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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의 미디어리터러시(46)]

▲ 고승우 박사
오늘날 TV가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여성의 사회적 지위 등이 크게 향상되었다. 개발도상국에서 TV 보급은 지난 1980년대 이후 20년 동안 6배가 늘었다. 최근 케이블이나 위성 TV 등장으로 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TV가 도시는 물론 오지에도 보급되어 세계 각 지역의 여성상이 방영되면서 지역별 고정관념이 파괴되는 등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촉진되고 있다.

TV의 보급은 시청자들에게 외국이나 다른 지역의 생활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서 그들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변화시킨다. 영상정보의 전달로 인한 사회변화는 선진국보다 후진국이 더 활발하다. 지구촌 차원에서 보면 지역별로 여성관 등이  큰 차이가 있다. 세계적인 공통점은 여성에 대한 편견이나 사회적 지위는 남성의 그것에 비해 더 향상되어야한다는 사실이다.

세계여성의 날(3월8일)을 계기로 지구촌 여성의 사회적 위상에 대해 살펴보자. 이 날은 여성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성취를 국제적으로 경축하기 위해 유엔이 정한 기념일이다. 이 날을 기념일로 정한 것은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이 지난 1857년과 1908년 3월 8일 근로여성의 노동조건 개선과 여성의 지위향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올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의 출산에 따른 건강보호 필요성이 무시되거나 전쟁 상황에서 여권이 짓밟히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빈국 여성은 임신과 출산관련 합병증 등으로 선진국 여성보다 사망률이 3백배나 높다. 또한 일부 전쟁지역에서는 여성이 강간이나 기타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세계 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여성의 사망 원인의 하나인 남성에 의한 폭력은 질병과 기근 다음이다. 예를 들면 여성 5 명 가운데 1 명은 전 생애를 통해 강간이나 강간 미수의 희생자가 된다. 나라마다 차이가 크지만 여성의 10 ~ 69%는 주변의 안면 있는 남성으로부터 육체적인 손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3명 가운데 1명은 일생을 통해 어떤 형식으로든 폭력 희생자가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으로 보면, 난민의 80%는 여성과 어린이고 15세 이상의 문맹자 가운데 2/3는 여성이다. 매년 발생하는 전 세계의 인신매매 범죄의 희생자 60만 ~80만 명 가운데 80%는 여성이다. 인신매매는 최근 급속히 증가하는 조직범죄다. 오늘날 약 2백만 명의 어린이, 특히 여자 어린이가 성노예로 고통 받고 있다.

▲ 경향신문 3월7일자 10면
지구촌 전반의 여성 위상이 참담한 것처럼 선진국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 미국은 여성의 교육기회 확대에는 큰 성과를 거뒀으나 정치 경제 분야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여성의 사회적 권리 측정에서 미국은 세계 17위다. 캐나다는 7위다. 여성이 가장인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미국 전체 빈곤 아동의 1/3에 달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에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들의 권리에 대한 자신의 공약을 재확인하면서 여성의 '전면적이고도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그는 여성은 기후변화, 빈곤과 대립 등 국제사회의 도전을 해결하는데 필수적인 존재라면서 이같이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 세계 여성들의 전면적이고도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더 밝은 미래를 위한 씨를 뿌리거나 우리가 필요한 변화의 이익을 수확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 하면 여성의 권익이 가장 잘 보장되는 국가의 하나이지만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여성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에도 여성의 권익을 위해 여성 소유의 방송국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성 소유의 TV 등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여성 소유의 TV만큼 여권 신장 등에 기여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유엔개발계획(UNDP)이 세계 100여 나라를 대상으로 조사한 ‘2008 여성 권한 척도’(GEM)에서 68위에 머물렀다. 2007년(64위)보다 4계단 떨어진 것이다. 여성 권한 척도는 여성 국회의원 수, 행정관리직과 전문기술직 여성 비율, 남녀 소득차 등을 평가요소로 활용해 여성의 정치·경제활동과 정책과정 참여도를 지표한화 것이다. 한국은 지난 수년 동안 여권신장에 대한 제도 개선을 이루는 등 많은 실적을 거뒀지만 국제사회에서 보면 아직도 하위권을 헤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기록한 큰 변화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 제도를 폐지하고 매매춘을 근절시키기 위한 범사회적 노력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이런 변화 속에 과거에 비해 여성의 사회적 위상이 격상되면서 여성의 결혼 및 출산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TV속의 여성상도 크게 변화하는 추세다. 드라마 등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부정적, 소극적 역할로 등장하는 일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뉴스 앵커도 남녀가 나란히 등장하는 공식이 깨지고 여성앵커들만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이나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아직도 많은 부문에서 그 뿌리가 깊다. 예를 들면 주요 지상파 TV 방송사 사장에 여성이 아직껏 오른 적이 없다. 언론사 내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은 다른 직종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직도 존재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가 아직도 여성에 대한 성차별을 합법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부에 따르면 성차별법령으로 밝혀졌지만 아직 시정되지 못한 법령이 1백여 건에 달한다.

여성부는 이명박 정부 들어 폐지되려다가 저지되는 수난을 겪었고 그 예산과 사업은 보잘것없는 수준으로 축소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보수 성향으로 여권 신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고 경제난 심화로 직장 여성들이 남성보다 먼저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TV는 이상에서 살핀 국내외 여성 문제를 부각시켜 안방에 전달하는 탁월한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여권 신장에 TV만한 역할을 한 미디어는 아직 없다. 그러나 TV는 사회변동을 촉진하면서도 현존 사회의 주된 이데올로기를 대변하거나 그것을 강화하는 상반된 기능을 갖고 있다. TV의 2중성이다.

TV 속의 여성상은 우리의 경우 90년대 이후 크게 변했다. 여성의 사회적 위상이 향상된 것이 TV에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여성의 사회적 위상 강화에도 불구하고 남성 우위의 이데올로기는 사회 도처에서 완강히 버티고 있다. 아직도 TV 속의 여성상은 많은 부분에서 전통적인 여성상과 유사하다. 이런 점에 대해 여성권익 단체 등이 TV 모니터 사업을  통해 지적하면서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시청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TV 장르는 드라마, 오락 프로와 광고다. 드라마는 수많은 스토리를 통해 사회적 여성상을 안방에 전달한다. 현모양처형의 여성상, 남성우위형의 여성상, 중성과 같은 여성상 등이 이들 장르를 통해 시청자에게 다가간다. 그래서 오늘 시점에서 딱히 어떤 여성상이 우리 TV에서 주로 비춰지고 강조되는 여성상이라고 지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 장르가 사회적 제도라는 벽을 항상 의식한다 할 때 현실 속의 여성상이라는 틀을 벗어나는 경우는 아직 소수다.

여성은 지구촌 대부분 지역에서 사회적 약자다. 여성의 정치 경제적 지위 상승은 인류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은 남녀평등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TV가 앞으로 얼마나 더 신속, 광범위하고 깊이 있게 기여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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