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책홍보쇼’ 기획단계까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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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초 외주제작사 제안 … ‘대한민국 체인지 UP’(가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의 방송편성 침해 논란을 빚은 ‘정책 홍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KBS가 실제 기획 단계까지 추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KBS 노사 공정방송위원회는 지난 20일 열린 정례 회의에서 문화부의 ‘KBS 정책홍보쇼’ 추진 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 자리에서 이영돈 기획제작국장은 “올 1월초 외주제작사 ‘해오름’의 PD가 정부의 홈페이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프로그램을 제안했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국민의 아이디어로 -대한민국 체인지 UP->이라는 제목으로 기획안을 작성 중이었다”고 밝혔다.

이 국장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국민들이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를 100인의 심사위원이 평가해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이를 정부에 건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공익적 프로그램으로 기획됐고, KBS는 약 6억5천만원을 투입해 24편으로 제작할 계획이었다.

이 같은 내용은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공개한 문화부의 ‘방송 프로그램 협찬 협조’ 공문 내용과 일치한다. 문화부는 지난달 11일 각 부처에 보낸 공문에서 <아이디어 왕! 세상을 바꾼다>(가제)는 제목으로 국민이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연예인과 전문가, 정부 관계자가 실현 가능성을 검증, 정책에 신속하게 반영하는 ‘버라이어티’ 형식의 프로그램을 KBS와 공동으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 문화부 공문

해당 공문에 따르면 문화부는 프로그램 편성에도 직접적으로 간여하고 있다. 봄 개편 시점에 맞춰 KBS 주간 정규프로그램으로 가족시간대에 1시간씩, 6개월 간 총24회를 방송하자는 것이다. 예산은 문화부가 24회분의 기획·연출료 등을 지원하고 관계부처는 소관 정책의 편당 촬영·출연료 등을 분담하는 형태로 예산은 7억원으로 책정됐다.

뿐만 아니라 공문에는 문화부가 아이템의 방송 타당성을 검토하는 등 제작 프로세스에도 개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공문이 공개된 후 ‘방송편성 침해 논란’이 일자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KBS 정책홍보쇼’ 추진을 사과했고, 관련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KBS 공방위에서 노측 위원들은 “최근 들어 정부에서 프로그램 협찬을 통해 정부 정책에 대한 일방적 홍보를 요청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사측은 정부 협찬을 받아 제작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공영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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