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 정규직 투쟁에 합석하는 이유(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계에서]

같은 주제로 쓰는 두 번째 칼럼이다. 지면이 좀 작다 보니 뜻하지 않게 연재 칼럼이 되어 버렸다. 이제 두 번째 이유를 말할 차례이다.

이유 둘 : 정규직 노동자를 향한 '엘로우 카드'이다.

‘엘로우 카드’는 반칙을 했을 때 ‘경고’하는 의미의 통상적인 대명사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엘로우 카드’는 통상적인 의미하고는 좀 다르다. 그 의미는 바로 이렇다. 우리(독립PD)들도 방송 노동자라는 실체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나아가 같은 노동자로 취급하지 않는 이 방송가 안의 보이지 않는 카스트제도에 대한 경고인 것이다.

작년 8월 KBS 앞에서는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며 KBS 사원과 시민들의 촛불이 타 올랐다. 그곳에 독립PD협회도 함께 촛불을 들었다. 당시 나는 8.15 특집 연출을 맡고 있어서 촛불현장에 가지 못하고 뒤에서 응원만 보내고 있었다. 대신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동료인 이성규 독립PD가 궂은일을 맡아 하고 있었다. 특집방송을 마치고 찾아간 촛불 현장에서 이성규PD를 만났을 때 독립PD 사이에서 있었던 많은 논란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중 독립PD협회 회원이기도 한 모 PD의 말을 옮긴다.

“노동자(방송사 정규직) 아니에요. 세상에 다른 노동자에 대한 고용과 해고, 임금 결정의 권리를 갖고 있는 노동자가 어디 있습니까? 자본가는 아닐지 모르나, 그렇다고 노동자도 아닙니다. 자본주의 체제가 죽은 노동이 살아있는 노동을 지배하는 체제라면, 현재의 한국은 서류상 노동자가 실제 노동자를 착취하는 체제입니다.”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글을 읽은 인하우스(방송사)PD들도 100% 인정은 못 할지 모르나, 100% 부정 또한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 말에는 충혈 된 적개심이 불타고 있다. 그렇다. 나 또한 그 부피와 무게는 다를지라도 적개심을 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적개심이 곪아 터지고, 또 비정규직이라고 낮춰 보는 정규직의 타성이 계속 된다면, 비정규직 방송 노동자들의 외침이 정규직으로 향하는 날이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그 투쟁의 목소리는 바로 정규직 방송 노동자들이 외치던 양심적 투쟁의 목소리와 하나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때 독립(외주)PD들에게 뭐하고 말 할 것인가? 서로 대립의 칼날을 세울 것인가? 현 상태의 비정규직 근로환경이 계속된다면 그런 날이 오고 말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절대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대화’이다.

이미 지상파 독식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미디어 환경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기존의 관습화 된 틀을 고집한다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다. 이제 서로 WIN-WIN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해 진정성이 있는 원탁을 만들자. 얼굴은 다를지 모르지만 같은 혈액형을 가진 노동자로서 ‘대화의 장(場)’을 만들어야 한다. 이성규PD의 개인 블로그의 글에 달려 있는 댓글을 이성규PD의 허락을 받아 여기 옮긴다.

▲ 최영기 독립PD협회장
“저는 지상파에서 일하고 있는 신입PD입니다. 제작현장에서 외주 제작PD님들이랑 항상 어깨를 기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거리감이 있습니다. 제가 ‘갑’이 된 기분이라서 더욱 불편한 거겠지요.. 이 글을 읽고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동안 ‘정규직’이라는 틀에 갇혀 있던 제 모습을… 사실 방송은 세상이 조금 더 평등해지기 위해 만드는 것인데 말이지요.”

작지만 이미 변화는 시작 했다. 사석이지만 건강한 담론이 오가고 있다. 큰불은 작은 불씨에서 부터 시작한다. <프로메테우스>가 훔쳐다 준 불은 반드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용돼야 한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