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논의 결과 존중하는게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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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

언론관계법 타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이하 미디어발전위)가 오는 13일 첫 회의를 앞두고 있지만 여야는 여전히 이 기구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서로 딴소리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디어발전위에서 머리를 맞댈 여야 추천 위원들의 면면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이들이 과연 제대로 된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늘고 있다. 여야 대리전으로 100일을 허비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PD저널>은 지난 1998년 통합방송법 제정을 앞두고 여야가 구성했던 사회적 논의기구인 방송개혁위원회(이하 방개위)의 실행위원을 지낸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전 방송위 부위원장)로부터 지난 9일 미디어발전위 논의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
- 여야가 언론관계법 타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한 것에 대해 어떻게 보나.

“일단은 바람직한 선택이다. 그러나 논의기구란 말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본다. 논의는 합의를 위해 하는 것이고, 합의의 산물은 바로 법안이다. 국회에서 수정 작업을 한다 해도 사회적 기구의 합의를 통한 결과물을 토대로 해야 한다.”

-미디어발전위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여야의 생각이 전혀 다르다. 한나라당은 10년 전 방개위도 자문기구였다면서 미디어발전위 역시 상임위의 ‘자문역’일 뿐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기구를 바라보는 태도가 (그때와) 전혀 다르다. 물론 방개위도 자문기구였기에 법안 처리는 국회 몫이었지만 합의로 만들어진 법안을 토대로 했다. 하지만 지금 한나라당의 말은 사회적 기구가 어떤 논의를 하던 결국 주도권은 자신들이 갖겠다는 얘기일 뿐이다.”

-한나라당은 선거를 통해 다수당이 돼 국회란 의결기구에 참여하는 만큼 사회적 합의를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다. 미디어발전위를 자문역으로 한정한 것도 그런 이유다.

“계속 그렇게 말할 거면 사회적 기구는 대체 왜 만들었나. 언론관계법 개정에 대한 국민 반대가 있으니 이를 속이려 함이 아닌가. 국민의 신임을 받아 정권을 잡고 다수당이 된 만큼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사회적 기구를 만든다면 말 그대로 요식행위일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그런 게 아니잖나. 일정한 절차를 거쳐 도출한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  

- 여야의 위원 추천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이미 발표됐거나 물망에 오르는 이들의 언론관이 전혀 다르다. 결국 여야 대리전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데.

“이해관계와 정치적 입장이 다르기에 합의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방개위도 3개월이란 시간 동안 밤을 새며 논의를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이성적인 논의에 귀를 기울인다는 자세다. 각자의 정치적 입장만 떠들어댈 게 아니라 미디어 발전을 위해 필요한 주장은 마음을 열고 수용해야 한다. 이런 태도만 갖춰지면 3개월이란 시간도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전혀 부족하지 않다.”

-미디어발전위 활동을 앞두고 있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언론법 개정의 당위성을 홍보한다.

“정부·정치권 인사들을 빼고 사회적 기구를 통해 논의를 하기로 했으면 그 합의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이런 원칙을 무시하고 3개월 동안 논란만 벌이면서 국력을 낭비하겠다는 게 아니면 그래선 안 된다.”

- 사회적 논의의 바람직한 결론을 위한 조언 부탁한다.

“사회적 논의를 통한 합의안이 나와도 (여당은) 차후 여야의 의견이 끝끝내 다르면 다수결로 가야겠다고 하겠지만,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10년 전엔 지금보다 상황이 더 복잡했다. 종합유선방송위원회와 방송위원회의 통합, 한국방송공사법을 방송법에 포괄하는 등의 문제 등 정말 까다로운 얘기들이 많았다. 반면 지금은 기구의 변화가 아닌 신문과 재벌에 방송을 허용할 것인가, 허용을 한다면 어느 정도의 지분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 아닌가. 정파적 이해를 떠나 우리나라의 미디어 구도와 발전을 염두에 두고 합리적·객관적 이유와 자료를 제시하면서 밤새 논의하면 합의는 분명히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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