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중계되는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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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중계되는 '죽음'
[글로벌] 영국=채석진 통신원
  • 영국=채석진 통신원
  • 승인 2009.03.1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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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죽음의 존엄성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일까? 최근 영국에서는 ‘죽어가는 구디(Dying Goody)’라는 타이틀 아래, 리얼리티 TV쇼 〈스타인 제이디 구디(Jade Goody, 27)의 삶의 마지막 한 주〉가 방송과 잡지를 장식하고 있다. 작년 말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은 구디는 지난 달 남자 친구와의 결혼식과 두 아들의 세례식을 거행했고 이를 미디어에 공개하며 리얼리티 TV쇼 안에서 자신의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 제이디 구디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는 BBC 뉴스. <사진제공=BBC>

가난한 가정에서 교육받지 못했던 구디는 2002년 영국의 대표적인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인 〈빅브라더〉에 출연하며, 스무 살부터 그녀의 ‘리얼리티 TV쇼 인생’을 시작했다. 당시 우승은 못했지만, 자신의 무식함을 주저 없이 드러내는 솔직함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고, 이후 자신의 이름으로 된 뷰티 살롱과 향수 사업, 자서전 출판 등을 통해 TV와 잡지에서 주로 다루는 유명 인사가 됐다.

하지만 2007년 〈빅브라더〉의 유명인사 버전에서 인도 배우 실파 세티(Shilpa Shetty)에 대한 인종주의적 발언을 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이는 구디의 커리어에 대단히 큰 타격을 주었다. 수차례의 사과를 한 후 작년 구디는 세티와 〈빅브라더〉 인도 버전에 함께 출현하게까지 됐지만, 쇼에 들어간 지 이틀 만에 암을 발견하고 영국으로 긴급히 후송되어 암 투병을 해왔다. 그녀는 작년 말 결국 의사로부터 몇 달밖에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고, 이후 한 두 주 정도의 살 수 있는 기간을 남긴 채, 남자 친구와 지난달 결혼식을 거행했다.(<BBC> 3월 6일자).

<가디언〉에 따르면, 구디는 자신의 결혼식과 두 아들의 세례식 이벤트를 가지고 체결한 미디어 계약을 통해 총 1백만 파운드(약 20억 원) 가량을 벌었다. 〈오케이〉 잡지는 70만 파운드를 주고 결혼식 세례식 독점 사진 촬영권을 샀고, 〈리빙TV〉는 구디의 결혼식 촬영 및 방영권을 받고 10만 파운드를 지불했다. 〈오케이〉 잡지는 지난달부터 그녀의 사진 세트를 출판하기 시작했고, 구디의 결혼식은 〈리빙TV〉를 통해 이번 주 4차례에 걸쳐 방송될 예정이다.

〈리빙TV〉는 이미 지난 2월 리얼리티 TV 스타로서의 구디의 삶과 그녀의 암 투병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거의 1백만 시청자를 끌어당기면서 역대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또한 이번 주에 방영할 쇼를 통해 이 기록을 갱신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미디어 계약을 두고 구디를 비난하는 이들도 많다. 이에 대해 구디는 모든 계약이 두 아들의 장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아이들의 교육과 장래를 보장할 수 있는 돈”을 죽기 전에 최대한 벌겠다는 것이다. 구디로서는 이 방법이 그녀가 아는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리얼리티 TV쇼에 자신의 삶을 판매함으로써 수많은 돈을 벌었지만, 항상 그녀에게는 ‘무식한 하층계급’이라는 사회적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래서 더더욱 두 아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리얼리티 TV 스타로서만 인정받으며 살아온 그녀가 리얼리티 TV 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며 삶을 마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실제 구디는 이번 기회를 통해 성공적인 재기를 했다).

하지만, 죽음까지 미디어 이벤트로 전환되는 과정 속에서 두 아들은 ‘삶과 죽음의 존엄성’이 현 사회에서 얼마나 하찮게 취급되는지를 목격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환상적인 미디어 이벤트로 작동하고 있는 ‘죽어가는 구디’를 지켜보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불편하다.

영국=채석진 통신원 / 서섹스 대학 미디어문화연구 전공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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