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위, 100일 동안의 ‘동상이몽’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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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야기] 고재열 시사IN 기자

▲ 고재열 시사IN 기자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다. 둘은 100일 동안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데이트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 한 여자는 이 데이트가 결혼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100일 동안 서로를 진지하게 알아가자고 말한다. 한 남자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100일 동안 실컷 즐기자고 말한다. 그리고 100일 뒤에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겠다고 말한다.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발위)를 이 ‘동상이몽’ 데이트에 비유한다면 좀 심한 비유가 될까? 민주당은 미발위가 실질적인 ‘심의기구’라고 말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미발위는 단순한 ‘자문기구’라고만 말하고 있다. 그리고 미발위의 위상을 놓고 초반 샅바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둘의 ‘잘못된 만남’은 시작부터 파국이다.

한나라당이 생각하는 미발위의 위상은, 거칠게 말해서 ‘미디어논의하나마나위원회’다. 한 한나라당 관계자가 말했다. “앞으로 계속 이런 식이면 금산분리법 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때도 100일 동안 논의를 하고, 그 논의 결과에 따라야 한다.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다.” 한나라당은 국민의 뜻과 의견을 받아들여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뜻과 의견은 알아서 가지시고, 우리는 갈 길 간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을 상대로 ‘혼인빙자간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각각 당 추천 미발위 위원 명단이 나오자, 언론에서는 일제히 성향분석이 들어갔다. 그리고 11대 9라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한나라당 입장의 미발위원이 10명이지만 선진과 창조의 모임(정확히는 자유선진당)이 추천한 문재완 교수까지 한나라당 입장이기 때문에 11대 9가 된다는 분석이었다. 다시 사람들 면면을 살펴보자.

▲ 언론관계법 타결을 위한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는 지난 13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첫 번째 전체회의를 열고 100일 간의 활동을 시작했다.
한나라당 추천 10명의 미발위원 명단은 이렇다. 김우룡(공동위원장, 한양대 석좌교수) 황근( 선문대 교수) 강길모(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동대표) 최홍재(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변희재(실크로드CEO포럼 회장) 이헌(‘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 윤석홍(단국대 교수) 최선규(명지대 교수) 김영(전 부산 MBC사장) 이병혜(전 KBS앵커).

다음은 민주당 추천 미발위원 명단이다. 강상현(강상현, 연세대 교수) 최영묵(성공회대 교수) 이창현(국민대 교수) 조준상(공공미디어 연구소장) 류성우(언론노조 정책실장) 박민(지역미디어 공공성위원회 집행위원장) 강혜란(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김기중(변호사) 여기에 선진과 창조모임이 추천한 박경신(고려대 교수) 문재완(한국외국어대 교수)이 더해진다.

이 명단을 다시 분석해 보았다. 14대 6이라는 새로운 분석결과가 나왔다. 야당 쪽이 14고 한나라당이 6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한나라당 추천자 중 4명이 ‘전향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살아온 행적을 살폈을 때, 왜 그쪽에 앉아 있는가하고 의문을 던지게 만드는 사람이 4명 있었다. ‘정치 철새’와 비슷한 ‘사상 철새’였던 셈이다.

주사파계열의 지하조직인 반미청년회를 주도했던 강길모는 우상호 오영식 김만수 여택수 등을 직접 지도한 골수 운동권이었다. 최홍재는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운동권이었다. 변희재는 안티조선 운동의 최선봉에 섰던 인터넷 논객이었다. 좌파였으나 좌파로서 대접받지 못했던 좌파정권 10년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그들은 우파정권의 품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하이라이트는 이헌이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법률지원단을 이끌었던 특보였다. 배신은 배신을 낳는다. 이헌 변호사와 함께 ‘시변’에서 활동했던 모변호사는 이 변호사와 이회창 총재를 배신하고 이 총재의 대선비자금 파일을 가지고 한나라당에 귀순했다. 그런데 그 변호사를 거세게 비난했던 이 변호사도 대선이 끝나기도 전에 패색이 짙어진 이 총재를 버렸다. 그리고 미발위에서 ‘경력 세탁’을 하고 있다. 그의 다음 행보는 ‘안 봐도 DVD다’.

‘이헌’만큼 기억해 주어야 할 이름은 ‘최홍재’다. 필자의 과 선배인 그는 ‘낙하산 사장 퇴진운동’을 벌이다 해직된 YTN 조승호 기자와 동기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며 동문수학했던 두 선배는 지금 극과 극의 행보를 달리고 있다. 한 명은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고 한 명은 언론장악의 최선봉에 서서 출세를 향해 달리고 있다. 6-25 전쟁도 아닌데 두 친구가 마주 달리고 있다. 조승호 선배를 돕기 위해 ‘100인 후원회’를 조직했던 나는 최홍재와 맞서기 위해 언론노조의 100일 대장정에 합류했다.

미발위 100일 동안 ‘유턴 인생’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들 4명의 행보에 주목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이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를 ‘미디어논의하나마나위원회’로 전락시키지 못하도록 감시할 계획이다. 한 번 배신한 자 두 번 배신하고, 두 번 배신한 자 세 번 배신한다. 이들이 최종적으로 국민을 배신할 지, 아니면 한나라당을 배신할 지,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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