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질성의 회복인가? 이질성의 확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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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질성의 회복인가? 이질성의 확인인가?
[기고] 남북방송교류 10년-우리는 무엇을 얻었나(5)
  • 오기현 SBS PD
  • 승인 2009.03.18 14: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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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젊은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남한가수는 누구인가? 나는 주저 없이 윤도현이라고 이야기 한다. 2002년 MBC의 평양특별공연 ‘오 통일코리아’에서 윤도현은 자유분방한 몸짓과 옷차림 그리고 북한에는 없는 창법으로 열창을 했다. 스스로 ‘놀새(건달)’라는 자아비판성 발언을 하고 공연도중 목이 메어 잠시 노래를 중단하는 ‘돌발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북한에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일련의 행태에 대해 북한 실무자들이 오금을 저려했던 이유는 북한최초로 실황중계(생방송)되었던 남한가수의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실무책임자는 윤도현이 어떤 가수인지 잘 모르고 무대에 올렸다가 중간에 말리지를 못해서 애를 먹었다고 실토했다. (이로 인해서 2002년 이후 남한가수의 북한공연에 대해서 생방송하는 관행은 없어졌다) 미남청년 윤도현의 남한식 무대매너가 북한 여성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것이다. 

▲ 2002년 9월 동평양대극장에서 공연중인 윤도현. (사진제공 MBC)
우리가 남북방송교류를 통해서 추구는 목표는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라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방송을 제작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우리가 만든 북한관련 프로그램들도 양자의 입장에 따라 확연히 차이가 난다. 대부분의 방북 프로그램들은 우리는 한 뿌리이고 반세기의 꺼풀만 걷어내면 동질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MBC의 99년 <민족통일음악회>, KBS의 2000년 <남북교향악단합동연주회>, 2002년 <추석맞이 남북교향악단평양합동연주회>는 물론이고 2001년 역사스페셜 <북의 10대 민족문화유산>, 일요스페셜 <남과 북이 함께 부르는 노래>, MBC의 2004년 <북녘의 음식기행>등의 다큐멘터리, KBS드라마 <사육신>은 우리가 동일한 문화를 공유한 한 민족임을 확인시켜준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SBS의 99년 <평화친선음악회>, 2003년 <정주영류경체육관개관기념공연>, 2005년 <조용필 평양공연>과 앞서 언급한 <윤도현 특별공연-오, 통일 코리아>는 남과 북이 반세기동안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보여준 프로그램이었다.

 ‘다름’을 보여준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북한 뿐 아니라 남한에서 조차도 비판이 많다. 2005년 SBS의 조용필 평양공연에 대해서 ‘창법이나 연주법, 음향 등이 모두 생소하고 불편한데(조용필의 창법과 발음이 평양시민들에게는 적잖이 거슬렸을 것이며 엄청난 록사운드도 불편했을 것이다) 모르는 노래들만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면, 뜨거운 박수가 나오기는 힘들다. 말하자면 조용필의 평양공연의 미적지근한 객석 반응은, 평양관객의 취향을 고려하지 못한(혹은 고려하지 않은) 결과이다.(이영미. 오마이뉴스. 2005.8.24)’라는 지적이나, ‘어떤 공연이 북한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남북한 사회문화교류와 방송, 민경찬)’라는 지적은 이런 견해이다.

그렇다면 반세기 세월이 가져다 준 현실을 인정하자는 자세가 과연 반통일적일까? 뿌리는 같지만 거의 두 세대가 다른 지역에서 다른 문화를 향유하고 살아 온 이상, 우리에게는 같은 점 보다는 다른 점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시위를 하는 것이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행동인가? 문화란 본질적으로 개별적이다. 따라서 남북간의 문화적 ‘통일’은 근원적인 한계가 있다. 문화의 영역에서 통일은 나 이외의 다른 주체를 인정하는 것, 즉 타자를 주체로 인정하는 것이다.

문화적 통일이란 결국 개개인이 자신의 문화를 향유하며 살아가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즉 이질적인 문화의 평화로운 공존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남북한의 방송교류가 분단을 극복하는데 있다면 각자의 문화적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소재들을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소개하여야 한다. 그것은 이념적인 것이든 민족적 정체성과 동떨어진 것이든 상관이 없다. 이러한 ‘차이의 확인과정’이 선행되어야 평화공존이나 통일의 가능성도 열리는 것이다.

2005년 여름 서울에서 만난 50대의 탈북남성은, 북한주민들이 남한공연을 통해 보고 싶은 것은 남한사람들의 생활상이라고 증언했다. 북한사람들은 교류를 통해 남한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그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남한이 추구하는 의지나 목표가 아니라 현실 그 자체이다. 북한주민들이 ‘외설스럽고 자유주의적인’ 남한연예인의 언행에 대해 당장 공감을 나타내며 갈채를 보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침묵어린 시선 속에서 남한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남한사회에 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다.

2005년 조용필이 평양공연을 준비할 때 북한측은 조용필에게 북한가요를 많이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조용필은 ‘북한 사람들은 남한가수인 내가 북한가요를 불러주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어렵게 성사된 남한가수의 공연에서 남한의 가요를 많이 소개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이며 북한주민들도 원할 것이라고 했다.

▲ 오기현 SBS PD

분단극복과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동질성의 회복이 중요하다. 특히 오랜 기간 적으로 살아온 남과 북의 주민들에게 우리는 원래 하나였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어야 오해와 편견을 깨뜨려지고 정서적 공감대도 형성된다. 그러나 이질성의 확인과정도 필요하다. 우리 대중의 정서를 솔직히 보여주는 것이 북한주민들의 남한에 대한 이해를 돕고 분단의 간극을 메우는데 도움이 된다. 설사 처음에는 북한관객들에게 다소 거부감을 주겠지만 문화적 소통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하는 작업이다. 지난 10년간의 남북방송교류과정을 지켜보면 때로는 남북이 닮아서 놀랐고 때로는 남북이 너무 달라서 놀랐다. 동질성의 회복작업 만큼이나 이질성의 확인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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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15-01-24 19:26:05
김정은정권에 들어서 등장한 조선중앙TV의 젊은방송원들에게 우리나라의 아이돌가수들의 음악과 유명뮤지션들의 음악을 듣게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더군다나 북한의 유일한(?)꽃미남 방송원인 문진혁군은 1990년생으로 우리나라의 남자아이돌 꽃미남가수들과 비슷한또래이다!
진혁군 또래의 꽃미남 아이돌가수들은 화려한염색머리에 자유로운 옷차림인데 진혁군은 그나이에 아저씨스타일의 양복에 아저씨스타일의 머리모양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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