 청년 자말 말리크가 TV 퀴즈쇼에서 모든 문제를 맞혀 2000만 루피(약 6억원)를 거머쥐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큰 이변 없이 치러졌다는 평가다. 여우주연상은 ‘더 리더’에서 10대 소년과 사랑에 빠지는 36세 여인을 연기한 케이트 윈슬렛이 수상했다. 윈슬렛은 1995년 ‘센스 앤 센서빌리티’로 첫 조연상 후보에 오른 뒤 도전 6번 만에 첫 수상의 감격을 맛봤다. ‘밀크’에서 실존 인권운동가를 연기한 숀 펜은 ‘더 레슬러’의 미키 루크를 누르고 ‘미스틱 리버’(200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 역으로 열연한 히스 레저는 남우조연상을 받아 1976년 피터 핀치 이후 사상 두 번째 사후(死後) 수상자가 됐다. 지난해 1월 약물 과용으로 숨진 그를 대신해 부모와 여동생이 시상대에 올랐다. 여우조연상은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에서 자유분방한 예술가로 출연한 페넬로페 크루즈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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