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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en Rose’상 심사를 마치고

국제적 프로, 국제적 PD란? l승인1997.05.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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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정 훈
|contsmark1|pd연합회 제3대 사무국장 역임.1987. 이제는 파란불이다 로 futura 본상 수상.1989. kbs pd로서 베를린 futura 심사위원 참가.현재 a&c 코오롱 편성제작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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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golden rose’-오락프로그램 만발좋아하는 선배 pd가 이런 말을 했었다. “우리 pd들도 국제신사가 돼야할텐데…. 너라도 국제감각을 익혀라.”이제와서 의미를 새기게 된다. 방송에서의 ‘국제적’이란 말은 구체적으로 어떤 실천사항일 수 있을까? 그것은 첫째, 방송내용과 형식의 새로운 세계적 흐름 이해이다. 둘째, ‘one source multi usage’를 실현키 위해 클린테잎, me분리, 대본 및 홍보자료 보관이다. 셋째, 외국에서 자라지 않은 이상, 잠 덜자고 국제어를 익혀야 할 뿐만 아니라, 적절한 화제와 국제적 에티켓으로 외국시장에서 살아 이겨야 한다.이 세 가지 이야기가 동료들에게 꼭 전해주고픈 요체이다.4월 말부터 1주일간 스위스 ‘golden rose’ 국제상 심사에 참여하고 돌아왔다. 본선진출 56편을 본 후(보기만 하면 안된다. 중간중간에 웃어야 한다) 토론을 벌이고 점수를 주면서, 한시간 반씩 걸리는 식사대화 하루 세 번, 그리고 매일 밤 열리는 이런 리셉션, 저런 스탠딩 파티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참석하면서, “내가 이렇게 비참할 정도로 농담을 못 알아듣다니…” 했다.37년째의 관록을 자랑하는 ‘golden rose’는 각종 오락·연예 프로그램의 콘테스트이면서, 가장 실속있는 시장이다. 왜냐하면 숱한 비경쟁 프로들을 개별 모니터실에서 하루종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독립제작사, tv방송사, 업저버 등 공식출입 등록자가 6백89명이나 되었고, 심사위원 20명은 출품작 1백62편 중, 본선에 나온 56편을 분석하면서 씨름하였다.
|contsmark4|우리와 다른 경향-수상작들프로그램은 시트콤, 코미디, 음악, 게임쇼, 버라이어티로 구분하였다. 안타깝게도 본선에 뽑힌 아시아국가 작품은 nhk의 에도 브라보! 하나였다. 그동안 재미를 못 본 한국 방송계에선 올해 출품을 하지 않았고, 작년 버라이어티 부문에 나왔던 kbs의 체험! 삶의 현장 이 구성상의 신선함을 인정받아 예선을 통과했을 뿐이었다.내 생각으로는 우리 프로그램들이 다른 분야는 충분히 견줄만한데, 정확히 말해 시트콤과 코미디는 두 가지 까닭으로 경쟁력이 약하다고 여겨진다. 하나는 짐작하다시피 웃음의 문화와 웃기는 방식이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가 대체로 몇 명의 스타 코미디언들의 유행적 몸짓이나 말장난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인정하는 사실이다. 또 한가지, 그들은 잘 짜여진 극본을 바탕으로 사실적인 연기, 세트 구성 및 연출로 드라마 이상의 유모어를 자아내고 있었다.유모어와 넌센스는 다르지 않은가?주의깊게 본 몇 작품만 예를 들겠다. 코미디에 출품된 waiting room (독일·24분)은 지하철역에서 기다리면서 무료해하는 중년 남자의 시선을 따라 갖가지 장면들이 표출되는데, 말이 전혀 없이 현장음과 의미있는 배경으로만 편집되었다. 코미디라기보다 다큐멘터리성 심리드라마의 비중감을 느꼈다(기자상 수상).한편, 음악 분야에서 수상한 스위스의 jael (25분)은 아코디온과 바이올린을 듀오로 연주하는 실제 부부의 갖가지 자태, 소리를 신비스런 여러 장소에서 녹화편집했는데 인간, 악기, 조명, 그림자의 조화가 나레이션 없이 매우 깔끔하였다.특히 심사위원끼리 논란을 빚은 bbc의 ruby wax meets imelda marcos 가 있다(버라이어티·49분). ruby wax라는 유명한 진행자가 이멜다를 방문, 갖가지 카메라 장난과 희극적 몸짓으로 어마어마한 저택과 수천 켤레의 구두 및 드레스를 보여주고, 추하게 늙은 독재자의 미망인을 가끔 조소하듯이 인터뷰하는 것이었다.내가 이 프로에 0점을 준 것이 토론의 시발이 됐다. 몇 심사위원이 접근이 어려운 탐방을 성공시켰다고 후한 점수를 주길래, “탐방성공은 pd의 성공이 아니라, bbc의 명성을 이용한 이멜다의 더러운 스타의식이다. pd는 살아있는 비극을 정식으로 접근했어야 했다”고 반론했다. 특히 이멜다의 화려한 장식품들을 트래킹하는 사이사이에, 과거에 희생됐던 민중이나, 아직도 그녀의 손이라도 잡으려고 에워싸는 군중들을 인서트하는 편집방식은, 실재하는 역사를 희화화한 우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그 작품은 탈락했다.대상에 해당하는 본상은 그라나다 tv가 제작한 코미디 cold feet 가 차지했다(52분). 차가울 정도로 근엄한 남녀가 수퍼마켓 주차장에서 범퍼끼리 부딪치다가, 나중에 입술까지 부딪친다는 줄거리로 싸움이 사랑으로 변하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그렸다.내가 소속한 unda상 심사위원들은 독일의 코미디 nikola (23분)를 선정하였다. unda는 세계 가톨릭 방송인 조직으로서, nikola는 두 아이를 둔 이혼녀 간호사인데, 직장과 집안에서 꿋꿋이 여권과 모권을 지켜나가는 지혜가 유머러스하면서도 인간적으로 그려졌다고 평가됐다. 특히 권위적인 남자의사를 골탕먹이는 장면들이 통쾌했다.
|contsmark5|물 흐르듯 실속있게 - 대회운영방식사람도 많이 모였고, 일할 때나 식사할 때나 산책할 때나 쉬지 않고 말을 하는데도, 물 흐르듯이 진행되었고 어디에서나 시끄럽지 않았다. 20명 심사위원뿐 아니라 6백89명 참석자 전원의 명단과 연락처가 정확히 기록된 자료, 그리고 개인 사서함이 있어, 각종 연락이나 홍보활동이 가능했다. 그러니까, 경쟁작품은 시상식까지 지켜봐야 하지만, 구입하거나 아이디어를 구할 사람은 수많은 모니터실을 이용하면 되고, 팔고 싶은 사람은 자세한 명단을 보고 사서함을 활용할 수 있었다.송출을 담당하는 네트워크 방송사보다 제작사 사람들이 훨씬 많았고, 배급사 요원들도 매우 활발히 파티장마다 헤집고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언어 습득과 에티켓 문화의 활용여부가 관건이 아닐까? 영어는 물론 불어, 독어, 이태리어가 난무하니 말이다. nhk에서 업저버로 참여한 세사람의 간부를 가끔 봤는데, 그들은 파티 때에도 항상 몰려 있었다. 나는 영어가 피곤할 때, 그들 곁에 가서 말이라도 건네 보고 싶었으나, 동양 얼굴들이 뭉쳐있다고 할까봐 참았다. 우리 나라 외교, 무역 일꾼들을 더욱 지원해야겠다고 절감하였다.반가운 만남이 있었다. 심사 이틀째 되는 날 오후, 쉬는 시간에 코미디의 거장 김웅래 선배를 만난 것이었다. 김 선배는 행정착오로 심사위원 초청이 안되었는데도, 자비를 들여 탐구차 온 것이다. 벌써 네번째 왔다면서, 연예·오락 프로그램 아이디어의 보고라고 강조하는 모습이 매우 존경스러워 보였다. 마침 화장실 가던 심사위원 동료들에게 김 선배를 소개하면서 내가 존경하는 한국 코미디계의 리더라고 자랑스러워했더니, “오우 마블러스!”했으나, 깊이 있게 알아보려고 하는 것 같진 않아서 섭섭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더욱 반가운 일은, 처음 보는 두 한국청년이 다가와서, 한국말이 들려 놀랐다면서 자기네는 kbs에서 연수온 현지 학생신분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4명의 전·현직 kbs 사람들은 명함을 주고받게 되었는데, 그들은 “아, 김웅래 선배! 아, 정훈 선배였군요!”했다. 한 청년은 라디오의 서기철 pd였고, 또 한 사람은 기술본부의 이우용 차장이었다. 그들은 1년 코스로 스위스의 international academy of broadcasting 학생이었으며 이 행사를 취재 중이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한국인 pd로부터 영어로 인터뷰를 당하는 웃기는 일을 겪었던 것이었다. 꼭 한번 그날 밤 파티를 모면하고 넷이서 우리말을 하면서 지냈다.|contsmark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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