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칼럼]외압에 굴복하는 방송이 주는 피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들어 권력의 방송에 대한 외압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KBS는 두 차례의 연기 끝에 지난 20일 방송하기로 했던 <추적60분> ‘국방군사연구소…’ 편을 끝내 방송하지 않아 PD협회와 노조가 권력의 압력에 KBS 경영진이 굴복한 것이라며 농성을 벌이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방송된 <추적60분> ‘매향리 그 후, 우리 정부는 어디에 있는가’와 관련해 국방부는 KBS와 제작진을 상대로 4억원의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달 초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은 엄연히 주무 행정기관인 방송위원회가 멀쩡히 있는 데도 방송의 선정성과 폭력성을 해결하기 위해 장관직을 걸겠다느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송위를 동원하겠다는 등의 망발을 해 방송의 독립성을 우려하는 방송계의 거센 비난을 샀다. 여기에다 얼마전 있은 호텔롯데 노조 파업 당시 MBC 뉴스데스크가 특종 보도한 7월1일치 경찰의 음주·폭력 진압과 관련해 경찰특공대의 항의를 받은 MBC가 19일 두 차례에 걸쳐 정정보도를 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분분하다. 당시 피해를 본 조합원들이 국가를 상대로 국가손해배상청구를 해 현재 법원의 판결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MBC의 정정보도로 마치 경찰에 의한 음주 폭력 진압이 아예 없었던 것처럼 보도돼 국가 공권력 기관의 압력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MBC노조는 또 22일자 노보에서 도 각각 ‘헬로우 아저씨의 진실’,‘SOFA와 주한미군’편 방송을 앞두고 불방압력과 출연자 교체에 대한 정부의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우리는 본지 7월20일치 ‘큐칼럼’(195호 ‘공권력 명예회복, 권력으로부터 독립이 우선’)에서 올해 들어 우리 사회에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검사 등이 언론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잇따라 승리한 것과 관련해 이것은 ‘무자비한 언론에 대한 의로운 항거’가 아니라 권력집단이 공권력을 이용해 언론을 길들이는 것이자 명백한 언론탄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에도 밝힌 바와 같이 언론의 존재 이유는 우리 사회의 권력 상층부와 기득권층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이다. 특히 권력집단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한 언론의 비판적인 보도는 우리 사회를 더욱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불방된 <추적60분> ‘국방군사연구소…’ 편은 국방부가 그 동안 우리 군의 역사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에 있는 국방군사연구소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을 관계자의 증언을 통해 분석하는 것에 불과하다. 방송이 나간다고 해서 국가 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거나 국익을 침해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 ‘시사회’를 본 사람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오히려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을 철저히 파헤쳐 국민들에게 낱낱이 알리는 것이 결국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툭하면 ‘힘께나 쓴다’는 권력 상층부가 자신들의 얘기가 거론될라치면 마치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방송사에 압력을 하는 것은 아직도 방송을 권력의 도구로 보는 것이어서 서글프다. 우리는 다시는 이 땅에서 방송을 자신들 정권과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권력자들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더구나 프로그램에 대한 외압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방송은 국민의 재산이다. 때문에 어느 누구의 압력도 허락할 수 없고, 오히려 각종 의혹을 국민들에게 생생히 전달하는 것이 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또 한가지, 방송의 독립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닌 것처럼 방송사 경영진들은 지금이라도 외압에 굴복한 것에 대해 방송계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방송의 독립을 위한 각종 제도적인 절차를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 권력자들로부터 방송을 제대로 보호해 내지 못했을때 우리 사회가 받는 피해는 너무나 크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