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비평] "인터넷괴담, 그만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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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비평] "인터넷괴담, 그만의 진실"
네티즌, TV 그리고 진실
  • 승인 2000.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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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MBC 은 사회각층의 문제점을 짚어내고 시청자들이 (좀 더 넓게는 국민들이)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벌어지고 있는 "진실"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사회문제들을 파악하고 방송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어오면서도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때로는 생명의 위협까지도 무릅써야 했던 제작팀의 열의와 노고도 잘 알고 있다. 만약 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많은 "진실"들을 모른 채 지나쳐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정보의 바다"로 일컬어지는 인터넷.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타 매체에서 독점적으로 유지되어 오던 정보의 공유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인터넷이 우리에게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익명성을 악용한 언어폭력, 협박 등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이용하는 대중이 풀어나가야 할 문제점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언젠가 이 사이버 공간은 그 자체로도 이러한 문제점들을 정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매체들의 냉정하고 객관적인 비판은 필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시점에서 넷 상의 텍스트들의 신빙성 여부에 대해 논한 "인터넷 괴담, 그만의 진실"편은 중요한 사안을 시의성있게 짚어낸 다운 기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인터넷 괴담, 그만의 진실"편에는 이 간과한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몇 개월 전부터 네티즌들의 토론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건이 있다. 다섯 명의 선배들에게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의 구타를 당한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의 어머니가 사건의 전말을 인터넷에 게시한 일명 "S여중 폭행사건"이 그것이다. 사건은 일부 네티즌들에 의해 가해학생중 한 명의 실명, 사진, 집 주소 등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가해학생들이 네티즌들에게서 심한 욕설과 협박 등에 시달리게 되면서 오프라인 상의 폭행사건 이외에 온라인 상의 폭력에 대한 토론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먼저 사건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학교폭력은 반드시 추방되어야 한다. 여중생들이 집에까지 후배를 끌고 가 전치 3주의 폭행을 가했다. 힘없고 돈 없는 억울한 사람들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함께 도움을 주고자 하는 네티즌들은 (또한 일반 사람들도) 피해학생이 겪었어야 할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생각해보면 피해학생과 어머니를 동정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정도가 지나쳐 일부 네티즌들이 가해학생의 신상정보와 사진을 공개하고 무차별한 폭언과 협박 했다는 것이다. 에서 다루고자 했던 것은 분명 이러한 가해자를 또 다른 피해자로 만드는 인터넷의 또 다른 모습에 대한 것이었으리라 생각된다.그러나 은 폭행으로 피해를 본 학생보다 또 다른 피해자가 된 가해학생이 당한 인터넷상의 폭력을 너무나 강조해 오프라인상의 폭행사건은 오히려 가볍게 넘어가 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게다가 그 제목부터 "인터넷 괴담 , 그만의 진실"이라고 붙여져 마치 피해학생의 말이 진실인지조차 의심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마저 주었다. 그 이후에 다루어진 내용들, "장애인 폭행사건"이나 "일본가수의 한국비방 랩"에 관련된 내용들이 인터넷상에 게재된 내용이 전부 진실이 아니라는 결론이었기 때문에 "S 여중 폭행사건"에 대해 시청자들은 그 사건의 진위여부마저도 의심하게 되었을 것이다. 인터넷상의 텍스트들이 모두 사실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에서 인터뷰한 한 정신과 의사의 말처럼 누군가 자신의 글을 읽고 어떠한 행동을 취하는 것에 대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일부 네티즌들이 마음대로 지어낸 글들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형사사건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확연히 구분되는 폭행사건에 대해 인터넷의 문제점만 부각시킨 모호한 논조는 분명 답지 않았다.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논조가 부정적이다보니 프로그램의 마무리 부분에서 정보통신부에서 입법안으로 준비중인 "통신질서 확립 법안"에 대한 안티 사이트 운영자들의 반대의견조차 무의미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안티 사이트라는 조금은 비주류적인 (우리 나라에서 비주류라는 단어가 조금은 부정적으로 인식되어있는 특성을 고려한다면) 조직의 운영자들이 "정보의 자유"를 수호하고자 내는 목소리가 과연 얼마나 진지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었을지 의문이다. "통신질서 확립 법안"은 분명 국가의 한 기관이 모든 정보를 감시, 통제할 수 있다는 엄청난 시대적 오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램 내내 인터넷 텍스트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의 논조에 이끌려 온 시청자들은 마치 "통신질서 확립 법안"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법안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심어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바른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했던 선의의 많은 네티즌들까지도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인식되도록 했을지도 모른다. 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영향력은 그 동안 을 제작해온 많은 PD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번 "인터넷 괴담 그만의 진실"편도 인터넷의 내용을 일단 믿게 되는 우리에게 인터넷이라는 매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주제에 이끌려 어쩌면 더 중요한 현안들을 간과하고 균형감각을 잃은 구성을 보여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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