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을 이용해 열린 결의대회에는 조합원 300여명이 모였고, 율동패 공연과 위원장, 부위원장, 중앙위원 발언 등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KBS 노조는 언론관련법의 국회 본회의 상정과 관계없이 오는 3월 2일부터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다고 선언했다.
최재훈 KBS 노조 부위원장은 “지난 24일 비대위에서 총파업 찬반투표가 부결된 것에 대해 조합원들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입을 열었다. 최 부위원장은 “당시 노조는 사실상 직권상정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해 정세파악에 착오가 있었다”며 “다음날 고흥길 위원장 직권상정 후 곧바로 비상총회를 열고 총파업 찬반투표 돌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강동구 위원장도 “노조를 믿고 미디어악법 저지 투쟁에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지만, 정작 조합원들의 의견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주최측은 12시 50분께 “시간이 많지 않다”며 결의대회를 마치려 했고, 조합원들은 “자유토론을 하자”며 거세게 항의했다. 일부 집행부와 조합원간의 고성이 오갔고, 논쟁이 계속되자 강동구 위원장은 자리를 떴다.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럴 거면 뭐 하러 모였냐.” “당장 3월 2일에 (언론관계법 입법이) 끝날 수도 있는데 언제까지 논의만 할 거냐.” “위원장은 자리로 돌아와 조합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결국 강동구 위원장은 돌아오지 않았고 일부 집행부가 자리를 지킨 가운데 조합원들의 자유 발언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 대체휴가를 내고 대거 참여한 PD협회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교양국의 신호기 PD는 “당장 월요일(3월 2일)에 의장 직권상정으로 언론법이 통과될 수도 있는데 노조는 이제야 찬반 투표를 하겠다고 한다. 지금 당장 대책을 논의해야할 할 자리인데 너무 한가하다. 이럴 때 노조위원장이 앞장서야하지 않나. PD협회는 어제(26일) 총회를 통해 노조의 이런 행태가 계속되면 협회 전원 노조 탈퇴도 불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 노조위원장을 지낸 현상윤 PD는 “노조는 지난번 언론노조 총파업 때 결의대회 몇 번 참석해놓고 투쟁했다고 하는데 앞뒤가 안 맞는다”며 “오늘(27일)도 긴박한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경위권 발동해서 직권상정해 ‘날치기’ 통과시킬 가능성도 있다. 노조는 당장 제작거부 선언하고, 언론노조·MBC 등과 연대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디오제작국의 한 PD는 “위원장이 듣기 싫은 얘기라고 자리를 박차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내전산망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현 노조 중앙위원인 윤성도 PD는 “조합원들의 감정이 격앙돼있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결국 이견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며 “노조 집행부도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단합된 힘을 모아 싸울 수 있는 계기가 됐음 좋겠다”고 말했다.
김덕재 회장 “PD협회 제작거부 ‘부분파업’으로 인정해달라”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PD협회는 노조를 대체하는 조직도 아니고 조합원들로 구성된 조직”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총파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특정 직종의 주장이라는 일부 시각을 의식한 발언이다.
김 회장은 “PD협회는 3월 2일부터 전면 제작거부에 돌입한다”며 “노조가 진정 총파업 투쟁의 의지가 있다면 이번 제작거부를 PD들이 속한 구역의 부분파업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26일부터 실시한 PD협회 총파업 찬반투표 중간집계 결과 88%가 파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민필규 KBS 기자협회장도 “(노조의 적극적인 투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부 PD들의 의견 아니냐는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기자협회도 한나라당이 이번 임시국회에 미디어악법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적극적인 투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민 회장은 “기협은 일단 노조의 총파업 투쟁에 힘을 싣는다는 입장”이라면서 “PD협회가 당장 3월 2일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간다고 한다. 부분파업을 벌이는 경우는 다른 노조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노조는 조합원 보호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다음주 나흘 동안 총파업 찬반 투표를 해 가결돼도, 월요일(3월 2일)에 미디어악법이 통과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노조는 이에 대한 대책도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