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비전향 장기수 프로그램의 불방을 겪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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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비전향 장기수 프로그램의 불방을 겪으면서
  • 승인 2000.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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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2000년 9월2일 마침내 비전향 장기수 63명이 판문점을 통해 그들의 사상적 고향이라 할 북한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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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그들이 귀향하기까지에는 참으로 우여곡절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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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당일 송환 순간까지도 납북자 가족들과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시위가 있어 안타깝게 했지만, 그래도 큰 탈 없이 돌아갈 수 있어 다행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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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아무튼 이 날은 우리 민족 분단사에 남북 화해를 실천한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며, 대한민국이 비 인권 국가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뜻 깊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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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생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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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어느 문명국가에서 사상과 이념이 다르다고 많은 사람을 수십 년 씩 감옥에 가둔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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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4|따라서 이 날은 역사의 진보를 믿게 하고 한민족에게 희망을 갖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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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2|ebs <통일의 길>에서는 "귀향을 앞둔 비전향 장기수 이야기"(8월27일 방송 예정)라는 대담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는데 방송이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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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5|담당 pd로서는 이 프로그램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불방이 될 만한 뚜렷한 사유가 무엇인지 쉽게 납득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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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8|다만 ebs에서는 어느 한 두 사람이 방송할 수 없다고 재단하면 조용히 방송이 안 되는 답답한 현실을 이해할 수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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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6|불방까지 되었다니 무슨 대단한 내용이라도 담긴 것으로 관심 가질 수 있으나 실은 그렇지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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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2|지난 6월30일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비전향 장기수의 9월 초 북송이 합의됨으로써 분단과 냉전 시대의 산물로서 30∼40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 장기수들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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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5|그런 시점에 귀향을 앞두고 북쪽 가족 상봉의 기쁨과 남쪽 가족과 친지와의 헤어짐의 아픔을 다시 겪고 있는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남북 평화를 위한 화해와 협력 시대에 사상과 이념은 달라도 서로 공존해야 함을 인식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
|contsmark56|비전향 장기수인 우용각, 김중종 두 분과 비전향 장기수 송환 추진 위원회 권오헌 대표가 출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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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2|권 대표로부터는 그 동안의 활동 상황에 관해 듣고 장기수 두 분한테는 장기수가 된 경위, 전향서를 쓰지 않은 까닭, 출소후의 생활, 가족들의 소식, 북한으로 가려는 이유, 남한에서의 잊을 수 없는 일, 앞으로 하고 싶은 일 등에 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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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0|이와 같이 특별히 어느 체제를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정치적인 내용은 묻지도 말하지도 않아 별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방송이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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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6|불방을 결정하기까지의 최소한의 공식적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권력을 가진 한 사람의 말 한마디에 의해 불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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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9|이 프로그램의 출연자와 내용이 편향되었다는 이유가 불방 사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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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5|이런 결정을 내린 사람한테 제작 전에 질문 요지까지 담긴 기획서를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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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8|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위에서 말한 대로 비전향 장기수의 인간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이지 그들의 사상과 이념에 관해 반론을 제기하거나 토론을 통해 산술적 균형을 맞추려는 게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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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6|이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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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9|내가 살고 있는 이 시공이 냉전 이데올로기 속에 남북이 대결구도로 정권을 유지하던 군사 독재 체제인지, 평화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 화해와 협력 시대인지 매우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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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2|왜냐하면, 비전향 장기수에 관한 내용은 과거 유신 독재시대라면 몰라도 통일 지향적인 국민의 정부에서는 진전된 민주화와 성숙된 국민 의식으로 그들의 아픔을 이해할 수도 있는 다양성과 건강성을 가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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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0|내가 만난 비전향 장기수는 대부분 사상과 이념보다는 민족의식과 외세 배격 정신이 투철한 분들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생애의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낸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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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3|일신의 영달을 위해서는 변절을 밥먹듯이 하는 이 사회의 일부 지도층 인사들과 비교하면 이분들의 삶은 진실로 고결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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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6|문명시대의 문화인이라면 민족 분단의 희생자인 이 분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따스한 눈길이라도 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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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2|이번에 북한으로 돌아간 비전향 장기수들은 그 동안의 한과 갈등을 잊고 자신들의 희생적인 삶을 민족의 화해와 통합으로 승화시켜 통일을 이루는데 밑거름이 되리라고 믿는다.
|contsmark123|독일의 경우에서처럼 방송이 독일 통일을 이룬데 중요한 역할을 했듯이 우리 방송도 그런 역할을 해야함은 분단국가 방송으로서의 의무이고 방송인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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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6|그러기 위해서는 방송위원회의 지침으로 또는 방송사 자체적으로 통일 방송의 규정을 제정하여 시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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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9|그래서 방송사 내의 어느 한 두 사람의 정치적인 성향이나 가치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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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37|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냉전의식에 사로잡힌 보수층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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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40|과거 군사 독재정권 시절에 수혜를 받고 아직도 요직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지도층 인사들이 많이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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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43|이런 상황에서 남북 협력시대로 가는 길은 지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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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49|따라서 우리 사회의 여론 형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송사 경영진들은 남북 평화 통일 지향선상에서의 역사의식과 일관된 통일 철학을 바탕으로 민족의 공존 공영을 위한 화해 협력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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